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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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으면서 먼저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라는 에세이가 생각났다 그책은 중국의 역사적 격변기를 지내면서 겪었던 일들을 단어와 연관지어 이야기한 책인데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못했다. 거기에 "혁명"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한 일들이 많았는지를 말이다. 위화는 혁명에 대해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내과거 기억속의 해답은 온갖 주장들로 뒤죽 박죽이었다. 혁명은 우리의 삶을 알 수 없는것으로 가득 채웠다. 한 사람의 운명이 하루 아침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어떤사람은 순식간에 하늘을 날았고 어떤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추락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유대도 혁명을 따라 수시로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오늘까지 혁명의 전우였던 사람이 내일은 계급의 적이 될 수 있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중에서

이처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던 두남녀, 25살의 인민해방군 군인 가오아이쥔과 샤훙메이가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가오아이쥔은 그마을의 권력가의 눈에 띄어 원치 않던 결혼을 하면서 군대에 가게 된다. 잠자리를 단순히 자식을 낳기 위한 행위로 밖에 여기지 않은 부인에게는 애정을 느낄수 없었다. 억압된 군대생활에서 오로지 자신의 신분상승은 마을로 돌아가 장인의 권력을 등에 업고 혁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제대를 하게된다.

마을로 돌아가던 철로에 앉아 있던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 가오아이쥔 , 그여인이 바로 샤훙메이 였다.

 

저는 어떤 초인적인 힘에 압도당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발에는 신발 자국이 분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늘 세상에 드러나는 발등은 하얀 가운데 거뭇거뭇하고 자홍색이 섞였지만 신발 속의 두 발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얬습니다. 하얗기 때문에 그 빨강이 깊고 두터워 보였고, 빨갛기 때문에 그 하양이 가늘고 부드러워 보였습니다. 이게 그녀의 발이라고? 그렇다면 종아리는, 허벅지는, 몸은? 설마 이보다 더 희고 보드라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기꺼이 유혹당한 것처럼 철궤로 미끄러져 내리며 두 다리를 벌린 채로 길게 뻗은 그녀의 두 다리를 제 두 다리 사이, 가슴 아래에 놓았습니다. 그때 제 낯빛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세상이 무너진 듯 심장이 거세게 뛰고 황허 물줄기처럼 피가 세차게 요동치는 것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저를 노리는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저를 유인하는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손을 덜덜 떨고 비틀거리면서 대장정을 하듯 그녀의 두 발로 나아갔습니다. / (『혁명과의 해후』 34-36쪽)


 

꿈과 같은 잠시의 만남후 마을에서 다시 그녀를 보게 되지만 그여인은 마을 진장의 며느리였던 것이다.

 

자신과의 이룰수 없는 관계인것을 안순간 그는 그녀에 대한 욕정이 더생겼고 그럴수록 혁명을 꼭 완수해서 그녀를 갖고 싶다는 절실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문화혁명시기에는 말도 안되는 일들로 지위가 없어지거나, 가족관계도, 친적도 , 스승과 제자 사이도 혁명앞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남녀는 욕정과 혁명의 경계선 없이 혁명이 곧 욕정이고 욕정이 곧 혁명이라는 식의 자아도취에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마을의 오래된 사당을 없애기로 하면서 첫번째 혁명을 시도하던 모임에서 서로의 욕망을 알게된 두사람은 그욕망의 크기가 혁명과 함께 점점 깊어지고 커져간다. 첫번째 혁명이 실패로 돌아가고 난후 어이없게 가오아이쥔의 부인이 남편과 장인의 갈등으로 인해 자살을 하고 만다. 그자살이 혁명에 도움이 되어 가오아이쥔은 간부가 되어간다. 어떤 일들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것일까 ? 책속에서도 저자는 이런 문장을 인용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물은 점진적으로 발전하지만 모순은 비약적으로 승화합니다. 하나의 모순이 해결되면 또 다른 모순이 발생하고 심지어 갑작스럽게 들이닥치기도 하지요.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p 364 )

 

그와 그녀가 의도하지않았는데 그의 부인, 그녀의 남편이 죽게 되고 그로인해 이 둘은 점점더 혁명과 욕정에 중독되어가면서 서로의눈에 비친 혁명과 욕정이 정당성이 있다고 믿어가게 된다.

지나친 것은 언젠가 문제가 생기듯이 흐르는 물을 막아서 다른곳으로 흐르게 하면 결국 흐려고 하고 곳으로 바위를 뚫듯이 그들의 혁명에도 너무나 어이없는 사진한장으로 물길이 멈쳐버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이책은 혁명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그혁명에 희생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혁명을 직접 하면서 남들에게 가해자가 되는 주인공들의 성애묘사를 통해 그들의 사랑만큼 혁명이 얼마나 무모했는지를 때론 날카롭게 때론 성애묘사를 통한 유혹적이면서 아름다운 언어들로 전개해 나가서 그들의 사랑안에 혁명이 있는지 혁명안에 사랑이 있는지 가웃가웃 하면서 읽어내려왔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얼마나 허무했던지 그러면서 다시 이책의 처음 시작이 생각나면서 맨 앞장을 돌아보게 만든다.

 

죽은 다음 모든 게 고요해지면 내 삶과 말, 행동, 그리고 내가 취했던 태도와 그 시답잖던 사랑의 의미까지 처음부터 생각해볼것이다.

그곳은 포근한 고향이자 생각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일 테니까 . 그곳에서는 버들개지가 하늘하늘 흩날리듯, 복숭아꽃이 찬란하게 빛나듯 생각에 잠길 수 있겠지 ( p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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