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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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착한 애였는데, 왜 이렇게까지 됐나 모르겠다."

"어릴 때야 성적만 좋으면 똑똑하고 착한 거지. 언제 적얘기를 지금 하는 거야? 벌써 마흔이다. 저 나이가 되도록가족

들만 뜯어먹고 사는 건 멍청하고 간교한 거야. 지 입건사를 만만한 가족으로 하는 놈이라고.

왜 아직까지 눈멀어서 잡초를 온실에서 떠받들어?

잡초를 난 대접하니까 오만방자해져서 기어오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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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에게 사기를 당해 한 겨울에 비닐하우스로 이사 오게 된 현성, 비닐하우스가 잠깐 머무르는 장소가 아닌 집이 된 상황 , 그로 인해 현성의 엄마 , 아빠는 싸움이 잦아지지만 가장 먼저 방이 없어진 현성은 마당에 가서 공부를 해야한다.

책상이 마당에 있는 집 , 그래서 엄마는 현성에게

밖에 나가서 공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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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엄마는 날아가진 집에 연연하지 않고 파출부 및 여러 가지 일을 다니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 현성 또한 비닐하우스에 살아도 조금 상황이 나빠졌을 뿐이라며 주위환경에 궁금증을 품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

하지만 아버지 왜 이러세요 !! 사기를 당한 삼촌을 찾겠다며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운 이 문제적 아버지 .

그 일로 인해 엄마는 아버지에게 쓰레기라고 하고 , 아버지는 엄마에게 속물이라면서 싸우다 결국 집을 나가버린다.

나는 쉬지 않고 달릴 때보다 더 가슴이 답답했다. 엄마는 속물이고, 아빠는 쓰레기다. 엄마 아빠가 왜 갑자기 그런 사람들이 됐을까. 속이 쓰렸다. 낮에 먹은 떡볶이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때, 아빠가 방에서 나왔다. 나는 차마 아빠를 볼 수가 없었다.

아빠가 내 앞에 섰지만 고개를 들 수 조차 없었다. 나는 그렇게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아빠는 그대로 집을 나갔다.

- P48

그리고 그 비닐하우스 동네 슈퍼에 밀가루를 사러 갔다가 새로 전학간 반 아이 장우를 만난다.

둘 다 밀가루를 사러 온 두 아이는 금새 친해지고 ,평소 비닐 하우스들이 잔뜩 있는 동네를 궁금했던 장우는 현성에게 동네 구경을 시켜달라고 한다.

같은 반이었지만 학원스케줄이 달라 친해질 수 없었던 소년들은 비닐하우스를 돌아다니면서 자신들만의 비밀 공간을 만들기로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리고 장우네 집에 놀러 가서 알게 된 장우의 사연- 부모님이 이혼했고 각자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고 장우는 아빠와 새엄마와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현성은 결핍과 장우의 결핍은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 색깔이 다르다. 가난과 애정 그리고 공통적인 가족의 해체를 겪고 있는 두 아이. 하지만 여기서 어쩌면 가난이라는 상황 때문에 가족이 해체 되어지는 것 같은 현성의 불안 .

우리는 집이 없어서 갈 데가 없었다 . 장우네는 집이 많아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다.

무언가 많다는 것은 무언가를 할 기회도 더 많은 것 같았다. 우리 집은 우리가 내릴 결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사

는 거였다. 장우네는 여러 환경을 고려해서 알맞은 집을 선택했다. 리 아빠도 꾸준히 직장을 다녔고, 엄마도

전문 요리사였다. 그런데 우리와 장우네는 왜 이렇게 다를까. 장우네는 우리 삼촌 같은 사람이 없어서일까. 엄마가 주

위에 나쁜 사람만 없어도 반은 성공한거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쁜 삼촌 때문에 벌써 반이나 실패한 걸.

간 나도 모르게 아빠가 빨리 삼촌을 잡길 바랐다. 그래야 실패한 반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P70

이혼 보다는 경제적 사정이 더 큰 문제와 불행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리고 두 아이는 서로의 결핍으로 점점 친해지고 ,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발견해서 거기서 자주 만나 서로의 결핍을 보듬어 주게 된다 .

 

라면도 먹고 같이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을 가지고 와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면서 점점 단단해지는 친구가 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지트에서 동영상을 보던 장우가 유튜브를 보다가 우리도 하자면서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동영상을 올리자고 한다.

우리 동영상만 딱 하나

 남겼다. 제목,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아무것도 없는 채널에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만남

아 버렸다. 우리는 그게 또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장우는 닉네임도 아무것도 안하는 녀석으로 바꿨다. 정말 아무것

도 하지 않고도 실컷 웃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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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올리고 아무도 안보겠지 했는데 동영상 조회수가 수천을 넘긴 것이다.

그리고 불법 비닐하우스 철거 때문에 집을 옮겨야 하는 현성, 지방에 내려가 있던 새엄마와 같이 살게 된 장우.

