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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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은 감탄을 자아내는 묘사와 미문이 압권인작품이지만, 특히 인상적인 대비를 이루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마무라가 "본 적도 없는" 서양 무용 평론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그걸 하는 이유는 바로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진과 자료만 보고 하는 평론이라서 마음에 든다는 것. 그는 탐미적 안목은 가졌을지언정 현실에 발을 딛고 살 생각은 전혀 없다.
그에 반해 고마코는 가난하고 의지가지없는 신세지만 온 힘을 다해 자기 생을 사랑하고 있다. 고마코가 시마무라를 사랑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것이 시마무라로선 평생 헤아릴 수도 느껴 볼 수도 없는 뜨거운 현실이기 때문에. 시마무라는 설국의 차가운 깨끗함에 매혹되지만 고마코는 그 눈 아래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나고 있음을가리킨다.
둘 중 누구의 자존감이 진짜 더 높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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