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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양 ㅣ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3년 12월
절판
사람에게는 그런 시기라는 것도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만들어내
지 않고, 무엇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 무엇에도 눈길을 향하
지 않고, 그저 등을 돌리고, 모든 것에 등을 돌리고, 그래도 자
신만은 특별하다고, 자신만은 옳다고, 어디에선가 생각하고 있
는 - 그런 애매한 시기다.
최악이다.
열등한일, 어리석은 일, 음란한 일, 옳지 않은 일.- 143쪽
소는 도움이 된다. 나는 우직하고 온후한 가축이 가진 좋은 인상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소의 가죽을 벗기면, 거기에 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 버러지다. 소의 속에 들어 있는 기분 나쁜 독충인 것이다. - 204쪽
감정은 그것을 설명할 말이 있어야만 비로소 감정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표현할 때까지는 슬프다와 힘들다와 괴롭다의 차이는 별로 없다.
어쩌면 전혀 차이가 없을 지도 모른다. 슬프다는 말을 고르고,
그것에 부정형의 무엇인가를 끼워 맞춰서 입 밖에 내야만 비로소 그것은 슬프다는 감정이 되는 것이다.
감정은 알고 있는 말의 수로 규정된다.
말을 모르는 사람은 감정의 종류도 적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개운하지 못한 , 논리가 통하지 않는 추한 얼굴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척함으로써 자신까지 속이고 있어요.
그 척을 하지 못하면.
사람은 사람으로도 보이지 않게 된다.
사람은 사람인 척하고,사람으로 둔갑하지 않으면 사람이 되지 않은 것이다.
사람은 모두 혼돈이다. 하지만 질서가 잡힌 척을 함을써 사람의 형태가 된다.- 352쪽
왜 비가 오는 날일까.
어째서 진창의, 물웅덩이에 비치는 것일까.
흙탕물을 마시며 사는 듯한 인생이기 때문일까. 하수구 속에서 헐떡이는 듯한 삶이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질척질척하고 추하고 더럽고 어지러운 진창에서, 유일하게 평평하고 아름다눈 것은 물의 표면이다.
거기에,마치 맑은 윗물처럼 양심이 떠오른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중히 하게 -
아무리 무너져도 ,더러워져도,틀려도, 영혼까지는 더럽혀지지 않은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고, 나이 많은 부랑자는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던가.- 4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