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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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이 하는 이야기는 하구 스럽지 않다.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 또는 과거 또는 다가올 미래의 세상 부조리를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이야기도 심장 쫄깃쫄깃, 시원 사이다이다.

 

이 작가의 결말은 항상 시원스럽게 끝날 것을 알면서도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곧 망할 것 같은 중소기업의 시련, 어두운 내부거래 일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좌절 그래서 이야기가 이대로 끝나버릴까 자꾸 뒤 페이지를 훔쳐보게 되는 두려움을 안고 읽게 된다. 끝을 알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 이케이도 준 중독되어 버렸다. 800페이지 안에서.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이케이도 준이 던진 그물에 꽁꽁 낚여서 단숨에 읽지 않으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금단 현상과 같은 일을 겪게 되는 중독성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을 나는 타이어에 대한 진실에서 시작된다.

 

달리던 트레일러에서 빠진 타이어가 길 가던 모자를 덮치고 그로 인해 엄마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트레일러 운송회사는 작은 중소기업이며 거기를 맡은 아카마쓰 도쿠로는 아버지를 뒤를 이어 2대째 경영하고 있다. 사고 조사가 이어지고 트레일러의 제조회사인 대기업 호프 자동차에서 사고를 조사하게 된다. 정비 불량에 대한 의심을 가지는 대부분 사람의 시선처럼 아카마쓰도 자신들의 정비 불량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 하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곧 정비 담당자의 업무 일지를 통해 정비 불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던 차 호프 자동차의 조사팀에서 아카마쓰의 정비 불량이 원인이라는 결과가 통보된다.

 

그리고 경찰에서도 갑작스럽게 나타나 회사 전체를 압수 수색하게 된다.

 

 

정확한 원인도 없이 무조건 정비 불량이라는 대기업의 횡포 같은 결과, 특히 제조사에서 벌이는 사고규명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는 아카마쓰는 호프 자동차에 의문을 제기한다.

 

언론에 정비 불량이라는 보도 이후, 아카마쓰의 오랜 큰 거래처에서 거래를 중단하고 그와 동시에 호프 그룹 계열 은행에 거래 중이었던 아카마쓰 운송에 대출을 상환하라는 통보까지 오게 된다.

 

이에 따라 회사의 직원들까지 동요하게 되고 아카마쓰 사장은 위기에 놓이게 된다.

 

그러던 중 주간지 기자가 찾아와 호프 자동차의 내부고발을 통해 정비 불량이 아닌 자체 결함에 대한 은폐가 이루어진 것 같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조그마한 중소기업의 진실 보다는 대기업의 이야기와 권력에 더 치중된 세상에서 누가 아카마쓰 운송의 진실에 귀 기울이려 할까? 그리고 호프 자동차 내부의 도움 없이 그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수많은 내부고발자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아왔던 현실에서 어느 누가 정의라는 단순한 진리를 위해 나설 수 있을까 ? 라는 많은 물음 앞에 작가 이케이도 준은 아주 현명하고 현실적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차근차근 그려 나간다. 미화와 과장과 신파도 없이.

 

 

정의를 실현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을 아카마쓰 한 명에게 기대지 않고, 호프 자동차 내부의 사와다 와 호프 은행의 이자키 두 명의 중요 인물을 통해 하늘을 나는 타이어의 진상이 조금씩 해결되어 가는 점도 좋다. 한 명의 히어로보다 여러 명의 연대의 힘.

 

특히 , 아카마쓰는 자신의 운송회사와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면, 사와다는 정의의 편에 선 내부고발자가 아닌 자신의 출세를 위해 내부고발을 선택하는데 그 부분이 자연스럽고 직장인이라며 사와다의 선택에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아카마쓰의 구원자 이자키 또한 돕는 역할이 아닌 자신의 직업 윤리의식과 조직의 앞날을 위한 행동이 아카마쓰를 돕는 결과를 보여주는 점도 좋다.

 

 

읽는 내내, 인간은 가장 이기적이면 이타적이라는 말을 새삼 느끼게 되면서 직장인에게 꿈이란 실현 가능한 것일까? 나의 꿈을 위해 누군가를 과연 희생시켜도 될까? 나는 그동안 나의 꿈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을 당연시했던 적은 없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난 지금 하는 DJ 일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지. 자기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일하면 좋겠지. 그런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 그러기 위해 자기는 여러 가지 희생하고, 어쩌면 누군가를 배신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꿈을 이루려는 사람은 아무도 비난할 수 없어. 그 노력은 진짜니까. 그래서 나도 그러면 됐다고 생각해. 자기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렇지만.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난 자기가 더 싸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페이지 452.

 

 

배신이야 하는 질타보다는 당신의 희생을 알지만, 그보다 나은 선택은 없었어! 라는 우회적 대화법을 하는 사와다의 연인 에리코의 대화법, 그리고 대응 등을 통해서 처세술까지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묘사와 소소한 이야기들이 좋다.

 

아카마쓰 운송의 미아리로 전무, 아카마쓰 아들 다쿠로 와 학교 여왕벌 , 정비과의 가도타 등등

 

 

하늘을 나는 타이어의 원인과 결말을 통해 누구의 희생도 당연한 것은 없으며 또한 누군가의 도움이라도 그 모든 것을 움직이는 것은 큰 물결이 아닌 아주 작은 행동에서 시작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세상의 모습이 한순간에 바퀴는 것이 아닌 아주 작은 톱니바퀴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아카마쓰의 끊임없는 노력과 결단을 통해 ,사와다의 순수하지 않았지만 결국 올바른 선택을 통해, 그리고 이자키의 온실 천장을 지키기보다 날려버리는 선의를 통해서.

 

 

다 읽고 나면 그 모든 것을 지켜보기만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사와다, 이자키, 아카마쓰 같은 사람들을 응원하는 재미와 기대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테니. 사이다는 고구마 백 개 뒤에 먹어야 제맛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

 

 

재벌의 상식, 세상의 비상식

 

재벌의 논리, 세상의 고집 페이지 142 페이지.

 

 

재벌 고구마에 가해지는 아카마쓰, 사와다, 이자키의 사이다 , 이케이도 준 만이 가지는 스토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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