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타락에 대한 묵시록적인 선고는 되도록 피하고 싶지만, 그래도 할 말이 있다. 현대적인 매체와 오랜 인고를 요하는 책 사이의가장 큰 차이점은,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여유 시간 속으로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서 자투리 시간을 단숨에 삼켜 버리는 방식에 있다. 나라고 해서 플라톤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가 한두 시간 후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이메일에 답해 주기로 했던 시간이 어느덧 사라져 버렸다는 식으로 말할위인은 아니지만, 나도 종종 독서에 바치기로 했던 시간을 스팸 메일 처리와 링크 확인, 더 형편없게는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고 날려 버리곤 한다.
정신적 삶에 관한 고차원적인 언어는 어떤 점에서, 자기 계발을 위한 실용적인 계획에 특권을 넘겨줘야 한다. 문법과 글쓰기, 논리와 분석,

추론에 정통하려면 이것들이 살아 나갈 여분의 정신적 공간을 깎아 내는일을 해야 한다. 고전을 혼자 공부하는 것의 첫 번째 과제는 플라톤식 독서가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를 활동이 아닌 사상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줄 30분의 자투리 시간을 찾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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