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겠죠." 캐서린의 피부가 촉촉하게 빛났고, 슬론은 그것이땀인지 술기운인지 아니면 뜨거운 햇살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캐서린은 굳이 돈 때문은 아니라는 말로 문제를 포장하려 들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우리는 얼마나 더 적은 돈을 받고 있었는지, 따라서 성공으로부터 얼마나 뒤처져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 이후로 성공이꼭 돈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와는 정반대로돈이 곧 성공의 척도라는 교훈을 어렵게 배웠다. 돈은 선택권이다. 돈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언제나 이 말을 듣고 살았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는 없다. 다 헛소리다. 케어닷컴과 인스타카트"가이를 증명한다. 돈이야말로 우리가 좇는 목표다.) - P229
그녀에게는 다른 비밀이 또 있었다. 사랑하는이들은 모르게 표면 아래 숨어서 잠자고 있는 비밀이. 그녀는 언제나 비밀을 지켜야만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그러나어쩌면, 그냥 어쩌면 그것 또한 언젠가 그녀의 면전에서 폭로될 또다른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 P234
월요일이 되자 우리의 심경은 복잡해졌다. 죄책감과 두려움, 스트레스와 피로, 그리고 안도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주말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인터넷 서핑을 갈망했다. 방해받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회사에서 후원한 커피를 한잔할 여유에 군침을 흘렸다. 하지만 일요일에 최대한 많은 볼일을 해결해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욕실 전구도 교체해야 하고, 지난달부터 부엌 식탁에 그대로 놓여 있는 의료비 청구서도 지불해야 했다. 월요일이 되면 이제 여름방학을 기다릴 나이는 오래전에지났고, 업무라는 단조로운 강이 사계절 내내 쉼없이 흐를 것이며, 주말만이 그야말로 유일한 휴일이지만 자유시간을 계획대로 활용하지 못한 우리는 다가오는 평일의 맹공에 맞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씁쓸하게 깨닫는다. 유일한 휴일을 뜻하지 않게 〈제인 더 버진〉을 정주행하며 허비한 탓이다.
월요일마다 우리는 신년 다짐과 똑같은 맹세를 반복했다. 앞으로는 더 건강하게 먹고, 더 자주 운동하고, 일을 더는 미루지 않고, 애들한테 텔레비전을 많이 보여주지 않겠다고. 그 맹세의 절반이 금요일 전에 깨질 것이라는 본능적이고도 겸허한 직감 역시 월요일과 함께 찾아왔다. - P236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지만, 우리가 하려던 말은 건물에 불이 났는데 그저 "불이야!" 하고 속삭이고만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것이다. 머리 위로 연기가 솟구치는데 책상에 가만히 앉아 부지런히 업무를 보면서 오타나 확인할 사람은 없다. 동료에게 방해되지않게 숨죽인 목소리로 살짝 "살려주세요"라고 외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우린 왜 그랬을까?
쉿,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데…… 밖으로 새면 안 되는 말인데….… 아직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한 건데…… 너랑 나랑 둘만 알고 있어야 하는 건데…
어쩌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지인은 가까스로 대피했을지도 모른다. 지인의 가장 가까운 지인도, 또 그 지인의 지인도, 또 그 지인의 지인의 지인도, 하지만 귓속말은 퍼지는 데 한계가 있다. 그게귓속말의 목적이니까. 모두가 듣지는 못하게 하는 것.
쉿, 건물이 불타고 있어.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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