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별미 - 요리선생 라자냐가 글로 차려낸 식탁
강선옥 지음, 박재진 사진 / 톨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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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언니랑 동네 뒷산에 쑥을 캐러 간적이 있었다. 쑥캐는 재미에 저녁해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잃어버려 한참을 헤매다 집에 왔다. 엄마는 걱정이 나서 동네 어귀에 나와 계시다가 소쿠리에 한가득 쑥을 보시고 화를 못내고 그냥 걱정스런 소리만 하셨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소쿠리에 언니와 내가 캐온 쑥보다 쑥 비슷한것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기가 죽을까봐 엄마가 우리 학교간사이에 쑥을 캐러 가셔서 보태고 저녁에 쑥국을 끊이셨다고 한참 자란후 이야기 해주셨다.

이처럼 내가 자랄때는 뒷산에 쑥을 캐러 가는 자연친화적인 놀이들이 가득했던 것을 보면 새삼 우리는 행복하게 자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에 지천으로 나는 아카시아 꽃들도 개나리도 진달래도 볼수 있는 산들과 공터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빌딩이 숲을 미뤄내고 그빈자리를 메꾸고 있다.

그때의 우리의 음식들은 너무나 자연친화적이어서 비만과는 거리가 멀었던것 같다.

요즘 아이들의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처럼 쑥에 대한 추억이 나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지금도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이다. 쑥들어가는 요리는 무조건적 으로 좋아한다.

이책의 저자또한 학교 다닐때 신촌거리에서 먹었던 분식접, 함바집을 그녀의 미식 르네상스라고 칭하면서 미술을 전공했던 그녀가 요리로 입문하게 된 계기일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소녀가 한 접시의 음식을 단지 끼니가 아닌, 추억의 매개로 생각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 누군가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추억에 잠기고 또다른 누군가는 어떤 풍경에 시선을 사로잡힌 채 추억에 잠기듯, 저자는 한겨울 휑한 오피스텔 복도를 채운 보리차 향에서 훈훈했던 어린 시절 난롯가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고, 입안을 가득 차오르는 애탕의 쑥향에서 어머니의 분주했던 손길을 생각한다.

책중에서

 

일산마을에서 당당히 자신의 요리 쿠킹클래스를 진행하는 싱글인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맘을 짠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된장녀니 니가 캐리냐 하면서 온갖 야유의 대상인 브렌치에 대한 그녀에 이야기에 나또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평범한 우리가 생각하는 브렌치란 빵쪼가리에 달걀만 묻친 빵이라고 해도 그것은 우리에게 위로의 브렌치이다. 왜냐하면 그빵조가리가 아 일주일 동안 힘들었지 , 그래 잘 살고 있다는 내가 나에게 보내는 한주의 위로이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그러니 뉴욕에 사는 캐리도 아니면서 브런치를 탐하는 우리에게 돌을 던지지 마라. 언제 우리에게 빵쪼가리만 한 위로 라도 해준적이 있었는가. 브런치에는 스스로를 위한 절박한 위로가 담겨 있으니, 우리들의 브런치를 위해 . 치어스 !

 

그녀의 이야기들이 오늘 나에게는 브런치처럼 위로가 된다. 사회생활을 버티기로 하고 있던, 열심히 살고 있던 나는 지금까지 잘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것이라는 위로의 레시피가 되는 그녀의 글이 좋다.

어느 봄볕 좋은날 일산의 논밭이 보이는 그녀의 쿠킹 클래스를 방문하고 싶어진다.

그녀의 요리에도 봄볕처럼 따사로움을 볼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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