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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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작가답게 말랑말랑한 말들이 천지다. 글이 주는 말맛과 색깔이 배어 있는 감수성이다. 예술을 사랑했던 부모님 탓에 어릴 적부터 음악, 영화, 미술 등을 보고 자랐다. 때문에 스스로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것이 유전자에 심어져 있다는 말도 꺼낸다.

 

<스타워즈>를 좋아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마틴 스콜세지 영화를 보며 과후배인 봉준호와 이야기하던 일화도 재미있다. 그때 독립영화 창작연구소란 영화 소모임과 네이키드 데이비스라는 가상의 록밴드도 만들었다. 그렇다. 청춘의 우리는 돌이켜보면 참 별별 일들을 용기롭게 했었다.

 

무모했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떠올리던 과거를 떠올린다. 미래에 무엇이 될까 떠올릴 수 없어 불안했던 시절. 지금 돌아보니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반추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20대를 생각했다. 지금은 없어진 스폰지 하우스 종로, 씨네코아 등등. 작은 영화관에서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미셸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 <기담>을 보러 갔던 기억 등이 찬란했던 20대를 소환하게 만들었다. 좋은 글은 그 글을 통해 내 삶을 반추할 수 있다는 거다. 이 에세이에 가득한 영화 이야기는 비록 나이는 같지 않지만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자꾸만 책장을 넘기며 영화 이야기를 찾아봤다. 책 속에는 영화 이야기가 참 많아 좋다.

 

김성원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며 갖은 공포와 슬픔을 경험한 작가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셔터 아일랜드>를 보며 펑펑 울고야 만다. 같이 본 지인이 쳐다볼 정도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고 가족이 죽는 부분은 다시 보기 했을 때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가족을 잃은 느낌은 무엇일까? 누구에게나 그 시간을 오고 피할 수 없다. 아직 <셔터 아일랜드>를 보지 않아 100%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충은 짐작이 갔다. 그때는 영화를 보며 죽을 것처럼 아팠지만 살아남았고 고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힌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에 관한 심리학적 분석도 흥미롭다. 이 책은 말랑한 에세이 같지만 굵직한 인문학서 같기도 하다. 저자는 심리학을 대학원에서 공부해서 그런지 모든 이야기가 심오한 깊이감이 느껴진다.

 

타노스는 파괴를 향한 본능, 죽음의 본능을 의미하는 프로이트 용어 '타나토스(Thanatos)에서 유해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다른 빌런들과는 차원이 달라 보이긴 했다. 자신의 행성 타이탄이 인구과잉으로 파멸한 경험을 들어 인구의 반을 없애야 하나는 이성적인 사고를 실행한다. 타노스는 원대한 목표를 이룬 뒤 고요한 노을을 바라봤다. 노을. 사라지는 낮의 은유일까, 없애버린 인류의 반을 위한 위로일까.

 

제목처럼, 넘어져도 상처만 남지 않았음을 적잖이 위로해 준다. 훗날 상처를 보며 다양한 생각을 할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지, 추억으로 후후 웃으면서 넘어갈지,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는 당신의 몫이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자명하다. 오늘 겪은 일은 내일, 또 다음 내일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것을. 실패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음 일의 연료로 쓰일 날이 올 거라는 거다. 그래서 오늘 좌절하더라도 내일 웃을 수 있다. 내가 매일 지겹고 하기 싫더라도 매일 조금씩 읽고 쓰는 이유다. 매일 하는 사람은 갑자기 시작해 이루려는 사람보다 도달할 바탕이 조금이라도 앞서 있음을 잊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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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The Power
나오미 앨더만 지음, 정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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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흥미로운 주제의 SF 소설을 만났다. 만약 지금의 가부장제 세상이 아닌 여성들이 지배하는 가모장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세상은 어떤 식으로 변하고 이루어졌을지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자극적인 상상이 흥미로웠다.

 

소설 《파워》는 모든 역사는 여성 중심이라는 가모장 평행세계다. 소설의 앞뒤에 등장하는 나오미 닐의 대화는 흥미롭다. 닐은 남성 작가협회의 남류 소설가로서 문학 권력자인 나오미에게 자신의 소설 《파워: 역사소설》을 소개하는 형태다. 소설 속 소설 그러니까 액자식 구성인 셈이다.

