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면 이렇다. 인간은 개인적 관점에서는 의미 지향적 삶을, 사회적 관점에서는 사회 친화적 공존의 삶을 살도록 정해진 존재다. 이 둘이 합쳐진 것이 바로 ‘좋은 삶’이며, 다르게 표현하면 ‘인간성’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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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 중 대다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예측하고 거기에 방어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식물의 절묘한 능력에 관해서는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중략)
식물에 대한 편견은 줄이고 인식을 높이는 일은 식물뿐만 아니라 인간, 즉 우리의 육체적·정신적·지적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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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공감하는 유전자>를 2장까지 읽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온 <식물의 방식>을 오늘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막상 집을 나서면서 책을 챙기지 못하였다. 오늘의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으니 <공감하는 유전자>를 마저 읽어야겠다. 서둘러서 읽으라는 하늘의 계시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점심 시간에도 읽었다. 읽다 보니 초반보다 술술 읽히는 것 같다. 3장 ‘인간, 애장과사랑을 위해 태어난 존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을 위해 태어난 사람Von Kopf bis Fuß auf Liebe eingestellt’이라는 노랫말이 있다. 작곡가 프리드리히 홀랜더Friedrich Hollaender가 만든 노래의 한 구절로, 베를린 출신의 세계적 배우이자 가수인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덕분에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이 노랫말은 언뜻 과장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핵심을 찌르고 있다. 인간은 하루 24시간 내내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일에도 전념해야 하고 휴식도 필요하다며 누군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의학적 사실이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또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쉴 수 있다. 사랑 없는 삶을 영속적으로 살게 된다면 일을 잘 해내기 위해 필요한 동력을 언젠가 잃게 된다.

인간에게 휴식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차분히 쉴 수도 없고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다면, 많은 경우 사랑과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로 인한 것이다. 인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주장에 대해 나는 (우리가 아직 살펴보지 않은 근거들을 바탕으로) 과학적인 관점에서 반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홀랜더의 노래 뒷부분에 이어지는, 사랑을 제외하면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sonst gar nichts’라는 구절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사랑은 인간을 제약하지 않으며, 인간을 이루는 모든 것에 대한 문을 활짝 열기 때문이다. 창의성, 의미 있는 일, 노력하려는 의지, 선을 향한 책임과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 생을 즐기는 데 있어서의 문을 열어준다.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이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본보기였다.”

책에서 너무나 뜻밖에 마를레네 디트리히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을 진정하면서 책을 잠시 덮고서 구글 검색해서 첫 번째 있는 영상을 플레이. 영어 제목은 Falling In Love Again .

https://youtu.be/ahyLLX0tmD8

정말 매력적이고 특색있는 목소리! 또 다른 노래를 듣는다. 거의 종일 비가 내리는 중이라 비에 젖어 축축해진 마음이 보송보송 해지기 바라면서.

https://youtu.be/7heXZPl2hik

알라딘에서 마를레네 디트리히 음반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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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09 1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분 배우아닌가요. 노래도 부르셨군요. 목소리 진짜 매력적입니다 ~~

서니데이 2022-08-09 2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흑백사진을 본 것 같은데, 자신이 없어서 찾아보니까 맞는 것 같네요.
영상도 나중에 한번 보겠습니다.
오거서님, 오늘도 비가 많이 옵니다. 비 피해 없으시면 좋겠어요.
편안한 하루 되세요.^^
 

자기 삶과 자신의 주변 사람을 대하는 내면의 기본 태도가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주고 질병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

