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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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사소하지 않은 감정

M 카지노 거물이 (곧 팔 예정이었던) 4840만 달러짜리
피카소 그림을 팔꿈치로 뚫어버렸을 때.
전 애인의 변덕스러운 약혼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말 등에 올라타 요가를 하던 사람이 떨어질 때,

무엇보다 샤덴프로이데는 우리가 도덕적으로 고지식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유연하며,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보이는 생각과 감정을 동시에 품을 줄 안다는 증거다. 샤덴프로이데와 연민을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낄 수도 있다. 도스토옙스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죄와 벌』에서 마르멜라도프가 어떤 사고를 당해 피투성이에 인사불성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동주택에 돌아오자 모든 거주민들이그의 주위로 몰려든다. 그들은 "누군가가 갑작스러운 대참사를 당할 때 가장 친밀한 이들조차 항상 느끼는 기묘한 내적 만족감, 진정으로 안타깝고 측은하다 해도 어쩔수 없이 찾아드는 감정"을 경험한다. - P19

예를 들어 18세기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에게선천적으로 ‘동류의식‘, 쉽게 말해 ‘동병상련‘의 성향이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동시대 독일인들의 행동을 지켜보며 칸트는 냉철한 논리로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배웠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약 올리고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삼던 사람이 마침내 정의의 뭇매를 흠씬 맞을 때, 분명안 좋은 일이긴 하나 모든 이가 거기에 찬동하고 그 자체로 옳은 일이라 여긴다. 칸트는 처벌을 통쾌해하는 심리는 악의가 아니라, 도덕적 평형이 회복됐다는 안도감에서비롯된다고 결론내렸다. 또, 범죄자 스스로도 자신의 처벌을 축하할 거라고 조금은 낙관적으로 쓰기도 했다.

우리의 승리보다 기쁜 것●

올림픽 승마 경기의 결정적인 순간에 다른 나라의 말이 똥을 쌀 때,

나 좋아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최대 라이벌이 넘어질 - P71

나 멋진 남자가 의자에 앉아서 뒤로 흔들흔들하다가 의지예기치 않은 사고와 함께 뒤로 넘어가버린다.
혼잡한 술집에서 바텐더가 술잔들을 떨어뜨린다.
X BBC 라디오. 4의 프로그램 〈투데이>의 진행자 제임스노티는 다음 출연자인 당시 문화부 장관 제러미 헌트Jerenty Hunt 를 실수로 제러미 컨트 로 소개한 다음 숨이넘어갈 듯 킥킥거리면서 아침 뉴스를 전달했다. 중간에한 번 재채기가 난 척해서 더 큰 웃음을 유발했다.



cunt.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비속어.

건축계의 거장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애플의 사옥 애플 파크의 최첨단 유리벽이 너무 투명한 나머지 직원들이 벽에 부딪히는 사고가 나서 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포스트잇 쪽지를 붙여놔야 했을 때,
열쇠 관리를 잘하라고 툭하면 잔소리하는 남편이 열쇠를 깜박한 바람에 초인종을 누를 때,
어떤 부모가 새로 산 인공지능 스피커를 자랑하면서아기에게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해보라고 한다.
아기 (디거 디게 Diger, Dieger) 틀어줘.



4장 잘난 척하더니 쌤통이다

중국 식당에서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후 돌아가는 길에앨드워스의 어느 한적한 시골길에 차를 세웠다. 그때, 위에 들어 있던 음식물이 갑자기 장으로 한 번에 쑥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화장실을 찾아야겠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말벌에게 엉덩이청바지의 엉덩이 쪽에 똥이 묻어 참을 수 없는 악취가 풍를 쏘인 척하면서 차에서 뛰쳐나가 범퍼 근처에 쪼그리고앉았다.
일을 볼 때 소리를 감추려고 요란스럽게 기침을 해댔다. 뒤를 닦을 만한 걸 찾는 동안 차 안에서 데이트 상대가 괜찮은지 묻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물린 상처의 상태를 계속생중계해주면서 밖에 말벌들이 더 있으니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다.
위기를 잘 넘겼다고 안도하며 마침내 일어나 청바지를 제대로 입고 차 안으로 들어가 앉자마자, 내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지리라는 걸 깨달았다.

혹은 주변적인 상황 때문에 자기를 방어하지 못하면(힘이약하거나 즉각적인 보복이 두려워서, 혹은 공격자가 상사나 부모처럼 내가 의존해야 하는 사람이라서), 억눌린 분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개심이 된다. 팔짱을 끼고 앉아서, 상대를 마음 넓게 용서하는 거라고, 인내하는 마음으로 의리를 지키는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실은 훨씬 더 깊은 악감정을 키우고, 헛되이 복수를 꿈꾸며, 기회만 되면 언제라도 회심의 미소를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인간을 두고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의 영혼은 곁눈질을 하고, 그의 정신은 어두컴컴한 구석과 은것이 자연스밀한 길, 뒷문을 사랑한다." 샤덴프로이데는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채 앙갚음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음흉한 전략, ‘무능력한 자들의 복수‘이다.
니체는 샤덴프로이데를 나약한 겁쟁이, 답답하고 빈약한 감정, 무기력함과 무능함에 연결한다. 니체에 따르면,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유대인, 흑인, 동성애자)이 샤덴프로이데라는 감정을 가장 잘 느낀다.

~ 밥 짓기가 쉽다던 친구가 위는 질고 밑은 탄 밥을 내놓친구의 찬란한 인생을 때,
0 잘난 척 심한 룸메이트가 곧 텔레비전에 출연한다며,
오랫동안 자랑하더니 유튜브 스타 시추에게 밀려날 때50 페이스북 친구가 자기와 애인은 서로 구속하지 않는관계이고 자기는 무척 개방되고 감정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 절대 질투하지 않는다고 잘난 체하더니, 일주일후 애인 전화기를 몰래 보다 들켜서 헤어졌을 때

분명 우리가 남들의 나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데에는여러 다양하고 복잡한 방식이 있다. 하지만 때로 남들의위기를 들으면 힘이 나기도 한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사실 가끔은 남들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우리 자신의 불행을기꺼이 털어놓기까지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샤덴프로이데를 알아차리는 거예요. 그걸 알아보는 법을 배우는 거죠." 페리가 말했다.
"인정해야 해요, 심지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샤덴프로이데의 기미가 보일 때 이걸 이해해야 해요. ‘나는 지금 내원니마음 편해지자고 남의 불안을 이용하고 있는 거야. 그럴필요 없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런 심리를 인식하기만 하면 막을 수 있어. 그럴 필요 없어. 그런다고 더사랑받는 것도 아니고,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의문을 던져보자. 우리의 큰실패에 누군가가 고소한 기분을 애써 억누르는 것이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백히 괘씸한 일이니 그와의 우정을 당장에 끊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첫째, 그의 잘못을 지적하지 말 것. 쩨쩨한 짓이니까.
자신의 비열한 샤덴프로이데를 인정하는 것과 남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둘째로, 그들이 용감하게 샤덴프로이데를 시인한다면 우리도 곧장 실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쭐한 기분을 맛보아라(너무 많이는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샤덴프로이데를 느꼈다면, 내가 그들에게 부족하지 않은 적수로 보였다는 뜻이다.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혹은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내가 그들의 상실감을 즐겼던 때도 분명있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당하고 있는 고통이 자업자득 아니라면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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