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중력 문학과지성 시인선 400
홍정선.강계숙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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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시에 대한 단상은 항상 은유와 직유 그속에 담긴 뜻은 이라는 시험지 문제의 한 부분이었다. 한동안 시를 읽지 못했고 읽어도 감흥을 얻지 못했다. 그짧은 문장들 속에 어떤 답을 찾아야 한다는 두려움반 , 그 문장들을 헤아리면서 시인들이 만든 자화상 속에서 내자신의 자화상을 찾아 내자체의 본질을 만날까  봐 두려웠다.  

이번 400호 " 시인의  초상 " 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301번부터 399번까지 총 99권의 시인 83인의 작품을 선하여 엮었다. 이 책은 문학과 지성에서 꾸준히 시집을 내온것중 400호 특집으로 여러 시인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고흐는 자신의 본질을 찾으려다 귀까지 자르고서야 자화상을 완성한 것처럼 시인들은 자신의 자화상을 시로 승화시켜 시로 만들어 낸다고 한다 .  어쩌면 우리 문화계에서 시인 하면 굶는다는 이야기처럼 고흐의 생애처럼 자기 자신의 열정과 고뇌를 불태워야 함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 시인이 곧 시고 , 시가 곧 시인인 불가능한 사건의 도래, 그 고통스런 꿈의 실현이다. " 책중에서 

라는 말처럼 나에게 시는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 소설 한 권 읽는 것 보다 시집 한 권 다 읽는 것이 더 오래 걸리는 이유 중 에 하나이기도 하다 . 그런 시가 요즘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활자들 속에 펼쳐진 많은 의미와 생각과 단어들이 책속에서 스르르 물결처럼 파도치는 것 같다.  

.   시인들은 주위 일상 하나에서 지나치는 법이 없다. 현실의 시인 들이다.  

이경임 시인의 자화상은 눈사람속에서 찾은것 같다 . 나에겐 그냥 하얀 눈사람인데 말이다. 

이 눈사람은  커다란 거품이다 

겨울 햇살이 눈사람을 핢으면 

눈사람은 점점 가벼워진다 

눈사람을 깊이 사랑하면 눈사람은 조금씩 죽어간다 

나는 일그러진 얼룩들을 갖고 있는  

눈사람일지도 모른다 

너는 피를 흘리며 

너의 관념들을 서서히 지울 것이다 .     이경임 (겨울 숲으로 몇 발자국 더) 중에서   

 인생도 , 사람관계들도 너무나 깊이 사랑하면 집착이 되어 도리어 사랑의 경계를 넘어 피를 흘리는 집착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조인선 시인은 파리 라는 징그러운 곤충에서 그자신 특유의 자화상을 찾았다 .  

꿈은 늘 제자리에서 맴돈다 

적당한 거리와 시선이 만들어낸 착각에  

세상은 떠있다 

밥상머리에 달라붙은 파리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자유로운 어둠을 뚫고 생겨난 생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파리채를 들고 가까이 가자 

죽을 놈과 살 놈이 구별되지 않았다.  -  조인선 노래 중에서 -  

시인들의 눈은 참 별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사물, 자연, 사람, 등등 여러곳에서 내자신를 찾고 거기에 나를 빗대어 얼마든지 이야기 할 수 있으면서 그단어들로 인하여 우리에게 감정의 선을 두드리니까 말이다 . 난 문득 시를 읽을때 마다 " 그래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다들 힘들구나" 라는 두드림을 얻는다 . 살아가는 삶에서 내자신의 초상화, 자화상은 어떨까 ? 에 대한 고민이 든다면 그래서 내가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슬픈 자화상, 누군가에게 기쁜 얼굴을 가진 자화상이거나, 힘든 인생을 살아온 자화상 일 수 도 있다. 그럴땐 기쁨을 더 갖고 싶든, 슬픔을 잊고 싶을때 이책을 권한다 . 시인들의 자화상을 통해 우리 모두 같이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남몰래 이쪽 눈물로 적실때 

그 스며드는 것이 혹시 시일까     정현종 ( 광휘의 속삭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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