 

둘의 대화가 아주 재미있다. 닐은 여러 역사서와 종교서를 들이대며 과거 가부장제가 있었을 거라는 증거들을 제시하지만 나오미는 어디서 하룻강아지가 짖냐는 식의 아주 귀여워 죽겠다는 투로 받아줄 뿐이다.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영혼 없는 말을 남긴다. 흔히 간호사, 경찰 등 여성 제목 페티시가 만연한 성문화에서 남성 제복이 얼마나 여성의 성적 욕망을 부추기는지 아냐고 말하는 부분은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은 좀 더 친절하고 부드럽고 사랑과 자연스러운 보살핌이 더 많으리라고. 당신도 그렇게 느끼기를 바라요. 혹시 진화 심리학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남자는 강한 일꾼이자 가정의 관리인으로서 온순하게 진화한 반면,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여자는 좀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게 되었다는 주장 말이에요.

p416

소설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성(性)전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 속 세계에서는 남성은 선천적으로 온화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오직 여성만이 정치, 경제, 역사를 움직일 수 있는 선택 받은 자임을 주장한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러한 모계사회는 상당한 충격을 안긴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보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많은 충격과 영감을 얻었다.

 

어느 날 소냐들에게 전기를 생산하고 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파워란 즉 잠재력을 뜩하는데 십대에서 시작해 전 세계 성인 여성으로까지 퍼지면 자기 안에 파워 본능을 깨운다. 손가락 하나로 기존 세상을 뒤집는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소설은 남성 기자 툰테와 소녀 록시, 앨리, 마고 등 인물들로 전개된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며 어쩌면 범죄자이기도 하다. 흔히 여성들은 감성적이라 이성적인 일에 안 맞고, 몸으로 하는 일이나 스포츠는 맞지 않는다는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다. 여성들이 힘, 곧 권력을 얻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니 즐겁다. 얻은 권력으로 다양한 일들을 한다. 살인도 불사른다.

 

섬세하고 약하며 무자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여성스러움에 과감한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소설이다. 최근 각광받는 페미니즘 소설 중에서도 색다른 콘셉트로 성역할 전복을 짜릿하게 느낄 수 있다. 여성조차도 남성 중심 세계에서 자각하지 못한 것들을 소설을 기가 막히게 뒤집어 제시하고 있다. 남성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남성부, 남성 가족부가 어쩌면 이 소설 속에서 실현될지 모른다는 상상도 재미있다. 역지사지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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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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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영국 여성의 참정권 획득 100주년을 기념하여 쓰였다. 수많은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역사를 기술하고자 한 많은 여성학자들이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다채롭게 수집한 100가지 물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여성사를 들어볼 수 있어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웠다.

 

 

 

 

몸과 모성, 아내와 주부, 과학기술, 패션 소통과 여행, 노동과 고용, 창작과 문화, 여성의 정치 등으로 섹션으로 100가지를 다룬다. 여성으로서 몰랐던 사실, 공감하는 부분을 흥미롭게 익힐 수 있었다.

 

 

 

다소 충격적인 내용과 사진들이 많다. 이 사진은 굴욕적이기도 공포스럽기도 하다. 여성들은 200년 동안 잔소리꾼 굴레로 침묵을 강요 당했다. 본디 말을 길들이기 위해 쓰던 도구가 여성의 발언을 족쇄 채운 것이다. 이 굴레는 여성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공공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지속적인 운동에 속한다. 권위가 떨어질까 두려웠던 남성들의 두려움이 만든 물건이기도 하다.

 

 

 

 

 

또한 SNS 상의 트롤링(trollimg, 인터넷 공간에 공격적이고 불쾌한 내용을 올려 다른 사람의 화를 부추기는 등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 다양한 문화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경멸의 욕설이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실제로 불쾌하거나 악의적인 험담의 의미를 가진 헐뜯다(to bitch)는 동사는 여성다움과 결부된 상투어로 진화했다. 이런 물건을 통해 여성의 진실된 목소리에 두려워하는 권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문화에서 빵을 굽는 것은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인류는 3만 년 전부터 빵을 먹었으며, 유목민들이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유도 밀 재배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여성이라면 가난하든 부자이든 빵을 구울 줄 알아야 하고 빵을 사는 여성들을 게으르다고 여기는 시건도 있었다. 하지만 1928년 미국에서 개발된 빵을 썰고 포장하는 최초의 기계가 발명되고, 61년에는 발효과정을 줄인 콜리우드 식 빵 가공법이 등장해 상업적 제빵 규모를 향상시켰다. 20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베이킹이 취미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이토로 물건의 발명은 여성의 힘든 삶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여성과 아이들은 사회 가장 취약한 현실이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푸드뱅크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사회 빈곤층 지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영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식량난을 겪었으며 50만 명 이상이 푸드뱅크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난한 싱글맘 케이티가 푸드 뱅크에 갔을 때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캔을 따 허겁지겁 먹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많지만 각 나라의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많지 않고 빈곤 여성은 늘어간다.

