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는 거짓이었다. 그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병이 들었을 뿐이고 안정을 취하고 치료만 잘한다면 곧 아주 좋아질 것이라고 모두들 빤한 거짓말을 해냈다. 아무리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갈수록 심해지는 고통과 죽음밖에남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거짓말은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고 이반 일리치 자신도 알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끔찍한 그의 상태를 감추려고만 했다. 게다가 이반 일리치마저 그런 거짓말에 동참하게 하려고 했다. 거짓말, 죽기 직전까지도 멈추지 않을이런 거짓말, 이 무섭고 장엄한 죽음의 의식儀式을 인사차 들렀다.
든지, 커튼이 어떻다든지, 오찬 자리의 철갑상어 요리가 어떻다는따위의 일상의 사소한 것들과 같은 수준으로 격하하는 이런 거짓말, 바로 이런 거짓말이 이반 일리치는 소름이 끼치도록 끔찍하고싫었다. 그는 사람들이 그런 거짓말을 늘어놓을 때마다 ‘이제 그만 거짓말은 집어치워. 내가 죽어간다는 건 당신들이나 나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그러니까 제발 이제 최소한 거짓말을 하지 말란 말이야‘라는 절규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이상하게도 그걸내뱉지는 않았다. 그가 보기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 무섭고 끔찍한 죽음의 의식을 그저 있을 수 있는 기분 나쁜 일, 특히 조금 품위가 없는 (온몸에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응접실에 들어온 것같은) 일 정도로 격하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평생 지키려고 애써온 ‘품위‘라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진심으로 그를 안타까워하지 않는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의 상태를 진정으로 이해하려 - P82

결혼…… 너무나 절망적이고 환멸뿐이었다. 아내의 입 냄새, 애욕과 위선! 그리고 죽은 것만 같은 공직 생활과 돈 걱정들, 그렇게일년이 가고 이년이 가고 십년이 가고 이십년이 갔다. 언제나 똑같은 생활이었다. 하루를 살면 하루 더 죽어가는 그런 삶이었다. 한걸음씩 산을 오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한 걸음씩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거야. 그래, 맞다. 세상 사람들은 내가 산을 오른다고 보았지만 내 발밑에서는 서서히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거야……그래, 결국 이렇게 됐지. 죽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왜? 왜 이렇게 된 것이지? 그럴 리가 없다. 삶이 이렇게무의미하고 역겨운 것일 수는 없는 것이다. 삶이 그렇게 무의미하고 역겨운 것이라면 왜 이렇게 죽어야 하고 죽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해야 한단 말이냐? 아니다, 뭔가 그게 아니다.
‘어쩌면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찾아들었다.
"난 정해진 대로 그대로 다 했는데 어떻게 잘못될 수가 있단 말인가?‘
개 새가하고 삶과 죽음이라는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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