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전쟁
이종필 지음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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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아아.
잠결에도 느낄 수 있었다. 바깥에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조성환은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였다. 침대 옆 협탁에있던 스마트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었다. 베란다를 통과하며 한결 온순해진 빗소리가 잠을 재촉했다. 방학인데 너무 일찍 깼나. 월요일 아침이지만 성환은 느긋했다. 지난주에 1학기 성적처리를 끝냈으니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여름방학이다. 어제는 동료 교수들과 새벽까지 달렸다. 아직 싱글인 30대 청춘이고 휴일에 챙길 가족도 없는 사람들이다. 강남의 와인 바까지 출동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게 4차였던가? 아니면 5차?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 P9

"네? 목 없는 시체요? 장군님 동상에? 시체가 왜…… 아니,
그걸 누가 매달았답니까? 거기 어떻게?"
내가 아직 잠이 덜 깼나.
성환은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앉았다. 폭우 소리가 좀 더크게 들려왔다.
"그러니까요! 지금 난리 났어요. 시체는 경찰이 좀 전에 수습한 모양인데, CCTV 영상을 보면 드론이 배달을 했어요. 저도 보기 전까지는 안 믿었어요."
"네? 드론이 떴다고요? 세종로에 드론이 떴으면 군대가 출동하거나 대공포라도 왔을 텐데요."
"드론이 뜬다고 군대가 출동해요?"
"아마……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제1방공여단이 하는 일이그걸 거예요. 서울 도심은 비행금지구역이라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뜨면 20밀리 발칸포나 대공미사일을 쏠 수 있어요."
"정말요? 도심에서 미사일을 쐈다가 빗나가기라도 하면 큰일 날 텐데……."
"그건 그러네요. 게다가 저공비행이라면 탐지조차 못했을지도 모르고." - P11

"과학적으로 가능했으니 현실에서 일어났겠죠."
"그러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물리적으로따져보자는 거죠. 저한테 얘깃거리 좀 주세요, 교수님, 과학으로 어떻게 썰을 풀 수 있을지………."
‘썰‘만 풀면 과학인가? 사이비 구라지. 성환은 슬슬 부아가치밀었다. 기자들은 늘 이런 식이다.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내용이라도 어쨌든 풀어서 그럴듯하게 짜맞춘 스토리를 원한다. 그게 정말 과학적인지 아닌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제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우선 뉴스부터 봐야겠네요." - P12

"혹시 간 (GAN)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네? 간요? 순대 먹을 때 나오는?"
영란의 대답을 들은 성환의 표정이 더욱 싸늘해졌다.
"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는 우리말로 하면생성적 적대 신경망 정도가 됩니다. 최근 널리 쓰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에요. GAN에는 두 개의 인공신경망이 있는데,
생성자라 불리는 한쪽 신경망에서는 가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판별자라 불리는 다른 쪽 신경망에서는 그 데이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하죠. 생성자는 판별자를 속이는 게 목적이고 판별자는 가짜를 구별하는 게 목적이에요. 이 둘이 서로 경쟁한 결과 진짜 같은 가짜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진짜 이미지를 바탕으로 진짜 같은 가짜 이미지를 만드는거죠.
흔히 생성자를 지폐위조범, 판별자를 위폐감별사로 비유하곤 합니다. 위조범은 계속해서 진짜 같은 위조지폐를 만들어내고 감별사는 계속해서 지폐의 진위 여부를 판별해요. 처음

"근데, 양자컴퓨터라는 게 대체 뭔가요? 컴퓨터를 양자로 들뒷자리의 영란이 피식 웃으면서 쏘아붙였다. "아휴, 그게 무였다는 건가?" 운전대를 잡은 태형이 물었다.
슨 아재 개그예요?"
성환이 조수석에서 대답했다.
"양자역학의 근본원리로 작동하는 컴퓨터죠. 지금의 컴퓨터는 0과 1로 모든 정보를 표현합니다. 반도체에 전류가 흐르냐안 흐르냐, 동전이 앞면이냐 뒷면이냐. 그게 정보의 기본 단위예요. 그 단위를 흔히 1비트‘라고 부르죠."
"그런데 양자컴퓨터는 비트를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다?"
"그렇습니다. 양자역학에서는 0과 1 또는 동전의 앞면과뒷면이 섞여 있는 이상한 상태가 가능합니다. 뉴턴역학에서는 이런 상태가 없죠. 예컨대 동전을 던졌다가 받았을 때, 뉴턴역학에서는 손을 펴기도 전에 동전이 앞면인지 뒷면인 - P44

