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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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평가할 때는 그들이 겪고 있는 고난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을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이제 이 소설을 통해알게 된 시몬 베유의 말도 함께 기억할 것이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Quel est ton tourment?)"라고 묻는 일이라는 것. 이 작품은 저 물음의 소설적 실천이다. 말기 암 환자인 친구가 스스로 삶을 끝내는 일의 곁을 지키는 중인 서술자는 지금 세계의 존재자들이 자신의 고통과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기 시작한다. 지인들, 작품 속캐릭터, 동물, 심지어 지구 그 자체에게까지.

그렇게 채집한 이야기들 - 웰다잉‘에서 ‘기후위기에 이르는 을 분방한 구조와 리드미컬한 어조로 들려준다. 통찰과 공감이 어우러진 그의 이야기를 딴짓을 해가며 듣는 일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나는 근래 드문 집중력을 발휘해 이 소설을 두 번 연달아 읽었고 그러고도 성에 차지않아 이 작가가 쓴 수전 손택 회상기까지 내처 읽었다. 뉴욕 지식인 사회한복판에서 성장한 작가다운 날카로운 지성이 내가 동경하는 미덕인 ‘다.
정한 예리함‘ 혹은 관대한 명석함‘에까지 도달해 있으니 이제 시그리드누네즈가 쓴 모든 글이 나에게 중요해졌다.
신형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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