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월 10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정권 교체를 이뤄낸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의 임기를 시작하는 날이다.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대통령 내외분이 입장하는 동안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제 1 번이 연주되었다. 영국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된 음악이다. 비록 대관식이 열리지 않아 연주는 없었던 일이 되기는 하였지만 현재는 영국민들한테 제 2 의 국가로 인정 받고 있다. (앞서 이 곡을 소개하는 페이퍼를 쓴 적이 있다.)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1812년 서곡˝은 웅장한 관현악곡이다. 작곡 배경은 이렇다. 1880년 완공을 앞두고 있던 모스크바 그리스도 구세주 대성당에서 그 이듬해에, 알렉산드르 2세가 즉위한 지 25 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서 1812 년 러시아에서 나폴레옹 군대의 격퇴를 기념하는 기념식에서 이 곡이 연주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원래 제목은 ˝축제 서곡 1812년˝이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2세의 갑작스런 죽음, 대성당의 완공 지연 등으로 계획된 기념식은 열리지 못했고 연주도 성사되지 못하였다.
귀동냥으로 아는 바로는, 미국 역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이었다. 야외 음악회가 열리면, 실제 대포를 사용하여 피날레를 위한 축포를 쏘기도 한다. 러시아 음악이지만, 미국인도 좋아하는 것이다. 축하 의식을 위한 음악으로 이만한 음악이 없다.
야외 음악 중 최고 걸작, 헨델의 ˝왕국의 불꽃놀이 음악˝ 역시 축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1748 년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이 종식되고 엑스라샤펠 조약(Treaty of Aix-la-Chapelle)이 체결되었다. 영국 조지 2세는 8 년간의 전쟁에서 해방된 기쁨을 축하하기 위해 불꽃놀이 행사를 열었다. 특히 국왕은 군대용 악기로 연주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호응하기 위해 헨델은 트럼펫 9대, 호른 9대, 오보에 24대, 파곳 12대, 팀파니 3쌍, 작은 북 2대 등 57인의 대합주 편성으로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을 작곡하였다. 불꽃놀이 행사는 화재로 인해 큰소동으로 끝났지만, 음악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헨델은 직접 연주회용 관현악곡으로 개정하였고 이후 모음곡 형식으로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다. 헨델의 ˝왕국의 불꽃놀이 음악˝ 모음곡은, 제 1 곡 서곡, 제 2 곡 부레, 제 3 곡 평화, 제 4 곡 환희, 제 5 곡 미뉴엣으로 구성된다.
마이어베어 오페라 ˝예언자˝ 중 대관식 행진곡이 취임식에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그리고, 베토벤 ˝합창˝ 교향곡과 환희의 송가 역시 지금 이 때를 위한 음악이지 싶다. 제 4 악장에서 실러의 시를 노랫말로 삼으면서 베토벤이 직접 써넣었다는 가사가 시우(때를 알고 내리는 비)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 벗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오! 좀더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환희여…˝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고 신명을 북돋우는 클래식 음악을 생각나는대로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