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라는 건
저절로 도착하는
정거장 같은 건데
나는 자꾸
빠른 열차를 타고 싶었다.
빠른 열차로
60이라는 나이에
도착해버리고 싶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마음을 뒤로하고,
정처 없이 상처받는 시간을 모른 척하고,
더 이상은 그런 꿈을 꾸지 않는다.
대신 해마다 도착하는
그 나이의 색깔을 기다린다.
모두가 지니고 있는
바로 지금의 색깔에 열광한다.
여리고 미숙하거나
닳고 바래거나
모든 나이에는
그 나름의 색깔이 있다.
다시 오지 않을 색깔이 있다.
- 시간의 색깔 展 -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