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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싸이코들 - 시나리오로 쉽게 이해하는 성격장애
두에인 L. 도버트 지음, 이윤혜 옮김 / 황소걸음 / 2025년 4월
평점 :

내 주변에만 유독 이상한 사람, 나랑 안 맞는 사람이 득실거리는 걸까. 끼리끼리는 과학이란 말이 있다. 본인 성격도 만만치 않은 게 아닐까 되돌아봐야 할 거다. 책을 접하게 된 이유도 작품 속 캐릭터와 주변인을 이해하려는 의도였다. 의외로 나를 돌아보기도 했는데,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금자처럼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해주는 거다.
직업상 많은 작품(영화, 드라마)을 관람하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캐릭터를 만난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단어로도 규정하기 힘든 인물이 많다. 최근에 충격적인 캐릭터라면 <침범>의 해영, <하이퍼나이프>의 세옥, <트렁크>의 서연 정도가 떠오른다. 배우, 작가라면 캐릭터를 설계할 때 성격 유형은 필수다.
[인터뷰] 영화 <침범> 이설 배우ㅣ뮤지컬 '.. : 네이버블로그
해영을 연기한 이설 배우는 감독 추천으로 <펄>, <하녀>, <퍼니게임>을 봤고, 완벽한 이해보다는 정서적 공감으로 다가갔다고 밝혔다. 뮤지컬 <리지>를 보다가 리지의 후대 중에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이 있었고 본인의 집안 내력과 사이코패스 뇌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화를 덧붙여 흥미로웠다. 배우는 단순히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철저한 캐릭터 분석과 극 전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세심한 역량과 통찰력을 요구한다.
[인터뷰] 디즈니플러스 <하이퍼나이프> 박은빈.. : 네이버블로그
세옥을 연기한 박은빈 배우는 심리학을 전공해 남다른 스펙트럼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자폐도 스펙트럼이라 말하는 것처럼 딱 잘라 말할 수 없이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이야기다. 박은빈은 실제 진단 기준, 체계에 익숙하기 때문에 특성을 참고하면서 연기한 게 인물을 다층적으로 만들 수 있다.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좀 더 사람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근거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넷플릭스 <트렁크> 정윤하 배우ㅣ'.. : 네이버블로그
마지막으로 서연을 연기한 정윤하 배우는 의사를 찾아가 정신의학적 진단명을 받아 가며 철저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의사로부터 경계성 인격, 연극성 성격장애, 양가감정을 진단받고 모두가 미워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서연을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서연의 성격을 수치화하면서 계산해서 연기하며 철저하게 분석한 예이다.
성격 장애는 사춘기나 성인기 초반에 드러나며 굳어진다. 사건에 대한 감정적 반응의 수위도 조절하지 못해 과소, 과도하게 반응한다.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불신하고 의심하는 '편집성 성격장애',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외톨이 '분열성 성격장애',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분열형 성격장애', 타인의 권리나 사회적 규범을 계속 침해하는 '행동장애',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무시하고 침해하는 '반사회성 성격장애', 대인 관계가 불안정하고 정서가 충동적인 '경계성 성격장애',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시선을 끄는 행동을 하는 '히스테리성(연극성) 성격장애', 잘난 체하고 칭찬받기를 원하며 공감 능력이 부족한 '자기애성 성격장애', 억눌려 있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부정적 평가에 민감한 '회피성 성격장애', 스스로 판단하려 하지 않고 타인에게 지나치게 순응하는 '의존성 성격장애', 지나치게 엄격하고 인색하며,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강박성 성격장애' 등을 소개한다.
책은 성격장애를 딱딱하고 어려운 의학 용어 대신 시나리오를 통해 특징과 행동으로 풀어 준다. 여기서 시나리오란 영화나 드라마를 예로 드는 건 줄 알았는데 사례를 말하는 거였다. 이해하기 쉽게 삽화도 포함되어 있으니 재연배우의 연기처럼 생각하며 읽어가면 편하다. 다만 번역서 특유의 매끄럽지 않은 문체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배우자, 자녀, 부모님, 친구, 직장 상사, 동료, 후배 등.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준다. 시나리오로 성격장애 예를 보여주고 특징과 진단, 해설 이후 원인과 경과를 살피고 대하는 법으로 마무리한다. 따라서 성격장애인의 행동을 피하거나 대하는 법, 방어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역으로 본인 성격이 문제인 줄 몰랐다면 자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끝으로 재미있는 게 점쟁이, 사주쟁이, 투시력을 주장하는 사람, 죽은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람, 초능력자, 주술사 등을 분열형 성격 장애 진단으로 본 관점이 흥미로웠다.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도 웃겼다.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금쪽이'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면 청소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이 책과 함께 한다면 타인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