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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 정석 교수의 도시설계 이야기
정석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5월
평점 :
높은 빌딩, 정돈된 거리를 참 좋아했다. 어린시절에 살았던 동네의 구부러진 골목길, 낮은 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택들을 벗어나는 것을 소망했다.
길건너 아파트를 보면서 우리집도 저런곳에서 살았으면 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이제 모든 도시를 가도 너무나 비슷비슷한 높은 빌딩숲을 볼때면 어린시절 좁은 골목길이 생각난다.
다정스러운 담과 골목길 어귀에서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이제 너무나 보기 힘들때면 더욱 더 그런 맘이 들면서 이제는 낮은 담이 있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은 욕심이 더생기는 것은 너무나 비슷해져버린 도시들의 닮은 모습들때문일것이다.
이책의 저자 또한 도시계발로 인해 한강의 조망권을 빼기고 있는 서울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여러도시에서 빌딩숲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면서 왜 우리의 도시를 난개발로 지켜야 하는지를 절실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와 같이 도시 공동연구를 한 북경연구원장은 자연 지세를 그대로 살린 서울을 ‘사람의 손을 빌려 신이 디자인한 도시’라 찬탄했다고 한다. 위성사진으로 서울의 도성 모양을 보면 지형을 따라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길을 따라 간 모양이라고 한다.
외국의 경우나 중국성의 모양을 보면 지형과 상관없이 네모 반듯한 경우가 대부분이것과 대조적이라고 한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그 옛날 선조들이 사랑한 자연을 열심히 훼손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외국은 선조들의 반듯함을 조금이라도 색다르게 하면서 특색있는 도시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는 좋아하면서 정작 우리의 마을은 빌딩숲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함을 저자는 조목조목 꾸짖고 있다.
작년 강남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 수시간 만에 물바다가 된 이유도 결국 무분별한 빌딩숲을 만들고 배수를 생각하지 못한 우리의 무모함 때문이기에 더욱 저자의 말이 다가온다.
개발이 준것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많은 것을 인식해야 해야 할때라고 말한면서 그옛날 우리 선조들이 사랑한 서울골목길은 옛추억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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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는 조상들의 삶과 오랜 역사도 함께 담겨있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비분강개한 어느 충신이 그 길을 달리듯 걸었을 테고, 전란 시기에는 백성들이 아이와 짐을 이고 진 채 혼비백산하여 그 길로 쫓기듯 달렸을 것이다. 3.1운동을 준비하던 우국지사들도 야심한 밤에 그 길을 조심조심 걸었을 테고 , 첫사랑을 떠나보맨 어느 청춘은 그골목에서 하염없이 울었을 것이다. 오랜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손과 삶으로 만들어온 골목길이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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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골목길에는 어떤 추억이 있는가? 라는 말을 던졌을때 요즘의 우리 아이들은 어떤 말을 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른들이 점점 아이의 교육과 겉모습에만 신경 쓰는 사이 정신, 즉 영혼의 추억은 생각도 못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동네 마을을 만들자고 어린시절 우리가 알았던 그마을로 가자고 말이다. 이기적 집단이 아닌 동네에서 어슬렁거리고 동네 이웃과 같이 일하고 놀고 대화하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말이다.
어쩌면 너무 늦지 않았나? 라는 망설임과 함께 그게 가능한 일이냐? 라고 말이다. 그러나 책속에 그것을 실행하고 있는 마을 공동체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책을 읽는 내내 따스함과 함께 우리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동네라는 두단어에 대한 정감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