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에 아내와 둘째는 상의를 거듭하더니 여성전용 헬스클럽의 회원이 되었다. 집에서 걸어서 왕복 1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가 처음에 부담이 되는 것 같았지만 회원이 되고나서는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걸어 다니는 것을 운동의 연장이라고 여기기면 된다고 벌써 적응한 것 같았다. 그리고 코치가 주도하는 순환운동이 꽤 효과가 있다면서 코치가 열심히 친절하게 가르친다고도 하였다.
지난 주 금요일에 아내는 평소보다 열의를 가지고 운동을 하였다. 그날 저녁에 아내는 편한 자세로 앉지 못하는 지경이 될 정도로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다음날 아침에 한의원에서 약침을 맞았고 부항 치료를 받았다. 그래서 아내의 운동은 3주만에 중단되었다. 이번 주에 둘째는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저녁 시간에 혼자 가서 운동을 하였지만, 아내는 헬스클럽 대신에 한의원을 다녔다.
어제 오후에 아내와 둘째는 보건소로부터 재난 알림 내용이 아닌 문자를 수신하게 되었다. 3월 23일 ~ 3월 25일 헬스클럽을 방문한 회원들은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가까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코치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양성이었다. 이번 주에 코치의 지도를 받아 운동하였기 때문에 둘째는 문자를 받자마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운동하지 못한 아내도 둘째의 밀착접촉자여서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문자 수신 사실은 나한테도 첫째한테도 전달되었다. 나는 직원들한테도 이 상황을 알렸다. 또한 식구들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자가격리하겠다고 하였다. 이번 주 들어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저께 몇달만에 친구 3인이 모인 술자리를 가졌는데 나의 상황을 알리면서 위로와 원망이 섞인 말을 주고 받았다. 나도 몰랐지, 가는 날이 장날인 줄…
오후에 조퇴하여 나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식구들의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예상하지만, 한편으로 사람 일을 모르니까 걱정이 채 가시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만일 식구들 중에 누구 하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본인도 불행이지만 가족 모두 자가격리가 필요하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하루빨리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기에 늦장을 부릴 수 없었다.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고, 아직도 혼란스럽다.
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어제 오후부터 일을 회상하는 글을 써면서 불안감을 떨쳐내려 노력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협이 나의 턱밑까지 번진 느낌이 든다. 코로나-19에 확진되는 경우를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기 때문에 여태까지 한번도 정면 대응하지 않고 피했지만, 현실에서 오늘은 운좋게 피하더라도 내일 당면할 수 있는 위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스크를 무기로 끝까지 막아내겠지만 이와 더불어 자가격리 등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 도움될 것 같아서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가 다음과 같은 뉴스를 보았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대표 서영택)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의하여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에게 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10일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는 두 달 동안 무료로 책읽기가 가능하다. (자가격리 하는 동안 지급되는 생활필수품 키트와 함께 무료 구독권이 제공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환영한다. 이런 무상 서비스를 어찌 반기지 않을 수 있으랴. 밀리의 서재가 선한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해도 오늘 내가 겪은 것처럼 나도 모르게 졸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사람들한테 작은 위안이 되리라 믿는다. 물론 책읽기를 좋아해야 할 텐지만. 그리고 나의 구독이 기부로 이어지면 일석이조. 책을 구독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
오늘 오전에 식구들의 검사 결과가 통보되었다.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나의 결과는 오후에 통보되었다. 나도 음성으로 확인. 정말 다행이다. 식구들이 안심하는 동안 불안감을 애써 감추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영 편치 못하였다. 아내와 대화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아내는 허리 통증으로 운동하지 못한 것이 새옹지마 같다고. 같이 웃었다. 그리고 코로나 세상에서 지인을 살갑게 대하면 민폐가 되기 십상팔구로 데면데면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