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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사전 -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평점 :
좋은 기획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라는 부제가 붙은 책 《기획자의 사전》이다. 필드에서 활동하는 기획자가 필요한 자질과 스킬을 알려주는데 꼭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되었다. 기획이란 상품 개발일 수도 있고 광고 일 수도 있으며 글쓰기, 영화 만들기 등등일 수 있다. 때문에 기획자, 마케터, 편집자, PD, MD, 개발자, 프리랜서 등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프로젝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반드시 뇌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써야 할 29가지 단어에 대해 설명한다.
최전선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유행에 섣불리 동조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대신 새로운 사회가 어디서 도래했는지 아무도 언어화하지 못한 것을 투박하게나마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 사는데 유행, 트렌드를 따라야 할까 싶은데 저자는 보편적인 욕망을 파고들라고 조언한다. 사람을 마음을 훔치고 움직이는 일이 얼마나 쉬우면서도 어려운다. 트렌드를 통해서 기획자가 읽어내야 할 것은 '욕망'이고, 변화하는 자극 방식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이종 현상을 교배해 보며 '내 생각', '내 이야기'로 만들어 가는 거다.
이야기가 재미있는 사람, 즉 계속 만나고 싶고 듣고 싶은 말이 끊임없이 나오는 사람은 '제 생각에는요..'라고 자기 생각이 먼저인 사람이라는 것. 너무 뻔한 이야기, 예측은 잘 먹히지 않는다는 구구절절한 말씀이다. 화수분처럼 아이디어, 이야기를 꺼내려면 '인사이트(통찰력)'이 필요하다. 빠르게 변하는 순간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욕망을 읽어내는 눈, 당연한 것에 의심을 품는 순간, 나만의 생각(관점)과 시선(시각)을 갖추는 인사이트가 결합되면 좋은 기획이 나온다.
상호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를 연결시키는 것을 이종교배라고 한다. 이런 호환성을 볼 줄 아는 것이 기획 고수들의 세계다.
마침 이 책을 읽었을 때 영화 리뷰를 쓰고 있었다. 많은 메시지와 상징을 품고 있는 영화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읽도록 써야 하나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좋은 책과 글, 영상 등을 가까이 두는 것도 좋지만 그게 쌓이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하다. 오랜 시간 축적한 나이테가 쌓여 재료가 되면 읽어 줄만한 글이 나온다. 특히 저자는 데이터 홍수 시대 AI가 제시하는 수치 보다 사람의 직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뭘 기획하든 사람을 위한 일이고 사람이 선택하기에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객관적인 태도도 필요하다. 거기에 '불일치 이론'을 곁들여 호환성, 통섭의 흥미로움을 유발하면 어떨까? 여러 가지를 이어 붙이고 자르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책, 영화, 드라마, 신문 등 재료가 될만한 다양한 것들을 섭취해 보는 게 중요하다.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1부 실무사전: 제대로 하기 위하여에서는 트렌드, 케이스 스터디, 문제 정의, 인사이트, 콘셉트, 직관, 공감, 로그라인, 레이어, 페르소나, 이종교배 단어를 사용해 기획의 기초를 다진다. 2부 도구 사전: 계속하기 위하여에서는 필기구, 기록, 데이터, 언어, 편지, 수집, 루틴, 취향, 여행, 일기 단어를 이용해 기술을 알린다. 3부 태도사전: 갈고닦기 위하여에서는 등속, 의식, 역치, 호기심, 크리에이티브, 객관화, 성장, 각오 단어를 예를 들어 지치지 않고 정진하는 방식을 고민한다.
29가지 단어 중 인상적인 한 단어를 꼽자면 '인사이트'다. 현상, 영화, 사람을 꿰뚫어 보는 시선을 갖추고 싶기 때문. 아무튼 무언가를 끊임없이 쓰는 사람으로서 내 살을 갉아서 다른 무언가를 만들 때 드는 자괴감과 반복되는 생활의 이질감이 크다. 그럴 때마다 옆에 두고 꺼내 읽고 싶은 자양강장제 같은 책이다. 어수선한 연말과 분위기 속에 조용히 나를 갈고닦고 싶을 때, 다가오는 2025년에는 조금씩이라도 성장한 본인을 만나고 싶을 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