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동안 어린 시절에 대한 생각을 잊고 지냈다. 학교, 동네 아이들, 가족, 그리고 우리 집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타인으로 살아왔던 곳이 이제 삶의 터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와 집에 대한 기억이 아스라이 멀어져 가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이야기 속에서 나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오버랩되면서 과거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어릴 적 집에 대한 기억은 커가면서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 같다. 아주 어릴 적은 형제자매 부모님과 친밀성으로 인해 집의 크기는 눈에 안 들어왔던 것 같다.
우리 집의 크기가 초라한 것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들어가서 친구 집을 왕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 아 우리 집은 우리 집은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집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작가 또한 친구 이브로부터 자신이 살던 집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날 들으면서 그 옛날 추억이 되살아난다. 전쟁 이후 삶이 달라지면서 아버지를 따라 이사 한 곳, 여섯 살부터 살기 시작하여 20년 동안 살았고 마지막에는 어머니 혼자 살고 계셨던 집.
열 명의 형제자매와 부모님이 살았던 집


네거리 바로 옆, 거의 바로 옆, 있는 집, 우리 집
이제 다 왔다. 여기다.
밖에서 보면 좀 괴상한 몰골이다.

커다란 방 하나, 실제로는 그리 큰 방이 아니었다.
뒤쪽에는 창고.
아니 이럴 수가,
계단이 다 있네!
이충에 방 두 개. 그리고 방 두 개.
거기서 문 뒤로 또 하나의 계단,
야 이건 잭팟이 아닌가, 땡잡은 거다
다락방


열 명이 가족이 살기에는 고작 열 명이 다락, 창고가 전부인데 여섯 살의 자신에게는 신세계와 다름없었던 곳, 수도시설도 없고 화장실도 여섯 살의 안되는 곳
거기서 작가는 꿈을 꾸고 모험을 즐겨우며, 달콤함 무서움도 맛보았다고 말한다.
나의 어린 시절도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느 날 갑자기 살던 집에서 쫓겨나 어느 집 창고를 개조해서 살았던 몇 년간의 기억이 더 남는다. 창고하나에 난방시설도 화장실도 수도시설도 없었던 그곳에서 우리 일곱 식구가 한방에서 살았다. 곤로(1988)에 나왔던 것 같은 기구를 방에 들여놓고 밥과 요리를 하시던 엄마
저녁에 나란히 한 줄 누워서 잤던 기억, 추운 겨울에도 옷을 다 입고 코끝의 시린 바람을 견디면서 식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들, 경제적으로는 제일 불행했지만 정신적으로는 가장 행복했고
단란했던 기억, 엄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그리고 우리 오 남매에게도...

작가도 그런 추억들을 이야기하면서 어머니와 햇빛을 길들이고 날씨를 즐기던 정원, 닭과 토끼에게 먹이를 주었던 기억, 나뭇잎들의 유희를 음미하고, 땅 위로 뻗어오는 그림자를 감상하는, 형제자매들과 놀이를 즐겼던 이야기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의 상실, 놀이의 망각이 온 날이 최악의 날이라고 한다. 어린 순수의 시간이 지나가는 시절, 더 이상 순수의 눈이 아닌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는 날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날이 왔다. 모든 사람들에게 오는 것처럼 자신에게 왔지만 그래도 그런 날이 작가는 같은 또래보다 가장 늦게 온 것이 축복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니 그 나이에 아직도 이런 놀이를 하는 거야?
솔직히 나는 그런 놀이를 할 줄 모르게 된 그를 동정했다.
나중에, 그 울타리를,
그 경계를 넘어와버리면 끝이다.
다시 뒤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결코


순간이 지나면 이제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모님의 불화, 형제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아픈 상처
그리고 자신이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들과 함께 미워지는 아버지
여섯 살부터 여섯 살부터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과 함께 자신들의 슬픈 가족사,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과 몇 년 뒤 찾아오는 어머니의 죽음과 누이의 정신병까지
슬프도록 아프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의 동심에서 눈을 어린 시절의 직면하게 되는 괴로운 현실에서 자신이 느껴야 했던 괴로움, 자신이 괴로움, 자신이 세상의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모습인 것에 충격을 받고 미워했지만 그만큼 사랑했음을 모습인 것에 알게 되는 자식의 알게 되는 담겨있다.
문장들은 아주 담백하고 솔직해서 읽는 동안은 잔잔하다가 다 읽고 난후 마음의 동요가 일어난다.
책을 덮은 후 한참 후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고나 할까? 그래서 번역가 김화영도 ..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 책을 산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그만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하여 그 나직하고, 그러면서도 좀 다급한 목소리가 나를 따라다녔다. 하마터면 수십 년 동안 참았던 울음을 퍽, 하고 터뜨릴 뻔했다.



 

 

나도 내 어린시절의 아픔이 잊어버려야할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추억이 되어가고 있음을 요즘 새삼 느끼게 된다. 행복이라는 무게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나의 모든 하루하루는 작별의 나날이었다. 어린시절을 보냈던 이 콩부르의 숲을 떠나야만 했을때의 가슴을 찢는듯한 아픔을 표현한 대목이었다. 왜 어린시절부터 사람은 사랑하는 모든 것과 작별을 해야 하는 것일까? 왜 모든것들은 허물어지고 마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