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스탠퍼드 대학교 최고의 인생 설계 강의, 10주년 전면 개정증보판
티나 실리그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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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인간은 항상 일이 벌어지고 후회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말리고 조언을 해주고 걱정한들 본인 스스로 겪어보지 않으면 깨우치지 힘든 족속이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필자도 후회하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인간의 습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당신이 살아갈 실제 삶은 교실문이 활짝 열린 가운데 치르는 오픈북 시험과도 같다. 그곳에서 당신은 주변의 다양한 자원을 이용해 일, 가족, 친구, 보다 넓게는 세계와 관련된 문제들,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들과 씨름해야 한다.

p26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은 제목처럼 꼭 스무 살을 기점으로 하지 않는다. 상징적인 나이 스물을 비유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물론 스무 살, 그러니까 법적인 성인이 되어 책임과 의무감을 배워가는 시기에 안다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업가정신의 최고 권위자인 '티나 실리그'의 강의를 책으로 옮겼다. 10주년 개정보증판이다. 강의명은 '기업가정신과 혁신'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부터 퇴사자,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중장년증, 인생 이모작을 꾸는 은퇴자 등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이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용기와 희망을 주기 충분하다.

 

티나 실리그는 스탠퍼드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어 준다. 5달러로 두 시간 동안 수익을 창출하라는 '5달러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또한 카일 맥도널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빨간 클립 열 개를 주고 수익을 창출하라는 미션을 준다. 카일 이야기는 빨간 클립을 물물교환해 최종으로 집 한 채를 산 실화다. 학생들이 어떤 일을 벌여왔는지는 책 속에서 확인 가능하다.

 

저자는 다양한 미션을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생각으로 발전하고, 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회와 가능성을 접근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교에서 알려주는 이야기지만 학교 밖에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패자 이력서를 작성해보며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정리해보는 일을 계속 업데이트하라고 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배운 규칙은 사실상 사회에서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지키지 못할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란 울타리는 안전한 모범사례만 들려주고 있다. 동화를 들려주고 '그래서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낸다. 그 이훼 부부 싸움을 했거나 육아 문제, 성격차이, 경제적 문제로 이혼했을지 모를 현실성을 쏙 빼놓고 말이다. 틀에 박힌 이론만 설명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막상 학교와 사회의 차이에 혼란이 가중되겠지만 기본을 갖추고 있고 실패의 경험을 쌓았다면 이겨낼 수 있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하루가 실험의 연속이고 실패를 통해 경험을 얻었다면 훗날 통찰에 쓰일 유용한 데이터를 가득 쌓은 것이다.

 

그 예로 서문에 나온 한국 학생의 고민이 와닿았다. 정답이 하나인 답안지의 동그라미를 채우는 현실, 객관식 시험에서 자신이 틀린 문제의 정답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소개하며 자신조차 답을 찾기 힘든 문제였다고 꼬집는다. 이는 수치화할 수 있다고 해서 모두 중요한 것은 아니며, 중요하다고 해서 모두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다. 여전히 우리나라 교육이 외국과 다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학교 졸업과 동시에 앞에 놓인 삶의 불확실성에 불안해하지만, 그 불확실성은 이후로도 '절대'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갈 때, 새롭게 사업을 시작할 때, 새로운 사람을 사귈 때, 아이를 가졌을 때, 은퇴할 때 등등, 우리는 인생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늘 불확실성과 마주하게 된다. 그 모든 결정과 행동의 순간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맞닥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기회도 만난다.