 

 

19세기까지 영국 기혼 여성의 법적 권리는 없다시피했다. 기혼 여성은 유언장을 남길 수 없고 임금을 조정하거나 재산을 팔거나 계약할 수도 없다. 법적으로 아내와 아내의 물건, 돈, 그리고 자식까지 남편의 소유기도 했다. 가난한 계층에게(18-19세기) 아내 파는 행위는 이혼 방식의 하나였다. 그리고 이혼으로 인한 전 세계 142개국의 여성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원하는 만큼 가지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자전거는 여성과 연관이 깊다. 자전거는 여성해방과 현대 여성을 상징했다. 여성들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 치마를 갈랐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전거 타를 여성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의사들은 자전거 안장이 골반염이나 염증, 불임을 초래한다고 말하더니 매춘할 확률도 크다며 비판했다. 여성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불편해했고, 두려워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같은 남성과는 또 다른 경쟁상대였을 것이다. 게다가 아둔하다 여성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수치로 느끼기도 했다. 인류의 반은 여성이며,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 남성이지만 여성을 오랫동안 억압해왔다.

 

책은 챕터별로 나뉘어 있어 선별해서 읽기 좋다. 삽화와 친절한 설명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여정의 동반자다. 여성의 삶과 페미니즘을 물건으로 들여다보며 광범위한 역사를 순식간에 공부한 경험이다. 잔혹하고 힘든 과정을 견딘 여성과 지금 여성들의 삶과 비교 분석하기 좋다. 아직 불평등한 부분이 있지만 미래는 암울하지 않다. 인류 역사의 반이었던 여성사를 짧지만 깊고 재미있게 풀어 낸 책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와 자유를 느낄 수 있어 유익했다. 많은 여성들이 읽었으면 좋겠고, 미래를 열어갈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당신들의 미래는 훨씬 평등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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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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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세계 유일하게 정치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나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OECD 국가 중 15년째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노인, 청소년이 살기 어려워 택하는 죽음, 벼랑 끝에 내 몰린 죽음은 자살이 아니다. 엄격한 사회적 타살이다.

 

 

 

 

헬조선이란 말이 일상이 된 나라, 하지만 2016년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와 민주주의를 보여준 나라. 세계 외신들은 코로나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미국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봉준호 감독을 두고 민주주의의 승리하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이 책은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가 전쟁과 분단의 경험을 공유한 독일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진단한 강연록을 풀어낸 것이다. 차이나는 클라스의 131회 '독일의 68과 한국의 86'편과 132회 '우리의 소원은 통일'편을 녹취해 재구성했으며 보충 설명을 더해 시간 관계상 담지 못한 내용까지 추가했다.

 

 

끊임없는 경쟁, 만연한 혐오,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 속에서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는 분리되어 있다고 말한다.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오는 집단이 집, 학교, 직장에 돌아가서는 가부장적인 문화와 군대식 구조, 위계질서 속에서 불일치 된다는 것이다.

 

 

일상 민주주의와 괴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가면을 쓰고 나온다면 시위와 집회가 무슨 소용이 있나는 것. 따라서 민주주의란 구성원 자체여야 하고 사람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아닌 게 된다. 구성원의 의사가 얼마나 민주적으로 모아지냐에 따라 민주주의를 가늠할 수 있다

 

외부 작가, 프리랜서 기자 등을 뽑는 이유와 비슷하다. 백날 집단 구성원을 모아두고 회의해봤자 뾰족한 수도 없고 같은 이야기만 겉돌 뿐이다. 따라서 불편한 진실이지만 외면하지 말고 제3자의 말, 밖에서 보는 냉정한 시각을 받아들이자는 말이다.

