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겠지."
당연한 거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인간은 아무것도 잃지않고 뭔가를 얻으려고 한다. 그 정도면 그나마 낫다. 지금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뭐든 손에 넣으려고 하는 사람들투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가로채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누군가가 얻고 있는 그 순간에 누군가는 잃는다. 누군가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 위에 성립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내게 그런 세상의 규칙을 자주 들려주곤 했다. - P51
다음 주, 우리는 헤어졌다. 전화 통화 오분 만에 헤어졌다. 흡사 관공서의 행정 절차 같은 사무적인 대화만으로 우리는 끝났다. 그녀와 나는 천 시간이 넘게 전화로 얘기를나눠왔다. 천 시간의 통화로 쌓아온 관계를 우리는 고작 오분간의 통화로 끝내버렸다.
우리는 전화가 생김으로써 곧바로 연결되는 편리함을 손에 넣었지만, 그에 반해 상대를 생각하거나 상상하는 시간은 잃어갔다. 전화가 우리에게 추억을 쌓아갈 시간을 앗아가고 증발시켜 버린 것이다.
나에게 매달 날아오는 휴대전화 청구서, 통화시간 스무시간, 청구 요금은 일만이천 엔 우리는 그 가치에 상응하는 대화를 나눴을까.
우리가 나누는 한마디의 가격은 과연 얼마일까. - 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