p165

책에 제시된 창의성을 점차 넓혀 일상에 대입해 볼 수 있다. 개인, 팀, 조직으로 말이다. 이때 혁신적인 아이템이나 가치를 양산할 수 있다. 기회는 가까이에 있다. 다만 발굴하지 못했을 뿐이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장애물과 마주친다. 이때마다 한 가지 답안을 가진 사람보다 여러 답안지를 선택해 고를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그래서 늘 사회의 통념이나 이론에 항상 의문부호를 갖고 의심해보는 성향도 추천한다. 주변에서 괴짜나 관종이란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개의치 말고 확고한 관점이 있다면 밀고 나가는 건 어떨까?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기회를 찾고 우선순위를 조절하며 실패를 통해 쌓은 노하우는 당신 삶을 지탱해줄 것이다. 이는 스무 살뿐만이 아니라 서른마흔 죽을 때까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습관으로 삼아야 함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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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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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은 권력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상대방에게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살아간다. 권력을 좋아하는 한 인간은 결코 유혹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외모의 매력은 금방 식는다. 유혹의 힘은 내면 그러니까 얼마나 심리게임에 능하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의 목적은 명확하다. 인간 관계 법칙을 욕망으로 풀어냈다. 인간 관계의 법칙이라 쓰고 상대의 마음을 장악하는 유혹이라 부른다. 친구, 직장, 연인 등등 관계에서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인싸가 되고 싶다는 것. 매력적인 유혹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관계를 주도하기 위한 9가지 유형이 흥미롭다. 관계가 주도자의 예시를 들어주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자질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인간관계에서는 금기, 터부 위험한 것, 약한 것을 동경하는 성향이 있다. 이를 이용하면 관계의 우의에 설 수 있다.

 

먼저 세이렌이다. 사회적인 역할과 모습에 억눌린 남성에게 강한 해방감을 주는 유혹자다. 실제로 클레오 파트라가 유명하며 남성의 욕망을 자극해 지배하는 존재다. 

 

두 번째는 레이크(The rake)다. 레이크는 여성이 원하는 환상의 유혹자다. 억눌린 욕구를 해방시키는 정열가로 옴므파탈의 상징이다. 어둡고 억압된 욕구를 건드린 사람으로 유명한 상징은 돈 후안이라는 전설적인 바람둥이다. 여성편력이 심했던 피카소나 시인 바이런도 있다. 레이크는 사회가 여성에게 허락하지 않는 통념을 제공한다. 결혼과 동시의 남편의 소유 갇힌 인생을 살았던 여성들에게 자신에게 전폭적인 관심을 기울여 줄 환상의 남성이다. 때문에 레이크는 외모보다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분위기, 언변 등에 능해야 한다.

 

세 번째는 아이디얼 러버(The ideal lover)다. 낭만, 모험, 정신적인 교감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혹자를 카사노바다. 정치가 역시 이런 방법으로 막강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케네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모험 정신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 평화봉사단이고 위대한 국가라는 이상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정치가는 과거 역사를 파헤쳐 잃어버렸거나 억눌린 이상을 찾아 그것을 새롭게 제시할 때 대중을 유혹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선거철에 정치인의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라. 따라서 아이디얼 러버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잘 관찰해 갈구하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변신시키는 능력도 능수능란해야 한다. 항상 환상을 심어주어야 하며 그게 깨질 때 인기도 시들해진다. 꼭 아이돌이나 연예인 같다.

 

 

영화 <네 기수의 묵시록> 스틸컷, 루돌프 발렌티노

 

 

댄디는 희귀하면서도 아름다운 꽃과 같다. 댄디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을 만큼 아름답고 신선한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통속적이어서도 안 된다. 현실을 비웃으며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완전히 초연해야 한다.

p57

 

네 번째는 추종자를 불러 모으는 중성의 마력을 지닌 댄디(The dany)다.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려 하지만 버거울 때가 많다. 이때 댄디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유혹적인 존재다. 한 가지 유형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여성과 남성의 특징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함을 만들어 간다. 무성영화 시대를 풍미했던 루돌프 발렌티노는 중성적인 매력으로 사랑을 받았다.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이 혼합되어 있는 살로메의 모습은 뭇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남성적인 여성 댄디가 제공하는 금지된 쾌락을 거부할 남성은 거의 없었다. 터부시하는 동성애를 하는 듯한 착각까지 빠지게 하기도 했다. 댄디는 외모뿐만 아니라 자신의 환경을 꾸미거나 먹고 마시는 격조도 잊지 않는다. 때문에 팬덤 형성은 기본이고 남이 뭐라 하든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앤디 워홀이나 오스카 와일드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다섯 번째는 내추럴이다. 어린아이의 특성을 보여주는 연약하며 가식 없고 솔직한 타입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의 특성을 그대로 가진 유혹자를 말한다. 저자는 어린아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부모에게 아양을 떨거나 애처로운 눈빛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내추럴의 자연스러운 매력 앞에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빗장을 열고 저항할 수 없게 된다. 대표적인 인물은 찰리 채플린이다. 어린아이같이 연약한 외모와 천진한 표정은 잃어버린 세상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영화 <팩토리걸>의 앤디 워홀(가이 피어스)

