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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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백복희에 관한 한 무엇이 최선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음식 재료를 다듬는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백복희에게 연희의 죽음을 전하지 않기로 한 내 판단이 잘못되었다.
고 의심하고 싶었지만, 그 반대의 판단은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백복희의 말대로 그녀는 살아남을것이고, 우리는 아주 긴 시간이 흐른 뒤 프랑스나 벨기에의 어느 도시에서 만나 연희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날이 오면 나는 백복희에게 연희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숨을 거두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할 것이고 그 순간의 병실 풍경과 내가 연희에게 마지막으로 해 준 말도 전할 것이다. 한국을떠나면서 백복희는 우리가 마주 앉을 미래의 그 작은 공간만이 과거에 대한 자신의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했을 테고, 나는그런 백복희를 이해했다. 이해했으므로, 백복희에게 전화하는것에 이토록 회의적인지도 몰랐다. 재료 손질이 끝날 즈음, 나는 결국 백복희에게 전화하지 않기로 결심을 굳혔다. 진실을유예하면서 보호받는 시간 또한 삶의 일부라고, 나는 믿기로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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