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다. 오늘 아침,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유리창에 부딪쳐 죽었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토록 부당하고 잔인한 삶 이라니. 마음 한 켠이 아리다. - P85
기억 상실은 내게 비극이 아닌, 좌절이었다. 무엇보다도 애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이 한없이 못마땅했다. 서배스천 벨이라는 이름, 두 명의 친구 그리고 주석판 성경과 자물쇠로 잠긴 트렁크. 내가 지금까지 밝혀낸 것들이다. 이 땅에 태어나 사십 년을 살아온 흔적치고는 초라하기가 그지없다. 내게는 잃어버린 시간을아쉬워하며 함께 울어줄 아내도,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아버지를 걱정하는 아이도 없다. 서배스천 벨은 졸지에 그런 사람이 돼버렸다. 별로 그립지도, 그다지 아쉽지도 않은 사람. - P81
"겁쟁이면 좀 어때요? 그보다 나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적어도 당신은 비열하고 잔인하진 않잖아요. 이제 당신에겐 선택의기회가 주어졌어요. 우리처럼 어둠 속에서 자기 스스로를 조립하려 하지 말아요. 나중에 또다시 정신이 들면 그때도 지금처럼 어리둥절하게 될 테니까요. 그러지 말고 세상을 제대로 봐요. 주변사람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잘 추려내 자기 것으로 만들어보는 거예요. 이렇게 말이죠. ‘저 남자의 정직함과 저여자의 낙관주의를 배워야겠어.‘ 마치 새빌 로 에서 정장 쇼핑을하듯이 - P71
"의사였었지. 그랬다가 집사가 됐고, 오늘은 돈 많은 한량이 됐소. 내일은 은행가가 될 거고 말이오. 하지만 그들 모두 당신의 진정한 인격이 아니오. 당신의 인격은 당신이 블랙히스에 들어서는순간 당신에게서 벗겨져 나갔소. 그건 당신이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 절대 되돌아오지 않을 거요." - P113
"오늘 밤 무도회에서 누군가가 살해될 것이오. 다들 그걸 살인으로 보지 않을 거요. 당연히 살인자를 잡으러 나서지도 않을 거고 말이오. 그 사건의 부당함을 바로잡으시오. 그렇게만 해주며 내가 이곳을 탈출할 방법을 알려주겠소."
시트를 꽉 움켜쥔 나는 온몸이 바짝 얼어붙어 있다. 11~여럽명시락 "언제든 나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줄 수 있다면 왜 지금 당장 풀어주지 않는 거요? 왜 굳이 나를 그런 게임으로 끌어들이려 하느냔 말이오!"
"왜냐하면 영원은 아주 따분하거든. 게임 자체가 무척 중요한부분이기도 하고 말이오. 그 답은 당신 상상에 맡기겠소. 하지만너무 시간을 끌지는 마시오, 데이비스 씨. 오늘, 바로 이날은 앞으로 여덟 번 더 반복될 것이오. 그리고 당신은 여덟 명의 각기 다른호스트의 눈으로 같은 사건을 관찰하게 될 것이오. 벨은 당신의첫 호스트요, 집사는 두 번째, 데이비스는 세 번째 호스트요. 그럼 이제 다섯 명의 호스트가 남았다는 뜻이 아니겠소. 내가 당신이라면 잠시도 지체하지 않겠소. 답을 찾으면 그 증거를 챙겨 밤11시에 맞춰 호수로 나오시오. 내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소." - P115
용없으니까. 당신은 각 호스트로 하루씩 살 수 있어요.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깨어난 순간부터 그날 자정까지 말이에요. 이해하겠어요?" 나는 쏟아지는 졸음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그래서 당신이 다시 여기로 돌아온 거예요. 당신의 호스트가자정 전에 잠이 들면 당신은 다시 집사로 돌아와 이날을 계속 살아가는 거라고요. 만약 집사가 잠이 들면 당신은 다시 직전 호스트에게 돌아가고요. 만약 그 호스트가 자정 이후 잠이 들거나 죽으면 당신은 새로운 호스트로 다시 깨어나요." - P139
을 떠보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죽음은 이미 주사위를 던졌고, 에블린은 빚을 갚았다. 죽음은 가치를 지녔던 모든 것을 앗아가버렸다. 마이클은 누나의 젖은 머리에 얼굴을 묻고 격하게 흐느낀다. - P206
밀러는 거짓말에 소질이 조금도 없는 것 같다. 깊이 팬 주름과축 늘어진 살로 뒤덮인 그의 노쇠한 얼굴에 감정이 너무나도 선명히 드러난다. 모든 찌푸림은 비극이고, 모든 미소는 소극이다. 모든 공연을 한순간에 망쳐놓을 수 있는 거짓말은 그 사이 어딘가에숨어 있고, - P375
토머스 하드캐슬의 죽음이 폐허로 만들어버린 블랙히스는 절대로 회복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똑같은 손님을 똑같은 파티에 초대했다. 그것도 십구 년이나 지나서. 대체 암울한 과거를 공들여 치장한 이유가 무엇일까?
만약 밀러의 말이 사실이라면, 찰리 카버가 토머스 하드캐슬을죽이지 않았다면, 헬레나 하드캐슬이 우리 모두가 얽힌 이 끔찍. 한 거미줄을 쳐놓은 장본인이라는 뜻이다. 이 악몽의 중심에 선인물..
보나 마나 그녀는 오늘 밤 에블린을 죽일 계획을 세워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또 어떻게막아야 할지 모른다. - P382
삼십 분 후면 사냥이 시작된다.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다. 의문은 넘쳐나고, 답들은 죄다 산탄총으로 무장을 했다. - P383
테이블에 도일리가 놓인 조용한 방에서도,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죽기도 하고, 실수로 놓친 연장에 맞아 죽기도 한다. 사람들은늘 그래왔듯 신속하게, 성급하게 그리고 불운하게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굳이 이곳에서, 그것도 야회복 드레스와 재킷 차림의 손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을 벌이려는 속셈이 무엇일까? 대체 얼마나 뒤틀린 인간이기에 살인을 연극 연출하듯 하려는걸까? - P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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