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리스와 사귀면서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골수 천동설 지지자들에게 끼친 영향만큼 강력하고 불가역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애정관이 싹 바뀌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를 존중하는 법을, 여자를 철천지원수가아닌 소중한 존재로 대하는 법을 배워갔다. 그랬다가는 나 자신이 쪼다, 젤리 깜둥이, 호구, 좆밥처럼 느껴질 줄로만 알았지만 실 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여자를 그렇게 대우하기를 원하고, 그럴 때 마음이 더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베트리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베트리스가 나에게 공사를 칠까 봐 걱정하지도 않았다. 스테이시와 사귈 때와 달리 베트리스가 옆에 없어도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하지 않았고, 그런 마음의 평화가 소중하고 고무적으로 느껴졌다. 덕분에 괜한 생각으로 고민하지 않고 학업에 열중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기때문이다. 마치 전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항상 여자친구에게 의혹,분노 질투를 느끼며 살던 때는 깨끗이 잊었다. - P211
첫 시간에 우리는 배우기도 전에 다짜고짜 질문부터 받았다. 윤리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윤리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즉 ‘잘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습게 들리는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나는 처음부터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저 앞에서 기차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는데 그것도 모르고 선로에 사람이 네 명이나 서 있다고 해봅시다. 여러분은 다리 위에서그 광경을 보고 있고 옆에는 아주 뚱뚱한 남자가 한 명 서 있어요. 생각해보니까 그 뚱보를 다리 밑으로 밀어버리면 기차를 멈출 수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 사람은 죽겠지만요. 즉, 한 사람의 목숨을버려서 네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거죠.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건가요? 집단의 이익이 개인의 이익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의목숨이 여러 사람의 목숨과 똑같은 가치가 있을까요? 사람의 목숨에도 경중이 있을까요? 개인의 권리는요? 그것은 절대 박탈할수 없는 건가요? 아니면 선택의 문제일 때도 있을까요?" - P216
스틸의 글을 곰곰이 생각하며 읽다 보니, 하이데거가 쓴 시적인 문장이 뇌리를 맴돌았다. "하룻밤 사이에 (…) 분투로 얻게 된것도 모두 별것 아닌 것이 되고 (…) 모든 비밀도 힘을 잃는다." 개인은 진짜처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강하게 느낄수록 존재의다양한 가능성을 평균화‘하고 균등화‘하는 쪽으로 자신을 밀어붙인다. ‘그들은 개인을 그 자신으로부터 분리한다. 하이데거와스틸에 따르면 집단의 의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개인에게 그 자체로 심각한 실존적 위협이 된다. 이 위협은 절대로 흑인 공동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공동체와 가축 떼에 공히 존재하는 특징이다. - P274
숭고한 뜻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것, 자신이 속한 집단이 생존을 건 불리한 싸움을 할 때 살신성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아이들이 교회에 날아든 화염병에 다치고, 거리에서 소방 호스로 물줄기를 맞고, 셰퍼드와 곤봉으로 위협을 받아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것이 그 집단의 현실이라면 그 집단에 진짜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개인의 자유를 양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자신이 전혀 무의미한 것을 위해 희생했다면 그것을 깨닫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자신이 무의미한 태도에, 무의미한 가치관에, 무의미한 폼 잡기에, BET에, 트릭 대디Trick Daddy에게, 퍼프 대디에게, 주니어 마피아 unior Maria에게 이용당하고 지배당했다면 그것을 자각해야 한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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