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펭귄클래식 136
이디스 워튼 지음, 김애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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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이디스 워튼'의 소설로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를 보기 전에 읽었다. 겉으로는 미국 상류층 한 남성과 두 여성과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그들의 오만의 위선에 대한 풍자를 보태고 있다. 남성 화자를 통해 빌려 하고 있는 여성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유럽에서 살며 이혼을 위해 본국으로 돌아온 올렌스카 백작 부인은 사랑 없는 결혼을 했던 워튼의 페르소나다.

 

실제 워튼은 1826년 미국 뉴욕의 존스 가문에 태어나 유럽 각지를 돌며 문학적 감수성을 익혔다.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1965년 테디와 결혼했지만 불안한 결혼 생활로 신경쇠약을 앓는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유럽을 여행했으며 이를 글쓰기로 옮겨왔다. 1차 세계대전 때는 프랑스에서 전쟁 구호 활동을 벌였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21년 여성으로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27,28,30년 세 차례에 걸쳐 노벨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1913년 남편과 이혼 후 1937년 프랑스에서 사망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시민의 여신'이나 '그리스의 여신'을 위해 모델로 선택받은 인물처럼 보였다. 그녀의 흰 피부 아래 너무나 가까이 흐르는 피는 파괴적인 요소라기보다는 보존액같이 보였다. 그리고 파괴할 수 없는 젊음의 표정은 엄격함이나 바보스러움이라기보다는 원시적으로 순수한 느낌을 주었다."

P219

 

단아한 외모와 순수한 감성을 지닌 '메이 웰랜드'와 약혼한 변호사 '뉴랜드 아처'는 결혼을 앞두고 메이의 친척인 '올렌스카'백작부인을 만난다. 올렌스카 백작부인은 여성의 이혼이 허락되지 않는 시대 이를 위해 본가로 돌아온 예비 돌싱이었다. 포악한 남편을 피해 돌아왔지만 누구도 이유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주변의 수군거림과 가족마저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혼해서 백작 부인까지 되었으면서 다시 엘런 밍곳이 되어 노처녀로 살아가려 든다며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나무란다.

 

뉴랜드는 올렌스카 백작 부인(엘렌 올렌스카)을 만나기 전까지 아처는 불편한 없는 부유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세상이 부러워하는 아름답고 순수한 신부와 가문의 얻고 편안한 삶을 영위하면 되는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어쩐지 약혼을 했을 뿐인데 결혼식까지 남은 시간 형기를 곧 짊어져야 할 죄수처럼 답답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결혼 후 살게 된 이스트 29번가 집을 둘러보는 아처는 '남은 삶 동안, 매일 저녁 황록색 철제 난간 사이를 걸어 올라 폼페이식 현관을 통과해 니스칠이 된 노란색 징두리 벽판이 둘린 거실로 들어갈 것이다'라고 신혼집을 본 감상을 읊조린다. 화려하고 완벽한 결혼과 이들의 생활에 환멸의 징조가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메이의 부탁에 올렌스카 부인을 돕다가 독특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녀를 만나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미국과 유럽의 두 문화를 경험한 그녀는 상류층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실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여성이었다. 그녀를 만나며 자신의 온전하고 안전한 세상은 그저 축복받은 운에 불과했고, 세상에는 더 많은 이야기와 어둠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간다. 뉴랜드가 '순수'하다고 느끼는 세상은 그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만든 위선임을 깨닫는다.

 

따라서 메이는 모든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상징적인 존재다. 뉴욕에서 가장 아름답고 명망 있는 가문의 여성을 독차지한다는 것, 뉴욕 사교계 중에서도 성격도 좋고 이성적인 여성과의 결혼은 한 치의 오차도 의심도 없는 분에 넘치는 일이었다. 단순히 결혼 전에 드는 일종의 심리적 압박이라, 잠시 불러온 바람이라 곧 식어버리고 지나갈 것이라 생각한 뉴랜드는 백작 부인과 결혼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마저도 사치라 느끼며 메이와 결혼한다.

 

때문에 백작 부인은 가장 애처롭고 가슴 시린 아픔을 주는 유령으로 남아야 했다. 가려진 세상에 눈을 떴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백작 부인과의 관계를 눈치챈 웰랜드 가문은 그를 압박하기에 이른다. 결국 백작 부인을 사교계에서 추방한다. 이를 알고 뉴랜드는 뒤따라 가려 했지만 메이의 임신 소식에 발목 잡히게 된다. 자신은 현실에 체념하며 과거를 고이 포장해 순수의 시대로 묻어 두었지만 훗날 아들을 통해서 다가올 희망의 세대를 예고한다.

 

어쩌면 '바람',' 불륜'이란 선정적인 단어를 우아하고 아름답게 격상 시킨 문학이 《순수의 시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따지고보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누구나 뉴랜드 같은 상황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랑을 택하기란 어리석은 일이기에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잃을 것도 많기 때문에, 자로 재고 따져보고 계산해 봐도 답이 뻔히 나오는 상황에 올인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뉴랜드, 메이, 엘렌 세 캐릭터 모두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며 공감할 수 있는 이입력이 크다. 아마도 이디스 워튼 스스로 사회의 모순과 아둔함을 질리도록 했던 경험을 토대로 썼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란 누구나 살면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영원히 가슴속에 박제해 두고, 가끔 꺼내볼 사치를 누리는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우리는 '추억'이라 부른다지.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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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J 2021-12-1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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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J 2021-12-1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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