지 명회하게 길정집니다. 반면 양자역학에서는 손을 펴기 건까지 결정되지 않습니다. 앞면과 뒷면이 섞여 있는 아주 이상한 상태, 이긴 양자 중칩이라고 하죠. 영어로는 4wantumsuperposition......."
"설마 앞면과 뒷면이 포개져 있단 말인가요?"
"맞습니다. 마치 지하철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여들리는 것과도 비슷해요. 그러다 누군가의 얼굴을 깁중해서보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그 사람의 목소리만 들린다는 겁니다. 동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것 하나로결정되지 않은 거죠.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결정되는 것은 손을 펴는 순간입니다. 즉, ‘관측이 일어나면 중첩이 붕괴되고,
가능한 상태들 중 하나의 상태로 귀착해요. 앞면인지 뒷면인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다만 양자역학적 계산을 통해 그 확률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유명한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이죠. 물론 동전은 워낙 거시적인 물체라 실제 동전에서는 이런효과가 생기지 않습니다만, 혹시…… ‘슈뢰딩거 고양이‘라고들어보셨나요?"
"고양이요?"
성환은 짧게 한숨을 쉬고 설명을 이었다. "고전물리학에 따르면, 학생이 시험을 치기 전 점수를 알 수 있습니다. 시험을

죠, 하드웨어만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 빅데이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게 되면서 인공지능이 발전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어제 말씀드린 GAN 이야기 기억 나시죠? 만일 양자컴퓨터에GAN을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요? 가짜 데이터의 생성과 판별이 훨씬 대규모로, 다양하게,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 있겠죠. 말하자면 여러 가지 버전의 위폐를 한꺼번에 만들어 한꺼번에검증하거나, 여러 나라 화폐에 대해 한꺼번에 위조와 검증을할 수도 있겠죠. 이런 양자컴퓨터가 비지도 기계학습을 한다.
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인공지능이 해낼지도 몰라요.
이미 퀀텀 머신러닝이라는, 양자소자와 양자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결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이들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이라고 봐야겠죠."

"원래 연구하시던 게 양자얽힘 아냐?"
"그렇죠. 광자를 이용한 양자얽힘, 알면서."
미시세계에서는 빛도 입자 알갱이처럼 행동한다. 그 빛 알갱를 광자라고 부른다. 광자를 이용한 양자얽힘이라……….
양자얽힘은 양자역학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현상 중양자얽힘 섬여조성환은 양자얽힘이라는 말을 하거나 들을 때마다.
부를 떠올렸다. 이 개념이 워낙 어려워서 흥부와 놀부를 예로들어 학생들에게 설명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하얀 박씨와 검은 박씨가 함께 들어 있는 똑같은 주머니가둘 있다. 흥부와 놀부에게 주머니를 하나씩 준다. 흥부와 놀부는 주머니에서 딱 하나의 박씨만 꺼낼 수 있다. 이 경우 흥부가 어떤 색깔의 박씨를 꺼내든 놀부의 결과에는 전혀 영향을주지 않는다. 흥부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박씨를 꺼내는 사건과 놀부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박씨를 꺼내는 사건이 서로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부와 놀부가 하나의 주머니에서박씨를 하나씩 꺼낸다면? 이때는 흥부의 결과가 놀부의 결과와 강력하게 연결된다. 흥부가 하얀 박씨를 꺼내면 놀부는 반드시 검은 박씨를 꺼낼 것이기 때문이다.

자역학적인 신비감이 없다. 이제 박씨가 코펜하겐 해석의 양자중첩과 측정에 의한 붕괴라는 규칙을 따르면 어떻게 될까?
흥부가 박씨를 하나 꺼냈지만 손바닥을 펴기 전까지는 관측이일어나지 않았으므로 흥부의 박씨는 하얀색과 검은색의 중첩상태에 놓이게 된다. 즉 확률분포로만 존재한다. 놀부의 박씨도 마찬가지이다. 흥부가 박씨의 색깔을 확인하는 순간 중첩상태는 깨지고 하나의 상태만 남게 된다. 놀부의 박씨도 흥부의 관측에 의해 중첩상태가 깨지고 하나의 상태로 고착된다.
놀부가 자신의 박씨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그러니까놀부의 박씨 상태는 흥부가 박씨를 확인하느냐 마느냐에 따라결정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흥부와 놀부가 아주 멀리, 우주 끝에서 끝까지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볼 수도, 평생 소식을 주고받을 수도 없다 해도 흥부의 선택이 놀부의 상태를 결정한다. 이것이 얽힘‘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적인 신호가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상대성이론의 광속불변에 어긋난다. 놀부는 흥부가 박씨를 확인했는지알 길이 없다. 즉, 흥부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박씨의 상태가이미 결정돼 있더라도 정작 놀부 자신은 그 사실 여부를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물리적인 정보가 흥부에서 놀부에게 즉각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주머니 하나에서 박씨를 나눠 갖는 예

