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지친 여행자는 이 미친 세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더는 알지 못한다. 오늘 우리 사회는 ‘우리‘라는 울타리와 그 너머에 있는 타인을 어느 정도나 구분 지으며 살아갈까. 타인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에 얼마만큼 무감각할까.
"나는 유대인을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아요.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이 뭔가 부당한 일을 겪는다면 유감이긴 하지만 놀라지는 않습니다. 세상사가 다 그래요. 한쪽이 파산하면 다른 쪽은 성공하는 법입니다. 주인공에게집을 사려는 아리아인이 하는 말이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체포되는 일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객관이나 중립을 가장한 무관심은 얼마나 강력한 불의인가. 이때의 무위無爲는 사실상 무력武力이다. 전은경(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