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힙합 공동체로부터, 고상한 척하는 허세로부터 해방되어열심히 파피의 서재를 들락거렸다. 그러자 어릴 때부터 파피에게듣던 말이 비로소 마음에 와닿았다.
"책만 있으면 주변에 아무도 없어도 괜찮아. 나는 너와 너희 어머니와 네 형을 빼면 여기 이 책들이 유일한 친구다. 아들아, 책과대화하면 천재들과 대화할 수 있어."
우선 나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책들부터 읽기로 했다. 그게 어떤 책인지 알 정도의 판단력은 있었다. 그래서 그 무렵에 파피의옛 친구를 몇 명 만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와 험버트 험버트,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와 제이 개츠비, 로버트 그레이브스와 클라우디우스 황제, 오스카 와일드와 도리언그레이, 작고 비좁은 집에 서 있던 거대한 책의 장벽들이 보르헤스가 말한 신비한 알레프가 됐다. 제대로 보기만 한다면 그것을통해 온 세상을 볼 수 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