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무대 위의 문학 1
하타사와 세이고.구도 치나쓰 지음, 추지나 옮김 / 다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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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사립여중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 하나가 교실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를 최초 목격한 도다 선생은 신고하고, 반 아이들을 불러 사정 청취를 하던 중 편지가 한 통 도착한다.

도다 선생 앞으로 온 이노우에 미치코의 편지. 이윽고 유서에 담긴 같은 반의 다섯 아이의 부모가 소환된다. 편지에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고 사과도 해봤지만 따돌림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2학년 3반. 시노, 미도리, 노도카, 레이라, 아이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소설 속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다섯 아이의 부모와 교사만 등장한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어른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부모들은 철저히 이기적이다. 내 아이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유서를 마음대로 태워버려 없던 일도 하자고 한다. 학교 측 입장도 난처해지니 함구하자는 거래였다. 내 아이가 괴물이면 부모는 악마가 되어야만하는걸까.

설왕설래하던 시각. 2학년 1반의 이시이 가나코와 어머니가 도다 선생을 찾아왔다. 선생이 나가자 부모들끼리 호구조사며 죽은 아이 부모 폄하까지 하기 시작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따돌림당한 부모의 잘못까지 추궁하는 중이다.

그렇게 얼마 후 나갔던 도다와 교장선생은 그 학생에게도 고맙다는 말과 다섯 아이 이름이 적힌 편지가 왔다고 들고 왔다. 그걸 또 찢어 삼켜버리는 학부모. 어떻게든 내 아이의 허물은 없애고 싶은 비뚤어진 마음이다. 편지는 하나가 되었든 둘이 되었든 없었다고 말하자는 태도였다. 하지만 편지는 또 있었다. 미치코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신문보급소 점장도 편지를 들고 학교에 찾아왔다. 이에 따라 따돌림의 전말이 드러난다.


부모 중 한 사람은 내 자식이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잔인하게 괴롭혔다는 걸 납득할 수 없었는지, 부정하다 못해 미움받을 이유가 있다고 단언한다. 괴롭힘당해도 싸다니.. 부모 인성조차 제대로 생겨먹지 않았다. 그 부모에게 태어난 아이들이 뭘 보고 배웠을까.

더 나아가 애초에 집단 따돌림은 없었고 있었더라도 우리 애들과는 상관없다는 식. 인정하면 안 된다는 태도다. 자식이 잘못했다면 꾸짖고 혼내서 바른길로 안내해야지 허물 감싸기는 옳지 않다. 잘못이라면 죗값을 치러야 하고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이 부모들은 왜 그게 힘든 걸까?

그나마 노도카의 할아버지인 시게노부만이 손녀가 힘들어했다는 말를 꺼내 사건을 반전시키지만. 할머니 도모코가 손녀에게 따로 입 다물란 말을 한 탓에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서로 모르쇠로 일관하자며 증거사진까지 지우고 함구하려 했던 거다. 조금 전까지 죽은 아이의 과대망상이라 주장했던 것도 빼도 박도 못하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부모들은 이제 어떻게 할까?

이제는 논점 자제가 옮겨졌다. 이 이야기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애가 가해자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인 부모는 잘잘못을 떠나 무조건 싸고 돌아야만 할까?부모의 정의의 새로운 시각을 던지며 큰 파장을 낸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정의로 내 아이를 지킬 수 없다면 갖은 편법이라도 써 지켜주는 게 맞는 걸까? 은폐하려는 갖은 방법으로 분노 유발이 장전되는 이야기다.


이 실화 같은 이야기는 먼저 일본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소설로도 각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학교폭력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도 큰 파장이 될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가해 학생을 넷으로 줄이고 부모 직업을 수정, 한국 정서로 각색했다. 낭독 연극이란 독특한 콘셉트로 올려진 극을 영화로 풀어내는 데 장단점이 있을 것. 어떻게 했을지 몹시 궁금하다.

사실 영화는 5년 묵은 창고 영화다. 당시 출연 배우 사생활 논란과 팬데믹까지 겹쳐 5년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유효한 이야기다. 내 자식만 중요,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 사라지지 않는 학교폭력은 진행형이기 때문.

김지훈 감독이 원작자에게 유일하게 마음을 얻었던 데는 <화려한 휴가> 때문이라고 한다. 김지훈 감독은 <7광구>, <타워>, <화려한 휴가>, <싱크홀>을 만들었다. 일본에서도 영화화 논의가 많았지만 아무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김지훈 감독의 영화를 보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한다. 원작자 하타사와 세이고는 교사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명의 연극이 올려진 바 있다. 깨어 있는 일본의 지식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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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4-24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7일 개봉이군요. 기대되는 영화네요.
일본 원작이군요. 연극에 이어 영화적인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단 널리 오래 퍼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doona09 2022-05-17 11:08   좋아요 1 | URL
네 ^^ 제가 이 글을 너무 늦게 보았네요. 영화로 나온 거 저는 잘 보았답니다. ^^ 각색을 잘 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