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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확장판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조기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01/pimg_7650201494589247.jpg)
픽사의 시작, 픽사의 어원
책은 저자 '에드 캣멀(Ed Catmull)'의 유년시절부터 시작한다. 그의 인생은 픽사의 출발이라 할만하다. 어릴 적 월트 디즈니를 우상처럼 생각하고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던 한 청년이 유대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애니메이션에 컴퓨터 작업을 접목하게 된 스토리를 근간으로 한다. 이후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사업 부분인 그래픽스 그룹의 부사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친숙한 이름 '픽사(Pixar)'는 앨비 레이 스미스와 로렌 카펜터가 지었다. 스미스는 '그림을 제작하다'라는 가상의 스페인어 동사 '픽서(pixer)'를 만들어 냈다. 일부 영어 명사가 스페인어 동사처럼 보이는 현상을 흥미로워했다. 반면 카펜터는 '레이더(Redar)'라는 이름이 하이테크적인 느낌이 난다고 생각해 둘을 합쳐 픽사라는 이름을 고안했다.
1986년 창업 후 하드웨어 기업에서 출발, 소프트웨어 기업을 거쳐 애니메이션 및 광고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숱한 어려움에서도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도 보러 올 것이다'는 신념으로 버텼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란 편견은 깨고 어른들의 팬덤, 키덜트를 형성하게 된다. 일본 지브리 감성의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 말고 컴퓨터를 이용한 제작은 픽사의 성공으로 대세가 되어간다.
픽사의 시초, 토이스토리, 브레인트러스트
스티브 잡스가 픽사 건물을 설계했듯이. 독특한 디자인과 설계는 물론이고 공동체를 강조하면서도 독립적인 업무공간을 그렸다. 픽사 직원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작업 공간을 꾸미길 적극 권장하고 명패나 직책 없이 일한다. 창의성의 자유로움에서 시작되는 건지 모르겠다. 픽사는 사람(직원들의 근무 습관, 재능, 가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게 모든 창조적 핵심이 성공 비결이라 믿는다. 아이디어는 곧 사람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재능 있는 인재를 얻는 게 중요하다.
창의적인 환경에는 개인과 집단 사이의 긴장이 존재한다. <토이 스토리>의 성공 후 2편에 착수할 때 스토리 수정을 분석할 팀(1세대)을 만들었다. '브레인트러스트'는 작품을 해부해 미진한 장면을 골라내는 집단이다. 이들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부 팀이며 즉 동료 평가다.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는 대신 솔직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공한다. 영화의 감정 흐름을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분석해야만 한다.
지금은 유명인이 된 피트 닥터(인사이드아웃), 앤드류 스탠튼(월 E)이 멤버였다. (존 래스터, 조 랜프트, 리 언크리치 포함) 또한 1998년 <벅스 라이프> 제작 후 열린 첫 사후분석 회의를 통해 문제점을 알아간다. '노트데이'나 각족 회의를 통에 끝까지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집요함이 있기에 탄탄한 스토리와 성공이 보장되는 듯하다.
<토이 스토리 2>의 경우 작품의 핵심 플롯(집과 인형 박물관 사이를 고민하는 우디)은 같았으나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수정해 소포모어 징크스도 해결했다. <토이 스토리>는 당초 비디오용 B급 애니메이션으로 기획되었지만 직원들의 열정으로 픽사의 대표 IP가 되었다. 현재는 4편까지 나왔으며 픽사의 인기작이 나올 바탕이 되었다. 실수를 변명으로 돌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려는 의지를 펼칠 때 한 뼘 더 성장했다. <토이 스토리 2>의 제작 과정은 큰 교훈을 남겼다.
공간의 힘은 실제로 효과가 크다. <오징어 게임>의 인터뷰를 다녔을 때 참가했던 모든 배우들은 세트장의 위협에 압도되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사람이 죽지 않지만 마치 매일 타인의 죽음으로 자신이 살아남았다며 안도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픽사의 기업문화인 '넉넉한 여유, 발칙한 상상력, 엉뚱한 이탈'은 성공의 핵심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픽사의 창작 원칙
10년여 만에 확장판이 출간된 《창의성을 지휘하라》를 영화 드라마 제작 업계 경영자에게 권하고 싶다. 원본을 수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포스트스크립트'를 삽입해 달라진 반응과 트렌드, 첨부할 이야기를 더했다. 픽사와 디즈니에서 일하며 애니메이션 업계의 미다스 손이 된 '에드 캣멀'의 가르침이다.
최신작 <토이 스토리 4>,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의 성공 스토리도 수록되었다. 픽사의 기업문화를 구축한 아이디어가 공유되어 있다. 디즈니 애니에이터들은 최정점인 1950년대 새 기술을 도입하고 응용했다. 블루 스크린, 멀티플레인 카메라(다단식 촬영대를 갖춘 애니메이션 촬영기기), 제로 그래피(사무용 복사기 등에 응용된 전자 사진법의 하나, 애니메이션에 도입해 셀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작업능률 높임) 등 새 기술을 선보였다.
픽사의 정체성 및 창작 원칙은 이렇다.
1. 스토리가 왕이다.
2. 프로세스를 신뢰하라.
창의성을 발휘할 문화를 형성하는 지속적인 과정, 다양한 경영 전략이 소개되었다. 최고 경영자라도 모른다면 말단 직원에게 배워야 한다는 겸손을 더한 혁신도 논한다. 자신을 성찰하고 직원의 불만과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책 표지는 지휘봉을 쥔 '버즈 라이트이어'다. 수많은 작품 캐릭터 중에 버즈를 쓴 이유가 있을 거다. 추측건대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달 착륙 발자국의 주인공 버즈 올드린에서 따왔다. 영어로 라이트이어는 광년을 뜻하는데 <토이 스토리> 스핀오프인 <버즈 라이트이어>에 자세히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