유혹이란 사람들을 끌어들여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만드는 과정이다. 인간은 진공 상태를 싫어하는 본성이 있다. 감정적인 거리감이나 침묵을 못 견뎌 한다. 그래서 그 빈 공간을 말과 열정으로 채우려 한다. 워홀처럼 뒤로 한걸음 물러서면 사람들은 스스로 다가오게 되어 있다.

p72

 

 

                            

여섯 번째는 코케트(The coquette)다. 밀당의 귀재라고 할 수 있으며 나르시시즘에 빠진 자기만족형 유형이다. 상대가 완전히 걸려들 때 가지 기다리고 줄 것처럼 그러다가 빼앗아가고, 부드럽고 너그럽다가도 냉정해지는 타입이다. 적극적으로 유혹하기보다는 마음을 주는 척하다가 뒤로 물러서는 타이밍의 귀재다.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를 반복하는 코케트의 매력을 가졌다면 상대의 애간장을 녹일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을 앤디 워홀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모순된 감정으로 괴로웠다. 타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적극적일수록 효과가 없자. 본래의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갔고 그런 모습에 열광했다.

 

세상은 자신을 내세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반대의 성향을 가진다면 주목받기 충분하다. 코케트의 냉소적인 침묵은 오히려 말 걸고 싶은 호기심을 부추긴다. 자신을 드러내다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어 신비주의를 풍기고 코케트 전술은 집단을 상대로 할 때 효과적이다. 이때 감정적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사이비 종교인의 형태가 코케트 유형이 아닐까 생각했다. 신천지 이만희처럼 말이다.

 

일곱 번째는 차머(The charme)다. 차머는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의 마음과 고통을 이해하고 기분을 맞춘다.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차머는 사람들의 약점, 허영심과 자긍심을 겨냥해 유혹하는 유형이다. 장제스 앞에서 자신을 낮춘 저우언라이가 대표적이다. 차머는 상대방의 관심을 사로잡는 행동을 통해 그들을 매료시킨다. 때에 따라 움츠릴 때와 일어설 때를 의지에 따라 완벽하게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여덟 번째는 카리스마 유형이다. 카리스마의 특징은 대다수 사람에게 결여된 자신감, 성적 에너지, 뚜렷한 목적의식, 충만한 만족감이다. 때문에 대중문화의 오랜 인기 캐릭터이자 탁월한 존재로 비친다. 잘 알려 있지만 대중을 이끄는 놀라운 흡입력을 갖추었다. 말콤 엑스가 유명한 타입이다. 몸짓과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실어 나르는 전달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사람들이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한 무엇을 대신 말해 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카리스마의 어원은 종교에서 기원했다. 신의 은총으로 받은 은사, 또는 재능을 의미하는데 신의 은총을 기적적으로 나타내는 능력자를 카리스마로 부르기 시작했다.

 

 

 

아홉 번째는 스타다. 대중이 환상과 꿈을 좇고 도피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제대로 파고드는 사람이다. 빼어난 용모와 스타일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까지 신비롭고 화려한 결정체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스타들을 예로 들 수 있다. 할리우드 방식을 따른 케네디는 누구를 대하든 매혹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제임스 딘, 게리 쿠퍼 같은 배우들의 분위기와 표정을 모방하기도 했다. 인종, 성, 신분, 종교, 정치 등 전방위적인 인기를 얻으려면 신화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모 연구부터 실행되어야 하면 초연한 태도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행동도 개발해야 한다. 사람들은 신화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자신을 위대한 드라마 영웅으로 부각시킬 주 알아야 한다. 닮고 싶은 대상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내적 투사'가 진행돼야 스타가 될 수 있다.