 

 

김누리 교수는 독일과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나치즘을 청산하고 새로운 독일이 될 수 있는 이유를 '68혁명'에서 찾았다. 68혁명은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말하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 미국, 남미, 아시아까지 번졌지만 우리나라는 베트남 전쟁으로 미치지 못했다. 베트남 전쟁 파병의 유일한 (대만 20명 파병, 대한민국 32만 파병 그러니 유일한이라고 써도 됨) 국가였으며 이를 계기로 68혁명을 역행하는 나라가 된다.

 

이처럼 박정희는 베트남전쟁 파병을 통해 한국을 68혁명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유리된 '예외 국가'로 만든 장본인일 뿐만 아니라,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한국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킨 인물입니다. 그 밖에도 그는 강남 개발을 통해 정치자금을 축적하여 한국을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든 원조 투기꾼이자,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대통령에 오름으로써 한국을 '과거 청산이 없는 나라'로 만든 친일파이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군사 쿠데타를 통해 30년간 지속된 군사독재 시대의 문을 연 독재자였습니다.

p94

 

성(性), 권위, 경제 등에서 해방되지 못한 이유는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가 남긴 유산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낱낱이 해부해 놓는다. 책은 우리나라의 86세대까지 자세히 다룬다. 이로써 독일 아이들은 부끄러움이 없는데 유독 한국 아이들은 성에 대한 죄의식에 시달려야 하는지, 영호남 지역갈등, 주민등록증(간첩 색출)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있다.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민주화를 네 영역에서 나누어 살펴본다. 따라서 한국 현대사와 독일 현대사를 비교 분석하며 우리가 배울 점과 잘한 점도 따져볼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의 불행은 어디에서 왔는가,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앞서 말한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강의 내용 녹취록이다. 방송을 본 독자에게는 다시 한번 명강의를 읽어보는 복습의 기회가 될 것이고, 방송을 보지 않은 독자는 책 한 권으로 떠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불행을 정리해보는 기회가 된 것이다. 다시 보기로 봐도 좋겠다.

 

 

 

 

목적이 어쨌든 간에 독서를 통해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을 독일의 통일과 비교 분석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통찰까지 배워 볼 수 있어 유익했다. 또한 나라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독일의 모범사례를 들어 쉽게 직시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성교육을 하며, 성은 생명의 본질인 고귀한 것임을 배운다. 또한 대학 등록금이 없으며, 대부분 국립대라 이사장이나 총장의 입김이 없다. 때문에 조교도 총장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당국이 직면한 문제점의 해답을 책 속에서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독일 교육을 모범 사례로 분석하고 대입해 점진적 시도를 촉구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 선생님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다시보기: <차이나는 클라스> 홈페이지 / 유료

http://tv.jtbc.joins.com/replay/pr10010461/pm10041949/ep20080942/view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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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 단순한 삶이 불러온 극적인 변화
에리카 라인 지음, 이미숙 옮김 / 갤리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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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아 안 쓰는 물건을 버리고 청소하는 집이 많아졌다. 나한테 이런 물건까지 있었나 생각하다 보면 지금까지 쇼핑한 시간과 돈이 아깝기만 하다. 그렇게 한가득 안 쓰는 물건을 쌓아두면 또 고민이 시작된다. 이거 언젠가는 쓸 것 같고, 유행이 돌아올 것만 같고, 어렵게 산 물건이라 쓰지도 않을 거면서 버리지 못하는 거다. 왜 이런 일들을 매번 반복하고는 걸까?

 

우리는 살면서 겪는 여러 가지 우울하고 짜증 나는 일들을 쇼핑으로 해소하기도 한다. 물건을 살 때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합리화한다. 흔히 쇼핑할 때는 단기적인 쾌감인 도파민이 흘러나오는데 이때 즐거움이 동반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게다가 홈쇼핑이나 광고들은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유혹을 시작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인플루언서를 따라 하고 싶은 마음도 살짝 든다. 다들 있는데 나만 없다는 상실감까지 더해지면 물건을 사지 않을 수 없다.

 

미니멀리스트의 렌즈를 통해 내 삶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집을 넓히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씩 버렸다. 집이 넓으면 청소할 것이 많아진다. 더 이상 액자와 예술 작품으로 벽을 채우지 않는다. 단순할수록 더 아름답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점차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자 이전보다 만족감과 자신감이 더 커졌다.

p28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사고방식이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물건과 생각 이 두 가지가 같은 선상에서 정리될 때 가장 이상적이다. 20대 때 화제 경보기 검침 일을 하며 돌아다녔던 집을 떠올리며 물건, 일정, 결심, 정신적인 부담에 짓눌려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림돌을 제거하자고 다짐했다.

