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무기 , 부들부들 떨면서 바득바득나가는 용기

영혼의 무기 - 이응준 이설집
이응준 지음 / 비채 / 2017년 1월

책을 받아본 순간 그무게에 짓눌렸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두께 뿐만아니라 그안의 묵직한 내용들에 순간 겁이 났다. 내가 읽을수 있을까? 저 글들을 소화할수 있을까?

작가의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첫대면부터 너무 빡세게 달려간다는 두려움...

당연히 책을 펼쳐서 읽어내려가는 순간 800페이지의 두께는 생각보다 잘 달려간다.

목차 총 7개의 분류로 나뉘어져 있다.

보리수아래서, 광장에서 ,전장에서 정치적 비평과 문학비평,사회적 비평를 주로 다루었다.

그가 생각하는 책읽기, 예술가로서의 삶, 그리고 국민으로 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나도 어릴적 좋아했던 신경숙작가의 의식적인 표절이라는 제목으로 다루어진 부분이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서 한때 울기도 했었는데 표절을 알았을때 들었던 배신감,그리고 내눈물에 대한 허망감 때문에 ,이제는 그녀의 책은 쳐다 보지도 않게 되었다.

그녀가 순순히 표절을 받아들였더라면 나또한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신경숙은 기억이 나지 않은 행위에 의한 표절 라는 말로 자신의 표절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 찜찜하다. 문학가여서 이런식의 표현밖에 못하는가 ? 오히려 문학가이기 때문에 적확한 이야기를 할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꺼낸 이가 이응준이라는 사실에 놀라웠고 그리고 그를 대하는 문학계의 반응도 참 , 뭐라 말할수 없다.

진정 우리사회는 기득권이라는 것이 단순히 정치,사회에 걸쳐있는 것이 아닌 예술계 전반에 퍼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언젠가 반드시 내 기고가 빛을 발휘해 문학의 섬세한 질서를 되찿아 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이것은 흠집잡기나 폭로가 아니다.문학의 기록이다. 신경숙과 내가 죽어서 흙이 된 다음에도 한국어가 살아있는 한 한국문학은 존재할것이다. 후세의 한국문인들과 한국문학 독자들마저도 표절 콤플렉와 그 치욕에 시달리게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비록 당장 좋은 결과를 못 얻는다고 해도 기록으로 남긴다면 언젠가는 그 기록이 진실을 다시 들춰 잘못된 현실을 치유해주리라 굳게 믿었다.

문학이 타락하면 사회가 타락한다. 사실 모든 질문과 대답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에 담겨 있다.

 페이지 401

최근 국정농단에 문화계 블랙리스트이야기와 일맥 상통하는 것 같다. 하나의 목소리만 내는 언론,문화,예술은 사회에 올바른 영향과 다양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마저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응준이 말하는 우상의 어둠과 문학의 타락이 더욱더 와 닿는 것 같다.

다음장 참호에서 책읽기는 책소개및 서평글들이다. 그가 내놓은 책들중에 내가 아는 책은 몇권 안된다.

그래도 그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모든 책들의 그림이 그려지듯이 맛깔나게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 어둠에 대처하기 위한 다섯권의 책읽기"라는 리스트 책 소개가 있는데 , 기록해두었다가 한권씩 찾아 읽는 재미도 솔솔할것 같다.

어둠에 대처하기 위한 다섯권의 책읽기 리스트와 설명

토토는 생각한다 장에서는 반려견 토토와 일상생활을 시와 산문을 섞은 형식의 글들이다

무한 애정하는 토토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면서 반면 단순히 토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것 같은 느낌도 든다. ( 나만의 착각인가!!)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

 나는 토토가 개같지가 않아

외계인 같아

사실 외계인이지 뭐

안드로메다에서 입양한,

언젠가는 나를 이 지구에 남겨두고 다시 안드로

메다로 돌아갈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은

다 외계인이다.

페이지 491

그리고 함성호시인에 대한 애정이 담긴들글과 마지막장은 자신의 일기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삶이 친구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동물을 사랑하고 결국 가장 중요한 자신을 사랑하는 일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을 해내는 삶의 무게가 영혼의 무기가 된다는 것을 다 읽고나서야 불현듯 느낄수 있었다. 영혼의 무기란 내 영혼을 좋은 것들로만 가득채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광장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 했던 모든 모욕의 순간들의 합침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지금 함성호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 이응준에 대한 묘사처럼

그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아마도 그래서 그걸 용기라고 하나보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바득바득 걸어나가는 것

나도 ,다른 사람들도 겁내지 않는 용기란 없다는 것을 , 부들부들 떨면서 바득바득 나가보자 .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영혼의 무기라는 훌륭한 무기가 곁에 생기겠지 하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