 

책에 서술된 아홉 가지 유형을 시의적절하게 이용하면 인싸되는 건 시간문제겠다. 그렇게 파트 1에서 이론을 배웠으면 파트 2에서 이론을 바탕으로 관계를 주도하는 24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이 책 구성 기막히다. 전반부는 이론 설명 후반부는 전략 구성 이제 책에서 배운 대로 실전에 투입하면 된다. 과연 내가 잘 적용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을 지경이다.

 

그냥 독서했을 뿐인데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귀중한 팁을 얻은 것 같다. 사랑을 얻기 위해 상대의 마음을 흔들거나 선거를 위해 표심을 잡고, 상사나 후배, 사장님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해 보인다. 게다가 재미있고 흥미롭다. 할리우드에서 스토리 작가로 활동해서인지 글이 깔끔하고 가독성도 있다. 마치 가십거리가 가득한 잡지를 읽는 듯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심리전의 기술이 책 한 권에 모두 녹아들어 있다.

 

끝으로 로버트 그린의 3부작으로 알려진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도 곧 읽어볼 예정이다. 이 책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정말 정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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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몇명 스토리 1
윤종문 지음,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총몇명 원작 / 아이세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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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시국, 한 치 앞도 내가 보기 힘든 상황. 밖에 나가는 게 큰 결심이 되어버린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았다.

 

 

넷플릭스 탈탈 털어보기, 독서 이 두 가지를 돌려 막기로 무한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 답답) 취재처에서 취소 문자, 메일도 계속되고 어디 나갈 수가 없다. 집콕이 방법이라 급 다운된 기분을 업시키기 위해 집어 들었던 코믹북.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다가 배에 근육 잡히는 줄 알았다. 이 괴상한 만화책은 어디 있다가 나온 거지? 난 왜 총몇명의 존재를 몰랐던가.

 

단순한 그림체, 예쁘다거나 귀엽다는 최소한 매력이라도 어필해야 할 그림은 아웃오브안중이다. 이 만화는 스토리로 승부 보는 콘텐츠다. 캐릭터를 단순화하고 희화화, 과장해서 망가트리는 대신, 깊이를 알 수 없이 쫀쫀한 스토리가 빠져들게 만든다. 기가 막힌 스토리 구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뿌려놓은 떡밥은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수거한다. 어이없는 이야기도 집중하게 만들고, 스쳐 지나간 캐릭터 하나까지도 허투루 쓰지 않고 재활용한다. 때문에 앞 장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만드는 마성의 코믹북이다. 풍부한 스토리와 캐릭터의 연결성, 절대 놓치면 안 될 사소한 디테일까지 신경 쓴 걸작이 하겠다.

중반부터는 너무 재미있어서 줄어드는 페이지가 안타까울 정도였다. 바로 앞장에 있는 큐알 코드로 유튜브까지 모든 화를 섭렵했다. 만화 컷으로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와 스피디함은 5분여 짜리 영상도 걸작이 될 수 있다는 애니메이션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총몇명 스토리'는 224만 구독자를 가지고 있으며 민모리네 가족들과 나천재를 둘러싼 모종의 음모, 공포, SF, 병맛, 코믹 스토리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장르의 전환이 수준급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민모리의 수능 전날부터 시작하며 수능괴담, 시간여행, 크리스마스 악몽, 한밤의 납치, 공포의 귀성길 등 유튜브 콘텐츠 순서와 같다. 하지만 단행본 코믹스만의 장점이 있다. 중간에 들어간 총몇명 덕후능력평가라든지, 떡밥 수거하는 복선 찾기나, 월간 아무 말은 기가막힌 별책부록이다.

 

 

흔히 '시간 가는 줄 모른다'라는 말을 쓰는데 이 책이 딱 그에 맞는 책이었다. 연일 시시각각 흉흉한 불안감이 커지는 시국에 집에서 잠깐이나마 즐거움을 찾게 돼서 오히려 고마울 다름이다. 기분 좋은 중독 꽤 오랜만이었다.