요약하면, 인간의 몸은 심리적인 것을 신체적인 것으로 변화시킨다. 인간이 사회적 혹은 심리적으로 맞닥뜨리는 현실과 신체 반응 또는 유전자 변화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증명하는 다수의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하지만 기후 연구에 관한 것과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다. 확실한 과학적 데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데이터와 증거를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구 온난화의 경우, 이를 무시하고 부인하는 사람들은 주로 기후 변화에 해로운 자신의 사업을 방해받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고 싶거나, 계속해서 무절제하게 소비하기를 원하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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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9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일이다.
오전에 책을 찾다가 포기하고 에어컨 앞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아무 일이 없는 듯이 지내려는데 아내가 말을 걸었다.
혹시 들켰나?
도둑놈이 제 발자국에 놀란다고 하잖아.
가끔씩 속마음을 용케도 알아채는지라 즉시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면서 응답했다.
나 자신은 페이퍼 쓰기에 바빴지만.
아내가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고 싶은데 예약하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아내 손에 들린 아이폰에서 도서관 앱의 화면이 보였다.
도서관에서 대출 가능한 책에 내 차례를 찜해 두는 것이라고 간략히 알려주었다.
3일 지나면 다음 순번으로 넘어가는데 그 전에 도서관에 직접 방문해서 대출해야 한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신간은 예약 대기자가 몰리기 때문에 금방 빌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니면 예약하고 바로 빌릴 수 있다고 하니까,
어떻게 아는지 다시 물었다.
대출 중인 도서에 예약자수가 표시되어 있는 앱 화면을 다시 보여 주었다.
아내가 읽고 싶은 책은 <마음이 흐르는 대로>,
저자는 지나영.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야.
존스홉킨스 대학 병원 의사여서 유명해진 것 같은데
대구 카톨릭대학교 병원에서 탈락한 후에 미국에 가서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를 책으로 썼다고 하더라.
평소 kbs 인간극장을 좋아하는 아내가 분명 좋아할 만한 읽을거리를 찾아낸 것 같다.
대출 가능한 구립 도서관 9 곳 중에서 8 곳에 이미 예약자가 있었다.
많게는 3 명이 대기한 곳도 있었다.
나머지 한 곳은 예약이 되지 않았다.
예약 버튼이 연한 색으로 변해서 눌러지지 않았다.
이 책 인기가 많아!
오늘 빌리지 못하면 빨라도 한달쯤 후에야 차례가 올 것 같다고 말하면서
내가 당장 가서 대출해서 오겠다고 했다.
아내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고생길이 될 것이라며 함부로 나가지 말란다.
당장 읽지 않아도 된다며.
어제 오늘 내가 책과 씨름(?)한 것이 다른 이유가 아니지 않은가,
독서 의지가 강한 때에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내의 마음씨가 고마워서
아내 대신 도서관 행을 결심했다.
또한 주말 독보적 챌린지 달성해야 해서 걸어야 하니까.
예약자가 없던 성북정보도서관은 집에서 제법 멀다.
버스를 타면 세 번째 정거장에서 내려서는 언덕을 상당히 올라야 한다.
숨이 가빠지면서 쉬었다 가자는 마음이 들 때쯤이면 도서관 건물이 보인다.
버스를 타지 않고 집에서부터 걸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오랜 만에 도서관에 가는 날이 하필 한여름 무더운 날인지.
좋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지.
걸음수가 늘어나는 만큼 땀 분비 양도 많아지더라.
땀이 정직하다는 말이 있던가.
도서관은 엄청 엄청 시원했다.
높은 곳에 지어놓은 냉동 창고에 들어온 것 같았다.
바로 문 열고 나가지 않으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느낌.
도서관 앱에 표시된 분류 번호를 믿고 도서관 서가를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직원 찬스를 썼다.
직원은 한 명만 보였다.
안내 데스크를 지키며 책을 읽고 있다가 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갔던 서가가 아닌 곳에서 책를 꺼내 왔다.
신간이어서 따로 모아 둔다고 했다.
맞아, 그렇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랴.
신간이 모인 책꽂이를 둘러 보았다.
3 단 책꽂이 5 개가 2 열로 배치되었고,
책꽂이 단마다 대분류 번호 순으로 듬성듬성 책들이 꽂혀 있었다.
아내가 좋아할 만한 신간으로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를 뽑았다.
그리고 나를 위해 한 권을 더 골랐다.
<식물의 방식>은 판형이 작고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집에 가려면 이제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하는데 …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무인 대출이 가능헀다.
회원증을 갖다 대고 책 세 권을 올려 놓고서
모니터를 보면서 대출 버튼을 터치 하여 대출 완료.
편한 건지 좋아진 건지 잘 모르겠다.
대출한 책들을 챙겼다.
아내가 반기는 모습을 떠올리니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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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08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내대신 책을 빌려다 주는 남편이라니!!! 상상의 남편아닌가요 ㅎㅎㅎ 저는 남편과 상상의 동물, 포켓몬스터 잡으러 도서관에 자주 갑니다. 남편은 도서관주변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저는 책을 사냥하고...다정하고 따뜻해 보여서 참 좋습니다 오거서님!!

오거서 2022-08-08 20:04   좋아요 3 | URL
저는 에스퍼 아니면 페어리 타입일지도 ㅋㅋㅋ 저희 집에서도 저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아내는 책을 사냥하고 있어요. 최근에 들어오는 책들이 많아졌는데도 나가는 꼴을 본 적이 없다며 공격을 펼치고 있어요. 저는 진압작전을 펼치지 못하도록 방어력을 키우고 있구요.
미니님이 좋게만 봐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 감사합니다. ^^

scott 2022-08-09 0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
아내가 조심스럽게 부탁한 책을
빛의 속도로 쒼나게 도서관에서 찾아다 주는
오거서님!ㅎㅎㅎ

순간 일드 기무라 타쿠야가 나오는 장면(도서관에 책 반납하는)을 떠올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