시는 가장 간단한 경우이다. 새로운 종류의 박씨를 담은 새 주머니가 추가되고 하이젠베르크의 그 유명한 불확정성의 원리까지 따지기 시작하면 상황은 대단히 복잡해진다.
슈뢰딩거가 슈뢰딩거 고양이 실험을 제안했던 1935년, 이미 미국에 있던 아인슈타인은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양자역학이 불완전하며 우리 우주에는 이른바 ‘숨은 변수(hiddenvariable)‘가 있어 이것만 발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저자 세 명의 머릿글자를 따서 ‘EPR논문‘이라 불린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EPR을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많은 실험은 한결같이 EPR을 기각하고 양자역학을 지지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최근 논문에 보니…… 양자얽힘을 이용해 광자의 과거 경로를 역추적할 수 있다며? 그거도 너네 연구실에서 나온 거맞지?"
"가장 흥미로운 성과 중 하나죠."
"과거 경로를 역추적한다는 게 어떤 거야?"
"양자역학은 기본적으로 유니터리(unitary) 변환이잖아요. 그래서 정보가 보존되고……."
"그래서 블랙홀에서도 정보가 손실되지 않는다고 거의 결론이 났지."

우리 인간보다 인간의 뇌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어."
가 너무나 성공적인 게 명확한 것처럼, 장담하건대 태황후는
"빅데이터가 뇌하고 무슨 상관이죠?"
"우리는 뇌의 시각피질에 저장된 일생의 시각정보를 추출해내는 데에 성공했어. 운이 좋았지. 한 인간이 평생에 걸쳐 봐온그 무수한 장면들, 본인은 기억조차 못 하는 무궁무진한 시각정보를 태황후의 학습자료로 사용하고 있어. 그야말로 혁신이일어난 거야."
성환은 할 말을 잃었다. 단어들이 목구멍에 걸린 채 뒤엉켜있었다.
"놀라운 게 뭔지 아나? 여태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인간 뇌의작동방식을 태황후가 스스로 학습하면서 성능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지. 전두엽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린 모르지만 태황후는 알고 있을 거야. 마치…… 알파고가 어떻게 인간을 이겼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인간을이긴 것처럼, 딥러닝이 왜 그리 성공적인지는 몰라도 그 결과

브이 같은 대형 로봇을 만들어 세계를 정복하는 꿈을 꾸곤 했여러이 질문을 한 꺼풀 벗기면 드러나는 과학과 사회와의 관계,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같은 주제들은 지난 30년 동안 나를 괴롭히면서 단련시켰다. 과학문화 활동을 한답시고 글 쓰고 강연하며 여기저기 나댄 세월도 결국 이 지점으로 귀결된다. 확실히 한국은 이 주제와 정면으로 맞닥뜨리기엔 대단히 부적합한 나라이다. 독자적이고 자생력 있는 과학을 아직 발달시키지 못했고 (내가 생각하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여전히 과학은 국가발전이나 경제성장의 도구로여겨질 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과학사 기말고사 문제에대한 답이 이미 정해져 있다. 아니, 맨해튼 프로젝트 같은 기획은 너무나 먼 나라 얘기여서 애초에 저런 질문 자체가 잘 와닿지 않는다.
현실에서 쉽지 않다면 꾸며낸 이야기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만약 한국에서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상상이 내겐 아주 낯설지 않았다. 어릴 때는 태권이게 마징가나 태권브이가 궁극이 가장

다.
과학은 정보이고 기술은 정보를 실현시키는 능력이다. 그래서 기술에는 욕망이 투영된다. 기술은 욕망의 실현태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그래왔듯이 남들이 하니까 해야겠다는 식으로는명작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지 식별이 바둑이든 욕망 또는목적의식이 구체적이고 강렬할수록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화오엽이 그랬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좋은 사례이다. ‘극강의 무기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는 잘못된 질문이다. 나의 욕망,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가 먼저 뚜렷해야 한다. 어떤 기술의 부산물이거나 원래의 목적달성에 실패한 기술이라도 새로운 욕망과 결합하면 전자레인지나 포스트잇 같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그래서 기술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주려면 우리의가장 강렬한 욕구가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20세기의 현대를 식민지와 내전으로 시작해 아직 그 상처를안고 사는 우리에겐 과거를 극복하는 일이 현재의 욕구와 어떤 형태로든 결부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1895년의 비극은 그 여정의 피할 수 없는 경과점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과거와 미래가 이런 식으로 만날 수 있다면 그 자체도 꽤