 

 

《총몇명 스토리》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 앞 날개의 큐알 코드를 스캔해 유튜브로 보면 좋다. 시간순각 지금까지 연재된 모든편을 쭉 봤단 말이다. 하지만 소장하는 맛도 쏠쏠하지 않겠나? 현재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면 나 천재의 트레이드마크 'oh my god 김치'뱃지와 캐릭터별 북마크를 증정한다. 이번 기회에 소장의 기쁨과 굿즈까지 챙겨가길 바란다. 진심이에요.

se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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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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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영화 <빈폴>이 이 책에 영감받아 제작되었다고 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저자는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쓴 르포르타주다. 일명 목소리 소리라고 일컫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사례기도 한데 다년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사람들은 인터뷰했지만 단순한 Q&A 형식이 아닌 생생한 목소리가 전해지는 형태였다. 인간이 벌인 가장 잔인하고 추악한 전쟁의 얼굴은 여성의 얼굴도 인간의 얼굴도 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짐승만도 못한 악마의 얼굴이었다.

 

 

 

 

전쟁에 참여하고 살아있는 여성들이 들여주는 생생한 증언이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 지어낸 이야기라고 믿고 싶을 정도의 힘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치 내가 그 전쟁터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다. 소설 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에 책장을 넘기가 버겁고 힘든 적은 처음이었다. 또한 이 책의 이야기는 철저히 승자와 남성의 편에서 서술되지 않고 이름 없이 사라져갔던 전쟁의 목격자나 참전인을 이야기를 통해 살려내는 과정이다. 경이로운 점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 고통을 오랫동안 삶 속에서 짜내 뽑아낸 경험이라는 것이다. 도려낼 수 있다면 살을 파서라도 하고 싶었을 경험을 들려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다. 때문에 인터뷰에 응한 200여 명의 여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전 세계는 여성들의 능력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영국군 22만 5천 명, 미국군 45만~50만 명, 독일군 50만 명 등, 여자들은 이미 서계 여러 나라의 군대에서 병종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었다.

p7

기록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참전한 전쟁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10대 소녀들까지 전쟁으로 내몰았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 가슴 아프다. 남성들과 동등하게 싸운 여성, 간호사, 성폭행, 생리, 여성의 몸으로 무슨 전쟁이냐는 비아냥을 감수하면서도 국가에 보탬이 되고자 전쟁터로 향했던 여성들의 비화를 들을 수 있다.

 

 

책에는 남성들이 전쟁에서 돌아왔을 때 들려주는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내가 어떤 전투에 참여했고, 무엇을 했냐는 영웅담화를 꺼내드는 주류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히 때로는 격분하는 어조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같은 여성으로서 중간지대의 출산을 앞둔 여성을 도운 이야기, 다리 사이로 흘러 내려오는 피를 아무렇지도 않게 참아 내야 하는 이야기, 여성 화장실이 없이 바다에 뛰어든 여성, 여성들에게 보급되지 않는 속옷, 생리대 없이 남성의 발싸개를 만들어 입거나 대충 때워버리는 상황, 사람을 처음 죽이고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어떤 소녀, 전장에서도 예뻐 보이고 싶은 철없는 아가씨, 두고 온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 전쟁이 끝났지만 붉은색이라면 치가 떨려 차마 정육점이나 장 보러 다니지 못한 여인, 달의 전사 소식을 믿지 않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머니, 살아 돌아온 딸을 몰라보고 손님 대하듯 하는 어머니. 그런 딸을 다른 딸들 장례 때문에 떠미는 어머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여성의 고통이 전쟁과 함께였다. 그 고통은 다른 가족에게 전염되고, 자식들에게 대물림되었다.

 

 

저녁에 다들 둘러 앉아 차를 마시는데 시어머님이 내 남편을 부엌으로 데려가더니 우시는 거야. '지금 누구랑 결혼하겠다는 거냐? 전쟁터에서 데려온 여자라니..... 너는 여동생이 둘이나 되잖아. 이제 누가 네 여동생들하고 결혼하겠니?'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

p549

1983년 이 책의 집필을 끝냈으나 2년 동안 출판되지 못했고 1985년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35개국 언어로 번역돼 읽혔으며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팔렸다. 그동안 영화 소설, 르포르타주 등에서 다뤄온 여성은 조력자, 희생자였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당당한 전쟁의 참전자로 기록되지 못해 아우성치는 에코 같은 존재였다.

