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은희경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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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꿔줄 그런 사건들이 언제어떻게 닥쳐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B는 낯선 사람에게 특히 친절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흔히 일어나는사소한 일을 무슨 큰 사건의 전조인 양 과장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 P59

『플루타르크 영웅전』 『서유기』는 책장에서 한번 빼본적도 없고요. 『십오 소년 표류기』와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같은 고생스러운 모험이야기를 왜 보는지 모르겠어요.
『신데렐라』『백설공주, 그런 이야기는 정말 유치해요. 그리고 무조건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이야기들, 세상에 그떡볶이를 입에 넣은 남자는 맛있다는 듯 쩝쩝 소리까런 게 어딨어요?"
"어쨌든 책을 읽은 건 사실이네, 그렇지?"
지 내며 그것을 씹었다.
"너, 남기는 걸 보니 이 떡볶이가 맛이 없나 보구나?"
접시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개를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며 남자가 이렇게 덧붙였다.
"떡볶이 맛없다고 돈 안 내려고 그러니?" - P80

자기 자신의 문제임에도 B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알 수 없는 흐름에 실려 그저 어디론가 떠내려갈 따름이었다. 만약 B가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면 그것은 물길이 바뀌어 자기가 아닌 남자 쪽으로 나쁜시간이 흐르기를 기도하는 것, 그러니까 남자를 궁지에빠뜨릴 미지의 경계선에 대해 필사적으로 상상하는 것뿐이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던 B는 학교 현관에서 그랬던 것처럼날카로운 눈으로 여자화장실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문이란 문은 모조리 남자가 지키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B에게 열려 있는 문은 하나도 없었다. - P81

사람들이 사납게 운전을 하고 모두가 비상시처럼 전조등을 켰으며 그리고 재앙과 저주의 도시를 빠져나가려는듯 과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까닭없이 마음이 불안하고간밤에 꾸었던 사나운 악몽이 되살아나는 날이다. B는 생각한다. 지난밤 이 도시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금 나는 어떤 경계에 서 있는 게 아닐까.
그 순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건너편에서 차 한대가 중앙선을 넘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B는 어둑어둑한 세계를 뚫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커다란 두개의 불빛을 본다. 악령의 눈빛 같은 사악한 명멸, 파국에 대한 찰나적 예감과 숨막힐 듯 짧은 흐느낌, 무언가가 타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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