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07~2020 특별판 나비클럽 소설선
황세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입 때까지만 고생하면 된다던 어른들 꾐은 유치하고 치졸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대학에 가면 취업이라고 하는 전투가 기다리고, 취업을 하고 나면 결혼, 결혼을 하고 나면 승진, 쫓겨나지 않기 위해 이바등 몸부림치는 싸움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조금이라도 헛발을 디뎠다가는 구름다리 밑으로 추락하게 만드는 전투들.
추락한 인생이 어떠한지 보여주는 경고판들은 학교 곳곳에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정규 교사들과 똑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월급을 달리받는 임시직 기간제 교사들이나, 교장보다 많은 나이에도 청소나 폐지 줍기 같은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노인들, 젊었을 때 시간을 허투루 썼다가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 경고해 주기 위해 일부러 고용한 존재들처럼 보였다. - P116

범죄를 상상한다는 것은 당대의 욕망을 상상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리소설은 그 상상에 겹을 쌓고 틈을 벌리기도 혹은 봉합하기도 하면서 낭만적이기도 하고 서슬 퍼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생각해보면 추리소설만큼 어떤 시간이나 시대의 단면을날카롭고 매혹적으로 묘사하는 문학 장르가 있던가. 그래서 우린살아본 적도 없는 나라의 어떤 형사에게 매료당하기도 하고, 작은마을의 교묘한 미스터리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여기 2007년부터 2020년까지, 가장 매혹적인 문학의 시간들이 있다. ‘황금펜상 수상집‘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바로 지금 나의 "스테이 홈"의시간들을 풍요롭게 해주신 작가분들께 감사드린다.

변영주 영화감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