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동아일보사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대학이 나한테 위임한 권위를 남용했을 뿐만 아니라, 고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음을 무조건 인정한다. 나는 양쪽 모두에게 충심으로 사과하고 어떤 벌이든지 달게 받겠다."
"어떤 벌이든지?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이해하기론, 자네를 해고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야. 아마 자네한테 휴직을 권고하게 될 거야. 결국 자네가 강의에 복귀하는 것은자네나 학장이나 학과장한테 달려 있겠지."
"그거야? 그럴 계획이란 말이지?"
"내가 이해하기론 그래. 만약 자네가 이 성명서에 동의를 하면, 그것으로 제재완화를 탄원하는 게 되고, 총장은 그런 뜻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어."
"무슨 뜻으로?"
"사과의 뜻."
마나스, 우리는 어제 참회에 대해서 얘기했어. 나는 내가 생각하는 바를 얘기했어.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나는 학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출두했어. 나는 세속적인 위원회 앞에서세속적인 유죄를 인정했어. 유죄 인정만으로 충분해야 해, 참회는 여기서도 아니고 저기서도 아니야. 참회는 다른 세계, 담론의 다른 세상에 속하는 거야." - P89

"그 광경에는 너무나 천박한 어떤 게 있었다. 나는 그것이 절망스러웠다. 개가 슬리퍼를 깨물면 벌을 줘도 좋아. 하지만 욕망은 다른얘기지. 어떤 동물도 본능을 따랐다는 것 때문에 벌받는 걸 이해하지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컷은 제지받지 않고 본능을 따라야 하나요? 그게 도덕인가요?"
"아니, 그것은 도덕이 아니지. 케닐워스에서 본 그 광경이 천박했던 것은 그 불쌍한 개가 자기 본질을 증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개는 더 이상 때릴 필요가 없었어. 스스로를 벌할 준비가 돼 있었던 거지.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이 더 나았을 거야."
"혹은 그것을 고쳐놓든가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개는 마음 속 깊이, 총에 맞아죽는 걸 선호했을지 모른다. 본능을 거부당하는 쪽과 거실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다가 한숨을 쉬고 고양이 냄새나 맡으며 살이피둥피둥 쳐가는 쪽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개는총에 맞아죽는 걸 택했을 거라는 말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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