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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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가을‘ 이라지만, 여름 오후에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한가롭게 독서에 빠지는 것도 괜찮다. 가을만 독서의 계절인 건 아니다. 뭐 책을 읽는 사람은 매미가 울건 눈이내리건, 설령 경찰이 "읽지 마시오"라고 해도책을 읽을 테고《화씨 451》 참조), 읽지 않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읽지 않을 테니 계절이야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위스키 좋아하세요? 나는 아주 좋아합니다. 날마다 마시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럴 만한 상황이 되면 기꺼이 잔을 기울인다.
특히 깊은 밤 혼자 조용히 음악에 귀를기울이고 있을 때 마시는 술로는 위스키가 가장 어울린다. 맥주는 너무 묽고, 와인은 너무우아하고, 마티니는 너무 젠체하고, 브랜디는좀 정리하는 기분이 들고…… 그렇다면 이건뭐 위스키 병을 꺼낼 수밖에 없죠. - P31

티셔츠 그림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장르별로 말하자면 자동차 그림 티셔츠를제대로 소화하는 데 의외로 꽤 수준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이를테면 페라리나 람보르기니가 그려진 티셔츠는 통상의 사회적 감각을 가진 어른은 일단 소화하지 못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괴짜라면 몰라도 보통은 그런 옷을 입으면
"애냐" 하는 소릴 듣기 마련이다. - P78

고 백주 대낮에 도쿄의 대로를 걸어 다닐 수는 없잖아요?
혹은 그런 토트백을 들고 중고 레코드를 사러 갈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티셔츠나 홍보물은 그냥 곱게 상자에 담긴채 벽장에서 쿨쿨 잠들어 있다. 기껏 만든 것을 입어보지도못하고 아깝다. 백 년쯤 지나면 당시의 진기한 자료‘ 같은것으로 사랑받을지도 모르겠지만…….
‘KEEP CALM’ 티셔츠는 몇 년 전 스페인 출판사에서 만든 것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무라카미를 읽자." 좋다. 아주 멋진 카피다. ‘KEEP CALM AND CARRYON (평정을 지키며 일상생활을 계속하자)‘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이 막 시작되려 할 때 영국 정보부가 민심을 안정시키고패닉 발생을 막기 위해 만든 포스터 속 문구다. 최근 재조명을 받더니 어째선지 널리 인기를 얻어 곳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 P39

일본에서는 별로 하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책이 출판되면 홍보를 위해 티셔츠나 토트백이나 모자 같은 굿즈를 만드는 일이 꽤 있다. 각 출판사에서 "이런 것을 만들었습니다"
하고 보내준 굿즈가 상당히 많다. 한 상자 가득 되지 않을까.

그건 뭐 좋은데 그렇게 받은 티셔츠를입고 거리를 다닐 수 있는가 하면 당연히 그런짓은 못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HarukiMurakami‘ 라고 대문짝만 하게 쓴 티셔츠를 입고 백주 대낮에 도쿄의 대로를 걸어 다닐 수는 없잖아요? - P38

딱히 비싼 티셔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예술성이 어쩌고 할 것도 없다. 그냥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낡은티셔츠를 펼쳐놓은 뒤 사진을 찍고 거기에 관해 짧은 글을쓴 것뿐이어서, 이런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않다(우리가 직면한 작금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가 될 것같지도 않고),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전반에 걸쳐 살다 간소설가 한 명이 일상에서 이런 간편한 옷을 입고 속 편하게 생활했구나 하는 것을 알리는, 후세를 위한 풍속 자료로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뭐, 나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이 사소한 컬렉션을 그런대로즐겨주었으면 합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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