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를 닮아서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반수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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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그렇게 싫어 어릴적 부터 부산을 떠나는 것이 꿈이 되어버린 내 자신이 보여서였기 때문일까 !!

“나는 바다를 닳아서”라는 제목에 끌려 주문하게 된 책이다. 바다이야기가 많을 것같은 나의 기대와 달리 그녀는 글 속에 바다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읽을수록 바다냄새가 난다. 비릿한 그 냄새 , 고향을 떠나 도시의 삶을 살아갈수록 그 바다냄새를 더욱 그리워하게 되는 고향의 냄새. 즐거운 추억이 아닌 징글징글한 슬픈 추억이 더 많이 깃든 그곳의 냄새와 바다가 갈수록 자꾸 그리워지는 이유를 이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27편에 담긴 산문은 그녀가 만들어낸 생의 옹이 들이 어떻게 단단하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그녀 “다정한 슬픔”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이 큰 공감이 된다. 


통영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죽음이후 생계를 짊어져야 했던 어머니의 술집으로 인해 자신보다 더 가난했던 노점상 아이들보다 더 못한 취급을 당하고 성장하여 도시로 떠났던 이야기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눅눅해진 붕어빵에 설탕을 뿌려주었던 달콤한 위로 의 기억들에서 나도 아버지에 대한 좋았던 기억들과 만나게 한다. 


식어 눅눅해진 붕어빵을 달콤하게 바꾼 아버지의 하얀 설탕이 사실은 내 평생 써도 써도 남을 유산이라고 된 듯한 많은 날에 달콤한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아버지는 알까 . 아버지의 붕어빵은 내 삶의 단계마다 또다른 은유와 상징으로 나와 함께 자랐다. 이제 나는 오래 떠올리던 아이의 마음 대신 아버지의 마음을 더 자주 상상하는 어른이 되었다. 페이지 82 


가난했던 어린시절 , 성인되어 가족과 떠난 캐나다 이민에서 좌절과 가난 그리고 고통의 이야기들 쓰여져 있다. 그녀가 힘든 인생의 모든 시절에 만났던 사람과 삶의 태도들이 오롯이 전해온다. 단순히 내 인생이 얼마나 힘들었는데 라는 넋두리가 아닌 깊은 공감을 갖게 만드는 이유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담백하고 사실적인 문장들때문이다. 아름다운 미사여구도 대단한 사건 사고를 부풀리는 소설가적인 기법도 없는 자신의 인생을 기록한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추운 겨울날 캐나다 눈위에서 차를 어쩌지 못하고 있을때 나타난 남자의 선의에 이방인으로 갖는 두려움과 의심을 넘어서 그남자가 오히려 눈을 대비하라고 삽까지 던져 주고 갔을 때 느꼈던 그녀의 감정들과 고마움이 담담한 그녀의 글을 통해 더 깊은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표출된다. 

우리는 뜻하지 않은 누군가의 도움과 선의를 오롯이 받아들이시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그녀처럼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뒤에 무엇이 있지 않나 의심한다. 그녀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의 선의에 마주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선의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도 한다. 그런 우리들에게 그녀는 가슴으로 맞서라는 멋진 말을 선사한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쩜 논리가 아니라 용기일지도 몰라. 선의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니 가슴으로 느끼는 게 맞을지도 몰라.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페이지 31. 


이렇듯 작은 일상들에서 느끼고 깨닫고 성장하는 마음들의 이야기들이 그녀의 글들속에 가득하다.

책속에는 많은 그녀의 상처와 고난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슬프지 않고 웃게 만드는 요소가 글의 중심과 말미에 자리잡고 있다. 슬픔을 마주하고 기쁨을 즐기고 세상의 모습을 담고 추억을 기억하는 그녀의 글들속에서 나도 나의 추억과 마주하며 이겨내고 있는 내자신에 대한 뿌뜻함을 느끼게 하는 글이었다. 남의 이야기에 나를 발견하며 공감하고 위로하는 “다정한 슬픔”이 주는 문장들의 효과를 느끼게 된다. 나의 고향 바다는 멀리 있지만 그녀가 늘 간직하고 있는 바다의 향기와 풍경들처럼 나의 바다도 늘 내곁에서 같이 파도 치고 있음을 .. 그것이 고향과 추억이 주는 단단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살아내는 일은 아프고 세상은 야속하지만 그래도 살 만하다. 개가 사람을 무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무는 낯선 이야기를 쓰라는 말도 더러 들었다. 그래도 나는 개가 사람을 무는 이야기밖에 쓸 수 없었다. 유난히 정직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이야기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페이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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