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데르 형사는 첫 사건을 수사하기 전에 모차르트의 아리아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좀처럼 풀리지 않는 연쇄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에 짬을 내서 푸치니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앞서 행복감을 되새김질한다. 작가는 발란데르 형사가 사건 수사로 지쳐가는 현실과 대비되도록 휴가, 아버지와 여행 계획 등 동경을 그리고, 망중한 속에서 행복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로 음악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백여 쪽을 읽는 동안 음악이 두 번 언급되었다. 모차르트에 이어 푸치니 음악. 그러나 푸치니 음악으로 퉁칠 뿐 곡명이 없다. 아마도 푸치니 오페라 중 아리아일 것이다. 게다가 유명한 곡일 가능성이 크다. 음악이 속한 문장을 다시 읽으면서, 밤에 편안한 느낌으로 들을 수 있는 곡들을 추리고 추려도 서너 곡은 된다.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별은 빛나건만˝,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을 들었다. 책을 읽다가 말고 푸치니 음악을 찾아 듣느라 분주했던 밤을 보냈다.

그날 밤 발란데르는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창문을 열고 따뜻한 여름 밤공기를 맞았다. 전축에는 푸치니의 음악을 틀어놓았다. 위스키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따랐다. 살로몬손의 농장을 찾아갔던 날 오후의 행복,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기 전에 느꼈던 그 행복을 조금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중략) 그는 손이 닿는 곳에 위스키 잔을 놓은 채, 음악 소리와 여름밤의 공기에 맞춰 살짝 잠이 들었다. (2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고양이라디오 > 밥딜런 Blowing In The Wind (가사, 해석 포함)

이번 주에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해서 화제다. 책에 일가견이 있고 전문지식과 문학적 소양을 두루 갖춘 북플 이웃들한테도 낯선 소식인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가 팝 가수인데도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수상자로 선정되었음을 전하는 TV 뉴스를 통해 그의 근황을 볼 수 있었다. 올해 나이 75 세. 그 정도 된다 싶다. 내가 그의 노래를 처음 들어본 것이 대학에 진학하고난 직후였다. 그럭저럭 30 년 전의 일이 돼버렸다. 이참에 내 나이가 얼마더라. 간만에 내 나이를 맞춰보고, 내 나이에서 역산도 한 번 시도해본다. 그러나 숫자는 무의미할 뿐이다.

1960 년대 미국에서 반전운동에 앞장 섰다는 이력을 전해 듣고, 밥 딜런, 그한테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나지만, 당시 정보가 부족하였던 때라서 자세히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한참 동안 그의 노래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거의 매일 들었던 같다. 반전평화를 주제로 삼은 노랫말이지만, 시를 노래로 만든 곡이라고 느꼈었다. (고양이라디오 님이 쓰신 ˝밥딜런 Blowing In The Wind˝ 제목의 글에 영어 가사와 함께 노랫말이 번역되어 있다.) 그 후 그가 부른 노래를 잊고 지냈다. 감쪽같이 머리 속에서 없어져버렸다. 이제는 알겠다. 오래 전부터 그의 노래가 있었고, 또 그가 부른 노래의 노랫말이 정말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한편, 문학과 음악을 생각해본다. 고대 그리스에서 연극의 요소 중 시와 선율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밥 딜런은 가수로, 물론 그의 노래 때문에 문학상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가 문학상을 수상한 소식을 들으면서, 그럼에도 문학과 음악이 같은 맥락 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의 감성을 묶는 실타래가 풀려 한 가락은 문학이 되고, 다른 한 가락은 음악이 되었다는 상상을 곁들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10-15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5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0-15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너무 문학적이네요^^

오거서 2016-10-15 12:05   좋아요 0 | URL
어, 그런가요. 밥 딜런 덕분인 것 같습니다. ^^
 
 전출처 : 오거서 > 나를 위한 추천에 의아함

퇴근해서 집에 오니 점심 먹고나서 주문한 책이 배송되어 있다. 역시 알라딘 당일배송!
자, <사이드트랙>부터 읽어야 할 테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오거서 > 나를 위한 추천에 의아함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것은 분명 병이 아닐까 싶다. 병명은 모르겠다. 오늘 「사이드 트랙」 신간 추천 때문에 슈베르트풍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는데 그게 제자리에 머물거나 줄어들기는 커녕 점차 증폭되고 있다. 범죄 소설을 좋아하지 않기에 관심을 두지 않아 몰랐지만 저자 헨닝 망켈과 책 속 주인공 발란데르 형사는 꽤나 알려진 것 같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니…

알라딘 이벤트를 통해 당일에 한해 유효한 적립금을 받았다. (오늘 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고 만다. 천 원도 아닌 이천 원이 말이다!) 독서 지원금을 받은 김에 책을 주문하고 있는 나! 고민 끝에 장바구니에 책 3 권을 담았다. 「사이드 트랙」은 슈베르트 풍을 알아내기 위해 읽을 수 밖에 없겠다. 그리고, 아침에 마르케스찾기 님이 추천하신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그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작가, 하루키의 신작 「여자 없는 남자들」을 골랐다. 이제 나도 소설 좀 읽겠구나.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10-14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지르게 만들죠..ㅎㅎㅎ^^..

