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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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묻었다. 푸른 원피스, 굽 없는 검은 구두, 다초점안경, 엄마가 쓰던 물건들도 함께 묻었다. 달리 작별할 도리가 없었다. 엄마와 뗄 수 없는 물건들이었으니까. 함께묻지 않았더라면 엄마를 불완전하게 땅으로 돌려보내는일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전부 묻어버렸다. 엄마의 죽음이후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우리에게는 이제 서로의 존재조차 없었다. 그날 우리는 피로에 나가떨어졌다. 엄마는 나무 관에, 나는 다 쓰러져가는작은 장례식장의 팔걸이도 없는 의자에. 상을 치르려고 알아본 대여섯 곳 중에 유일하게 빌릴 수 있었던 그곳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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