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지음, 해란 사진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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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그림책을 읽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림책이 선뜻 눈에 가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만화책은 많이 읽으면서 그림책은 아동서적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온라인 책 수업을 통해 반 강제로 읽게 된 그림책 , 10장 -15장 정도되는 그림책인데 300페이지 넘는 문학을 읽을 때 보다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쁜 그림과 동화적인 내용만 담겨 있을 것 같았던 내 생각과 달리 , 그림책에 담긴 무수한 질문들이 책을 덮은 후에 자꾸 질문을 던진다. 그여우는 , 그 소년은 , 그 할머니는 왜 ???

결말에 대한 물음표 , 동화적 내용이 던지는 현실과의 괴리들 , 조그마한 동물들에게까지 감정이 이입되어 있는 신기한 세상 , 그리고 짧은 스토리와 그림에 담긴 세세한 터치들이 건네는 말이 궁금해지는 매력들 ..

그런 궁금증들을 #한국의그림책작가들에게묻다 라는 책이 답을 해준다.

한국 그림책 시장에 조금씩 눈뜨면서 작가들이 처한 출판 환경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겉싸개를 열고 , 열고 , 또 열어야 만날 수 있는 작은 얼굴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을 잘 안 읽는다는 시대이다.

성인 도서도 잘 안 팔리는 시장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자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동도서 13%라는 위치를 봐도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 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그들이 계속 그림을 그리는 이유들이 ,이 책에 실려있다.

“그림책 작가는 1쇄 작가” 라는 자조적 농담이 깔려 있는 그림책 시장.

작가들이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내는 가장 큰 이유에 글쓴이는 “ 돌파하는 힘” 라는 두단어를 붙인다.

어찌보면 이쁜 어린이 그림책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단어.

하지만 10명 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들에게서 느끼는 “돌파하는 힘”라는 단어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 의도치 않게 시작한 그림책에서 그들의 사연이 녹아져있고 , 한개인으로는 힘들지만 스토리라는 힘을 통해서 그들이 사회에 던지는 힘이 돌파력을 가지게 되리라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각각의 이야기들이 다르지만 다 읽고 나니 비슷하면서 개별적 매력들이 느껴진다.

내가 알지 못해서 아동서적으로 분류했던 그림책을 만나서 요즘은 모든 그림책을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

이 책에 나와는 10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다 읽고 다시 이 인터뷰집을 들여다 보고 싶어진다.

“세상은 쉽게 안 변해 “

그림책은 속삭인다.

“눈에 보이는 현실이 전부가 아니야 .

더 자유롭게 비틀고 꿈꾸렴.

너에겐 이곳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어 “

작가의 말 중에서

망가져 가고 있는 세상에 그들이 건네는 힘 , 그 힘을 그들의 그림책이 세상의 모든 곳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음을 ..

그래서 세상이 아주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위안과 믿음을 가지게 된다.

왜냐하면 이 책 안에 담긴 그들의 서사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끌어낸 글쓴이의 말들이 나에게 “돌파하는 힘”에 담긴 정이 깊이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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