좋은 스토리라인은 좋은 과학이론과 비슷하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그 자체로 일관성과 완결성, 필연성을 갖추고 있고 다루는 주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엄청난 상상력을 눈앞에 보여준다. 대중강연을 할 때마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과학교육을 시켜야 좋겠냐는 질문을 종종받는다. 내 답은 늘 <해리 포터>이다. 어릴 때부터 미적분을 선행학습하는 것보다 <해리 포터>를 읽으며 상상력을 키우는 편이 훨씬 낫다. 이제 허접한 작품이나마 이렇게 내 이름이 붙은소설을 하나 쓰고 보니 내 이름이 붙은 과학이론은 언제쯤 나오려나 하는 안타까움과 허무함이 동틀 녘 샛별처럼 불쑥 솟구친다. 근사한 과학이론 하나 만드는 게 나에겐 여전히 가장큰 꿈이다.

저는 120여 년 전 을미년 시월의 그 끔찍한 만행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반인륜범죄에는공소시효가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우르드 프로젝트를 통해일본을 역사의 법정에 세우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물리일이 가능해졌학에 매진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다시 질문이 쏟아졌다.
"과거를 투시한다는 게 정확하게 무슨 뜻입니까?"
"과거를 사진처럼 찍는다는 얘기인가요?"
"그렇다면 을미사변 현장도 사진처럼 찍을 수 있습니까?"
홍경수는 말없이 재킷 속주머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펼쳤다. 그가 펼친 A4 크기의 종이에는 여인의 얼굴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이 장면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보던 성환은 깜짝 놀랐다. 현장에 있던 영란과 태형도 마찬가지였다. 사진은 피해자 이윤철의 가슴에 박힌 그림과 똑같았다.
"기초과학이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얘기를 많이들 하시는데, 양자역학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만나면 이렇게 놀라운일도 가능합니다. 여러분."
홍경수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저희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이나 인공지능연구소 같은 주요 국가안보시설까지 장악하면
"오얏꽃 다섯 이파리?"
"그렇습니다. 조선 왕조가 오얏나무 이(李) 자를 썼지요. 대한제국 황실의 공식 문장도 이화문(李花紋)이었고요. 그리고이화오엽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정말입니까?"
"이번 이윤철 살인사건 또한 홍경수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이화오엽이 움직인 겁니다. 이 조직원 중에 국정원의 김상국국장이 있습니다. 바로 ‘우르드 프로젝트‘의 책임자입니다."
"국정원까지…… 대단하군요."
"국정원의 일부는 간단히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드론과 같은 범죄 증거들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겠죠. 이들이 이화오엽을 유지하는 건 그렇다손 치더라도, 사조직이 국가기관그것입니다."

"홍경수, 문혜진 부부에 대해서는 저희도 오래전부터 모니터링하고 있었습니다. 홍경수는 을미사변 당시 궁궐을 지키던시위대(侍衛隊) 1연대 1대대 소대장 홍지원 참위의 후손으로,
이 있으신지요?"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을미사변 고종의 밀지를 받은 게 맞습니다."
"밀지 얘기가 사실이군요."
"밀지를 받은 사람은 한 명이 아닙니다. 고종은 가장 믿을만한 군인 다섯 명에게 비밀리에 밀서를 내려 역적 처결을 명했습니다. 이 다섯 군인은 밀명을 수행하기 위해 ‘이화오엽(李花五藥)‘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했습니다. 이화오엽은 경술국

"자살을 해야 할 상황이라든가…… 하지만 저는 솔직히 찬규가 정말로 자살했는지……… 여전히 의문이 있습니다. 혹시윤 팀장님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아시는 게 없나요?" 이었다면 핸들을 꺾어두는 것으로 충분한데 말입니다."
"그게…… 저희 관할이 아니라서 잘은 모릅니다만, 예전에있었던 ‘국정원 마티즈 사건‘이라고 들어보셨죠?"
"예전에 국정원에서 민간인 해킹 의혹 났을 때 담당 직원이차에서 자살한 사건 아닌가요?"
영란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태형이 말을 이었다.
"네, 그게 지난 2015년 7월이었습니다. 대략 이맘때네요. 당시 그 직원이 번개탄을 조수석과 뒷자리에 하나씩 피워놓고자살한 것으로 결론이 났었죠. 그 사건을 두고 여러 의혹이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보입니다."
"그게 뭔가요?"
"우선 경사진 길에 차량이 뒤로 밀리지 않게 바퀴에 돌을 괴어놓은 점이 똑같아요. 자살하는 사람의 행위치고는 이해가안 되죠."
"지금 죽으러 가는 사람이 차가 뒤로 밀릴까 봐 걱정한다는게 이상하다는 거군요."
"그렇죠. 차가 밀려가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까 봐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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