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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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 일어나 여덟 시간 동안 글을 쓰고 15분 동안 점심을 먹은 다음, 다시 다섯 시간 동안 더 일하고 나서 저녁을 먹고 잤다고 합니다. 가끔은 아침을 먹기 전에 낮잠을 자기도 했죠. 48시간 동안 세시간 자면서 쉬지 않고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오노레 드 발자크 깊은밤 글쓰기 중에서 페이지 41.


극한 직업이다.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동안 너무 쉽게 읽고 쉽게 벌점을 주었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통해 글을 쓴다는 것이 영감이 팍 떠올라 한번에 써내려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토록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임을 이 책의 수많은 작가들의 루틴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천재적인 글 솜씨 뒤에 그들의 한결 같은 글쓰기 방식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책은 네가지 방 스타일로 나뉘어져 작가들 성향에 따른 그들만의 방의 방식을 소개 하고 있다. 자신만의 서재를 가진 작가들, 방없이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면서 글을 쓴 작가, 글을 쓰기 위해 방보다 방밖의 풍경을 중요하게 생각한 작가들 , 자신만의 성향으로 가득 채운 자신만의 집필실을 만든 작가들 등등.

작가들의 생애와 글을 쓰는 방식에 더해 집필실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책을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자기가 애정하는 작가의 집필실을 찾아보는 재미에 더해 잘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알게 된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줄거리를 구상하는 최고의 장소가 욕조였으며, 제인 오스틴은 자신이 태어난 집을 떠나면서 그 슬픔때문에 슬럼프에 빠졌으며 그녀는 서재가 아닌 조그마한 문구함을 가지고 다니며 글을 쓰고 타인이 그녀가 글을 쓰는 것을 알까봐 항상 감추려고 했다는 것 . 

이디스 시트웰이라는 작가는 뚜껑을 열어놓은 관에 누워 작품을 구상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찰스 디킨스는 서재에 거울을 많이 설치해 낭독회를 주로 열었고 그 낭독회에서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 그리고 그 또한 항상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글을 쓰는 루틴을 가졌다고 한다. 


이처럼 좋아하는 작가의 방과 작가의 루틴을 알아가는 즐거움과 함께 이름만 알고 있거나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들의 이야기까지 알아가는 즐거움을 준다. 

남의 방을 합법적으로 훔쳐보는 즐거움과 함께 그 작가가 남긴 작품들이 탄생한 방에 대한 이야기와 열정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영감보다는 노력 그리고 그 영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멈춤고 지키기 위한 그들의 모든 이야기를 그들의 방을 통해 멀리가지 않고 나의 방에 앉아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책의 가장 좋은 점이다. 


책의 순서대로 읽어도 되고 ,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먼저 찾아 읽어도 될 수 있게 구성도 잘 짜여진 있어서 좋았고 작가들의 방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만나니 더욱 낭만적느낌이 들어 그 작가의 방을 내머리속으로 그려보는 듯한 느낌 마저 들었다. 

이연 작가의 말처럼 나도 책을 읽고 내방을 ,내 책장, 내 아이패드 , 내 독서다이어리 등등을 눈으로 만지작 거리게 되면서 나만의 글쓰기 ,독서 루틴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도 이책의 작가들이 했던 자연으로의 초대, 카페에서 느긋한 글쓰기 , 운동을 통한 영감찾기 등등이 내방의 어느 부분과 만나길 꿈꾸게 된다. 이책은 그런 감성을 부른다. 영감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곧 작가의 방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 

누구보다도 작가들은 테이블과 의자 ,커튼, 카펫같은 소유물을 자신의 이미지로 만들어 내며, 그곳에 지워지지 않는 정체성을 남긴다. - 버지니아 울프 (위인들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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