 

 

저자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은 현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꾸준히 연습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있다는 것. 물건으로 단기적이고 반복적인 실수를 하지 말고 기분 좋은 생각으로 스스로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해보자는 거다. 자 어떻게? 책 속에 답이 있다.

나는 중요하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결국은 중요하지 않을 물건을 사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지 깨달았다.

p97

 

 

 

미니멀리즘은 물건과 생각이 함께 갈 때 비로소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생각도 함께 정리하면 참 좋을 텐데, 물건처럼 생각은 쉽게 정리하기도 버리기도 어렵다. 저자 에리카 라인은 세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으로 절실히 단순함에 이끌리게 된다. 너무 많은 통화, 이메일, SNS, 일감, 잘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 등 세상을 살면서 복잡함에 몸서리치게 된다.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요. 시간과 육체까지 고갈된다.

 

 

막상 물건을 정리하려고 해도 엄두가 안날 수 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해방감과 만족감이 크다. 타이머를 맞추고 10분간만 정리해보는 거다. 다 마치지 못해도 죄책감을 갖지 말 것! 그동안의 성과만 심사하는 거다. 그리고 쓰레기봉투가 가득 차는 포만감을 만끽해보자. 쓰레기통에 들어간 물건은 다시 꺼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념한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사력을 다해 하지도 않는다. 꾸준함이 필요하다. 한 번에 한 구역 씩 해야 자기 페이스를 찾고, 지치지 않는다. 하나가 들어오면 하나가 나간다는 공식 잊지 말자.

 

 

특히 옷 버리는 게 어려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언제가 입을 것 같아서란 대답과 함께 버리지 못한다면 안 입는 옷의 옷걸이를 반대 방향으로 두는 거다. 두 달 후 옷장을 열었을 때 그대로인 옷걸이는 반드시 버리는 거다. 지금 안 입으면 여전히 안 입을 확률이 크니까.

 

때문에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적게 가지고 있다고 해결되는 것도, 물건을 버리는데 두어서는 안 된다. 가치와 목표를 구별할 줄 알고, 자신의 가치관을 올바르게 형성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는 거다. 시간이 늘어나는 마법의 단어 '아니요'를 적극 활용해 보자. 거절하지 못해 산 물건, 일거리, 관계 등에서 지치지 않을 힘을 준다.

 

 

가치관이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아는 판단이래 봐도 좋다. 그래서 첫째,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택 앞에서 망설여질 때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떠올려 보자. 그게 관계라고 할지라도 과감히 맺고 끊을 수 있어야 한다. 소중한 사람만 만나기에도 인생은 짧기에 싫은 사람은 곁에 두지 말자. 사람이든 물건이든 좋은 것만 곁에 두 자. 진정한 미니멀리스트의 방식이란 선택에도 자신이 진정으로 소망하는 것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포함이다.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내가 왜 이렇게 하루하루를 종종걸음으로 시간에 쫓기며 살았는지 이해되더라. 흔히 미니멀리즘에 관한 서적에서 말하는 판에 박힌 정리 비법 보다 훨씬 좋았다. 집, 물건, 경력, 가족생활, 시간관리, 인간관계, 생각, 업무 등을 정리하면서 얻게 되는 내 삶에 초점을 맞추는 책이다. 삶에서 쓸모없는 것들을 걷어 내고 진짜 중요한 것을 들여놓은 자리를 만드는 일을 당장 해도 늦지 않다. 지금 당장 시작해볼까?

 

#직장의 복사기 앞이나 식품점의 계산대 앞 등 어디에 서든 줄을 서 있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고 싶은 충동을 참아라. 대신 존재하는 수간을 가져라. 몇 차례 심호흡을 하고 주변의 광경과 냄새, 소리에 주의를 기울여라. 아니면 정신이 그저 배회하도록 내버려 두어라.

#스마트폰 알림을 차단하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되찾을 수 있는지 주목하라.

#약속이나 볼일의 일정을 너무 촉박하게 정하지 마라. 그러면 바쁘게 움직여야 하거나 시간이 부족해한 가지 일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할 것이다. 가능할 때마다 중간중간 숨 돌릴 시간을 가져라.

#가족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고요한 몇 분의 시간을 음미하고 하루 일과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라.

여백을 만드는 순간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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