앞으로 이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지금의 고비를 넘길까 ? ,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의 유튜브 조회수가 정말 대박 터진것일까 ? 아빠는 삼촌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게 될까 ?

전작 (우아한 거짓말 )( 완득이)등을 통해서 소시민의 삶을 우울하거나 슬프고 복잡하게 그리지 않으면서 그 삶의 힘든 상황과 감정을 명료하고 담백하게 그렸다는 느낌이었다.

이번 작품도 , 사기 당해 집을 날린 현성이네 집, 부모의 이혼으로 어느 곳에서도 애정을 깊이 받을 수 없는 장우를 내세워 그 아이들이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어주는 관계 형성를 보여준다.

또한 가난이라는 것보다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애정이 더 소중한 것일 수 있음을 보여 주려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 저런 안 좋은 상황에서 비뚤어질것 이라는 당연한 편견을 던져버리고 밝게 행동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세상은 아직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나빠지고 있는 게 아니구나 !!

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게 하는 소설이다.

어른이 되어서 , 나이가 들어서 세상에 대한 비관과 편견이 점점 심해지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책은 늘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니가 규정짓는 세상이 니가 만들어 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 그래서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상에 아주 비관적일 필요도 아주 낙관적일 필요없는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해 , 김려령 작가의 책을 꾸준히 읽어야 겠다 .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을 위해서 , 아무것도 안 하는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

"똑똑하고 착한 애였는데, 왜 이렇게까지 됐나 모르겠다."
"어릴 때야 성적만 좋으면 똑똑하고 착한 거지. 언제 적얘기를 지금 하는 거야? 벌써 마흔이다. 저 나이가 되도록가족들만 뜯어먹고 사는 건 멍청하고 간교한 거야. 지 입건사를 만만한 가족으로 하는 놈이라고. 왜 아직까지 눈멀어서 잡초를 온실에서 떠받들어? 잡초를 난 대접하니까 오만방자해져서 기어오르잖아!" - P16

1. 꽃을 팔지 않는 꽃집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집에서 북소리를 듣는다. 빗방울이 북채가 되어 우리 집을 마구 두드린다. 집 안팎으로 모포를 덧댔지만 빗소리는 아랑곳없이 울렸다. 시끄럽고 어둡고습한 집. 사람들은 우리 집을 비닐하우스 꽃집이라고 불렀다. 양지화원, 꽃집 화원은 우리 집 마당이고, 화원 안쪽에있는 컨테이너가 우리 방이다. 방에서부터 꽃집 입구까지천천히 걸어가면 다양한 북소리를 들을 수 있다. 퉁퉁퉁 두두두두 더더더덕, 우리 집은 꽃을 팔지 않는 꽃집이다. - P7

그런데 장우는 뭔가 복잡한 관계를 매우쉽게 말했다. 도대체 집집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 것일까.
우리 집은 무슨 사기로 복잡한데, 장우네는 부모님들이 복잡했다. 그래서 우리 집이 우리 집이라는 것인지 아니라는것인지, 그래서 나가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몰랐다. 장우네 부모님은 왜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고 왔다 갔다 하는 부모님도 있는 것인지, 그래서 같이 사는 사람이 누구누구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뭘 몰라서 어른들의 일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걸까. 장우는 명쾌했다. 나보다 똑똑한 게 분명했다. 떡볶이도 기똥차게 만들었다. 냉장고에 있는 것을 다 넣은 것 같았다 - P40

나는 쉬지 않고 달릴 때보다 더 가슴이 답답했다. 엄마는속물이고, 아빠는 쓰레기다. 엄마 아빠가 왜 갑자기 그런 사람들이 됐을까. 속이 쓰렸다. 낮에 먹은 떡볶이가 올라오는것 같았다. 그때, 아빠가 방에서 나왔다. 나는 차마 아빠를볼 수가 없었다. 아빠가 내 앞에 섰지만 고개를 들 수조차없었다. 나는 그렇게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아빠는 그대로 집을 나갔다. - P48

우리는 집이 없어서 갈 데가 없었다 . 장우네는 집이 많아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다. 무언가 많다는 것은 무언가를 할 기회도 더 많은 것 같았다. 우리 집은 우리가 내릴 결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사는 거였다. 장우네는 여러 환경을 고려해서 알맞은 집을 선택했다. 우리 아빠도 꾸준히 직장을 다녔고, 엄마도 전문 요리사였다. 그런데 우리와 장우네는 왜 이렇게 다를까. 장우네는 우리 삼촌 같은 사람이 없어서일까. 엄마가 주위에 나쁜 사람만 없어도 반은 성공한거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쁜 삼촌 때문에 벌써 반이나 실패한 걸까. 순간 나도 모르게 아빠가 빨리 삼촌을 잡길 바랐다. 그래야 실패한 반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P70

우리 동영상만 딱 하나 남겼다. 제목, 아무것도 안 하는녀석들. 아무것도 없는 채널에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만남아 버렸다. 우리는 그게 또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장우는닉네임도 아무것도안하는녀석‘으로 바꿨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실컷 웃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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