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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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행위는 달리기다. 그의 달리기는 날거나 순간이동 하는 인물들 사이에서 독보적이다. 그것은 초라한 동시에 인간적이고 역동적인 행위이며 육체적인 행위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캡틴 아메리카의 적인 시베리아산 사이보그 윈터 솔져는 절대 뛰지 않는다. 


캡틴 아메리카는 리얼리즘적이고 윈터 솔져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적이다. 


페이지 20  제논의 역습 중에서 


달리기, 역동성으로 리얼리즘을 분류하는 이 소설, 마블 영화이야기 안에 담긴 역동성을 이렇게 풀어내다니 신선하면서 재미있다. 마블을 넘어서 신성일 한국영화를 넘어 다시 발터벤야민을 넘고 그리고 달리기의 계급문제로 번지는 이 소설의 특이성. 한마디로 재미있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드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내가 이소설을 진짜로 읽었나 하면서 차근차근 다시 뒤적이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이동과 장소 그리고 시간 ,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것 같은데 이야기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파리로 간 나와 그곳에 같이 간 엠이라는 파트너에 관한 이야기가 주인데 , 간단하게 두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이 없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이 없는 소설이 아닌 이야기.

현재의 나, 현재의 엠이 이동하거나 머무르게 된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영화나 또는 유명한 작가나 철학자 등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그래서 나에서 엠으로 그리고 누군가로 넘어가는 과정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야기의 끝에는 우리 모두가 겪는 아픔이나 감정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이야기의 끝이 낯설기도 하지만 낯설지 않은 끝나지 않을 우리 현재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정지돈장르라는 말을 하는 구나 라며 이 연작 소설이 가지는 특이한 방식에 점점 끌려 순식간에 몰입하면서 읽게 된다. 그러다 끝에 가서는 이 연작소설의 정체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는데 그때 “정지돈은 계획이 있구나”라는 마음이 들게끔 정지돈* 안은별 의 대화가 실려있다.

작품에 대한 해설이 아닌 평소 가지고 있던 각자의 의문들과 생각들 그리고 개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한데 읽다보면 정지돈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작품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치만 그가 생각하는 관념과 소설에 대해 가지는 생각 그리고 모빌리티, 장소 ,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그가 말하는 이야기들의 추상적인 부분들에 대한 해답까지는 아니지만 조금은 그려진다고 나 할까 !! 


우리의 신체는 하나이지만, 정신적 . 문화적으로 우리는 늘 어딘가에 올라타고 운반되고 이동하고 함께 동승하곤 하는 거죠 . 그런의미에서 신체는 중요한 한계점이자 바운더리이고 존재의 근거이지만 그 너머를 생각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아를 어떻게 해체하고 다시 결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재결합하는 것과 연결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가 언제나 무언가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갈아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것 같아요 . 페이지 225 


평범함을 거부하고 정지돈만이 만들어내는 경계를 넘는 이야기들이 매혹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번 읽고 잊어버리게 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여러 군데에 흩어진 파편들을 섬광처럼 한꺼번에 드러내는 ” 그런 감정을 만날 수 있는 구절을 찾기 위해 여러번 읽고 싶은 이야기이다. 

아직 모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안에 나의 감정이 발굴될것 같은 정지돈 장르의 매력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그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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