오거서 2016-10-15 09:10   좋아요 1 | URL
유레카 님의 말씀대로 되는군요. 결국 질렀습니다. ㅎㅎㅎ

cyrus 2016-10-14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에 `슈베르트 풍`을 보면서 의아했어요. 이 표현 때문에 책이 궁금한 분들 많을 겁니다. 읽어 보시고 `슈베르트 풍`의 실체를 밝혀주십시오. ^^

서니데이 2016-10-14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범죄소설이라 그런지 도입부가 충격적 사건으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슈베르트는 왜 소개되는 걸까요. 궁금해요.^^
오거서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ICE-9 2016-10-15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신뢰하는 작가 중의 하나인 해닝 만켈의 대표 시리즈인 쿠르트 발란더 형사 시리즈 중 한 작품입니다. 시리즈 상 다섯번째 작품인데, 만켈이 팬으로서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군요.
영국 BBC에서 세익스피어 영화를 주로 연출하고 연기한 케네스 브레너를 쿠르트 발란더 역으로 기용하여 시리즈 전부를 드라마로 만들기도 했죠. 소설 읽고 마음에 드시면 드라마를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오거서 2016-10-15 08:47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르케스 찾기 2016-10-22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심 궁금해서ㅋ 음악 문외한인 저는 암만 기억해내도 맑고 밝고 잔잔함이랑 스릴러와 범죄랑 연관짓지 못해서ㅋㅋ 오거서님 말씀대로 행여 출판사의 낚시인지도 모르게 저 역시 낚여, 질러야 하나,, 막~~ 갈등까지ㅋㅋ
오거서님이 올리시는 리뷰를 찾아 읽으며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ㅋㅋㅋㅋ
이번달은 가을 핑게로 사재기한 책들의 비용이랑 영화제의 영향으로 영화비까지ㅠㅠ
슈베르트 풍,,,

오거서 2016-10-22 23:51   좋아요 1 | URL
책 분량의 반을 겨우 읽어내고 있습니다. 페이지는 잘 넘어가는 편인데도 제가 속독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고 시간을 내지 못하니 더욱 느립니다. 게다가 북플에 글도 올리고 댓글도 달고 하니까요. 그래도 밑줄긋기나 클래식음악을 대하면 책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관심에 부응할런지 모르겠습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10-23 00:03   좋아요 1 | URL
키루스님의 ˝슈베르트 풍의 실체를 꼭 밝혀 주십시오˝가 너무 공감되어서 막 웃었어요ㅋㅋㅋ
저만 궁금한 게 아니었군요ㅋㅋㅋ
이 책에 대한 오거서님의 리뷰, 다 읽고 있어요ㅋㅋㅋ
요즘 출판사에서 정말 광고문구를 잘 쓰는지라ㅋ 좋은 독서가 분들을 찾아서 그분들이 쓰신 리뷰를 더 많이 참고하게 되네요ㅋㅋㅋ

오거서 2016-10-23 00:26   좋아요 1 | URL
관심을 가져 주시고 공감하는 댓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를 위한 추천(정확하게는, 추천마법사의 선택) 신간 목록에 이 책이 있다. 책소개 글의 첫 부분에서 반갑고 의아한 단어들을 마주했다.

˝슈베르트풍의 경찰 스릴러 범죄 소설˝

슈베르트 때문에 반가움을 느꼈다면, 경찰 범죄 스릴러는 다소 의외다. 범죄 소설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구입한 적도 없기에 추천 기준이 잘못되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나 싶다. 평소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는 나이기에 이번에 제대로 낚인 것 같기도 하다.

이탈리아풍, 헝가리풍, 독일풍 같은 말은 숱하게 들어봤지만, 슈베르트풍은 처음인 것 같다. 여태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껏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말을 지어내어 범죄 스릴러 소설을 위한 대표 수식어로 갖다 붙인 이유가 무엇인지 자뭇 궁금하다. 슈베르트를 범죄 소설 홍보에 이용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일까… 과연 슈베르트풍은 무엇일까?

이 시리즈가 언제나 그랬듯 <사이드 트랙>이 보여주는 괴멸의 풍경은 차분하고 아름답다. 고통의 순간을 빛나는 선율에 실어 쏘아올려 더욱 큰 감탄을 자아내는 음악처럼. 아마 그 음악은 슈베르트의 곡일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10-14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슈베르트 풍이라면 슈페르트의 특징이나 어떤 특이점, 차이점의 개념은 어떤건지 궁금해집니다..이거 모르면 슈페르트 풍이 무엇인지 개념도 못잡고 있을거 같아서요 ㅎㅎㅎ슈페르트의 작품 강의 부탁해야 겟어요^^..

오거서 2016-10-14 09:25   좋아요 1 | URL
하기야 슈베르트를 잘 아는 사람이 그런 표현을 사용하였을 테죠. 기회가 되면 그 분한테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슈베르트 개념 잡이를 위해서라도 슈베르트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셈이네요. ^^

마르케스 찾기 2016-10-14 09:42   좋아요 2 | URL
제가 아는 슈베르트라면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감상 시험을 치룬 송어(설마 숭어 아니죠?ㅋ), 겨울나그네, 자장가풍의 밝고 잔잔한 음악뿐인지라,,,
그러게요 왠 스릴러에 범죄??
행여 읽으신다면, 괜찮으면 말씀해 주셔요ㅋㅋ 출판사의 추천, 소개가 아닌,, 오거서님 판단은 와 닿거든요ㅋㅋ

오거서 2016-10-14 12:34   좋아요 2 | URL
네, 송어가 맞습니다. 이거 곧잘 헷갈립니다. 슈베르트풍이 범죄와 어울리는 말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왜 있지도 않은 말을 갖다 붙였는지 궁금합니다. 궁금해서 책을 읽고픈 마음이 조금씩 생기네요. 혹시라도 이렇게 낚기 위함인지, 그러면 완전히 낚이는 것인데… ㅋㅋ 마르케스찾기 님까지 책쪽으로 저를 밀어주시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6-10-15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추천마법사의 인공지능은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ㅎ

오거서 2016-10-15 08:43   좋아요 1 | URL
제 생각에는, 추천마법사한테 지능이 없어 보입니다. 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5 10:0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ㅎㅎㅎ 추천하기 쉬울 것 같은데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게 아닐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