 

 

천만다행인 것은 저자의 끈질긴 자료조사와 인터뷰 끝에 그녀들의 경험이 문서화될 수 있었다는 거다. 그동안 남성의 목소리로 기록된 역사를 여성의 목소리로 듣는다는 색다르고 아픈 경험을 기꺼이 분담하길 바란다. 이 책은 추천을 떠나 무조건 읽어봐야 하는 필독서라 하겠다. 여성은 참전했지만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고 앞으로도 전쟁을 멈추지 않을 사람들의 추악한 욕망이다.

 

전쟁터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우리가? 우리는 그랬어. '아, 끝까지 살아남디만 한다면..... 전쟁이 끝나면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아,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질까! 이처럼 철저한 고통을 이겨냈으니 이제 사람들도 서로 가엾게 여기겠지. 서로 사랑할 거야. 달라질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니까. 철석같이 믿었지.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 미워해, 다시 서로를 죽이고, 나는 그게 제일 이해가 안 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우리는....... 우리는 도저히 그게....

p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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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 이야기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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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 이야기》는 잃어버릴뻔한 짝에 대한 애틋한 러브레터다. 빨간 장갑 한 켤레는 두 짝일 때 온전해진다. 한 짝, 한 쌍, 커플 등 둘일 때야 하나가 되는 연인,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흑백의 그림체에서 유독 빨간색으로 칠해진 몇몇 장면들이 진한 인상을 주는 한편 사랑의 색깔 빨강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장갑 주인 트리누는 오른쪽 장갑이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왼쪽 장갑은 주머니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다른 한쪽이 차디찬 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알아챘다. 일심동체라고 했던가. 장갑은 한쪽일 때 장갑이라 부를 수 없다. 두 짝이 다 손을 감싸줄 때 진정한 장갑의 쓰임새를 느낄 수 있다.

 

 

 

 

 

 

가끔 땅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버스 정류장, 지하철 승강장에 덩그러니 떨어진 장갑을 마주할 때가 있다. 두 짝 다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외롭고 쓸쓸하게 한쪽만 남아 있다. 장갑 주인은 한 짝을 잃어버린 곳을 알고 있을까. 장갑을 찾아 되돌아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홀로 남겨진 한 짝이 쓸쓸해 보인다.

 

새가 둥지로 물어가면 그나마 행운이다. 대부분은 축축하고 싸늘한 바닥에 남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더러워지고 망가진다. 한 짝으로 버려진 장갑의 운명은 대부분 방비 상태다.

 

 

 

 

 

 

 

 

 

 

 

 

 

지난겨울 트리누는 내내 눈싸움을 하느라 장갑이 마를 날이 없었다. 흠뻑 젖은 장갑을 난로 위에 올려두고 말렸더니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해 흐물흐물해졌다. 그래도 트리누는 빨간 장갑을 아껴주었다. 그날 바닥에 떨어 트린 건 순전히 실수였다.

 

 

코드 속에 있던 왼쪽 장갑은 트리누의 친구 마레의 떨어진 장갑의 공포를 직접 봤다. 그래서 결심했다. 혼자서 있느니 차라리 오른쪽과 함께 하겠다고. 그렇게 주머니에서 빠져나오기로 결심하고 힘껏 몸을 비틀어 떨어졌다. 바삐 길을 가던 트리누는 장갑이 없어진 것을 알고 가던 길을 멈춰 되돌아갔다.

 

 

 

 

오른쪽과 왼쪽은 다시 상봉했고, 각자 외투 주머니에 안락하게 들어와 마음이 놓였다. 매번 겨울이 되면 장갑 한 쌍을 온전히 내년 겨울까지 보존해본 적이 없었다. 덜렁거리는 탓에 한쪽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는데 그림동화가 내 이야기 같아 공감하며 읽었다.

 

에스토니아의 절제된 그림체에서 오히려 집중력을 커진다. 단순한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빨강의 존재감. 우리들의 마음에도 빨간 성냥불을 지핀 것 같다. 곧 봄이 올 것이다. 마음에 들여놓은 작은 불꽃이 따스한 온기가 되어 봄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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