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띵 시리즈 6
고수리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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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 밴 냉이된장국 한입 머금고, 향긋하니 쫀득한 쑥버무리 한입 씹으면 입안에 봄이 벅적거렸다. - P25

할머니와 엄마는 한없이 착하고 정다운 ‘가재미를 자주 구워주었다. 앞뒤로 밀가루 묻혀 노릇노릇 구운 가재미 한 마리. 생긴 것이 꼭 우리 할머니손바닥, 우리 엄마 손바닥 같아서 한없이 착하다. 아플 때 나를 쓸어주던 두 사람 손바닥이 생각나서 나는 가재미만 쳐다보면 그리도 정답다. 껍질이랑 가시를 정성껏 발라 하얀 살만 집어다 입에 넣어주던두 사람이 떠올라 마음이 보드라워진다. 거리의

짠맛이 나를 키웠다. 눈물이 많은 할머니와 엄마를 닮아서 나는 잘도 운다. 우는 일은 지는 일, 약한 일,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엄마가 되어보니 우는 일은 강해지는 일, 살아내는 일, 그렇게엄마가 되는 일이었다.

"엄마가 쥐여준 보따리를 맛있게 먹기만 할 때는 몰랐지. 언젠가 이 보따리 맛을 영영 잃어버릴 수있다는 걸. 한 집안의 중요한 맛은 엄마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건데,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 키울 때는사는 게 바쁘다고 미루느라 몰랐단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두고두고 아쉬운 거야. 이제는 엄마의 맛을 어디서도 찾지 못해. 내가 왜 그걸배워두지 않았을까 후회만 하지."

머니의 손녀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다. 할머니의 마음을 궁금해한다. 할머니는나의 조그만 머리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너머로 아름답게 반짝이던 바다를 보며 어떤 마음이들었을까. 나는 프리마 우유를 홀짝홀짝 마시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할머니의 슬픔을 맛보았다. 우유를 다 마시고 할머니를 돌아보던 내가 환하게 웃었기를.
혼자 담배를 태우며 할머니가 바라보던바다.
할머니의 바다는 어떤 색깔이었을까.

속이 더부룩하거나 마음이 묵직한 날에는 챗국을 만들어 먹는다. 혼자 밥 먹을 때 이토록 간편하고,
속 편한 음식이 또 없다. 모든 계절에 나는 챗국을끓여 먹는다. 고백하자면 나는 한밤에 먹는 따뜻한청국을 가장 좋아한다. 잠들지 못하는 밤에 혼자 부엌에 나와 그릇을 꺼낸다. 따뜻하게 데운 챗국을 담젓가락을 가지런히 두고 김이 나는 챗국을 가만 보고 식은 밥을 얹고서 식탁에 올린다. 옆에 숟가락과고 있자면 조금 뭉클해진다. 밥알을 국물에 저어 후후 불어 천천히 떠먹는다. 따뜻하지만 선선한 기운이 스민다. 볼그스름한 손톱을 내려다보며 배시시웃던 초여름 저녁, 할머니와 엄마와 마주 보고 앉아먹던 자그마한 밥상이 생각난다. 마음도 볼그스름하계 물든다. 순한 위로, 한밤에도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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