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그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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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나무처럼 딱딱했다. 침을 묻혀 한참 빨면 버찌 맛이 났다.
꼭꼭 씹으면 혀에 남은 씨가 매끈하고 뜨거웠다. 저녁의 버찌는 행운 이었다. 하지만 배고픔은 더 심해졌다.
돌아온 시간은 먹물 같은 밤 무렵이었다. 수용소에 늦게 들어가는건 좋았다. 점호 시간이 지나고 저녁식사가 시작된 지 오래였다. 냄비안의 멀건 수프는 이미 다른 이들에게 배급된 후였다. 밑에 가라앉은건더기가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 - P70

이르마 파이퍼를 언제지 아무도 모른다. 다.
여느 때처럼 새 회반고 파이퍼를 언제 회반죽 구덩이에서 건져내 어디에 파묻었는도 모른다. 다음 날 아침 해는 시리고 반짝거렸다. 구덩이에는대처럼 새 회반죽이 채워져 있었다. 아무도 전날 일을 말하지 않 부명 이르마 파이퍼를 생각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그녀와 함께 땅속으로 들어갔을 멀쩡한 모자와 멀쩡한 솜옷을, 죽은 사람은 옷이 필요 없을 테니까, 산 사람도 어는 마당에.
지름길로 가려던 이르마 파이퍼는 시멘트 포대를 끌어안고 있어서자기 발이 어디를 딛는지 볼 수 없었다. 시멘트 포대는 눈비를 흠뻑빨아들인 탓에 제일 먼저 가라앉았다. 그래서 우리가 회반죽 구덩이로 달려갔을 때 시멘트 포대를 볼 수 없었다. 아코디언 연주자 콘라트폰의 생각이었다. 생각은 어떤 식으로든 할 수 있지만, 사실은 알 수없다. - P79

나는 오리나무 공원에서나무는 늙고 우람했다. 이어다. 이 나무는 성장속도수용소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그해 여름, 나는 오리」석고빛이 나던 수용소의 나무를 발견했다. 나무는 늙고드빈 삼촌의 나무 도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나무는가 빨라 마치 총알이 튕겨 오르듯 35미터 높이까지 쑥쑥 자란다. ..
는 2미터가량으로 지탱력이 강하며, 수명이 200년에 이른다.
에드빈 삼촌은 알지 못했다. 그가 총알이 튕겨 오르듯이라고 읽어때 그 묘사가 얼마나 정확했는지, 아니 적중했는지. 그는 말했다. 미우기도 쉽고 보기도 좋은 나무인데 이름은 순 거짓말이군. 몸통이 하얀 나무 이름이 어째서 검은 포플러야.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만 했다. 검은 에나멜이 칠해진 하늘 아래서 남은 밤을 지새우며 총살을 기다려봤다면, 그 이름은 더는거짓이 아니라고, - P84

다. 두 사람이 되는 것, 두 명의 강제추방자가 되는 것이 내게는 너무버거웠다. 그건 동그란 의자 위에 나란히 앉은 두 마리의 닭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나는 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짐스러웠다.
석탄을 쌌던 보자기는 거칠고 더러웠다. 나중에 거리로 나와 손수건 대신 보자기를 썼다. 코를 풀고 나서 목에 둘렀다. 그러면 목도리 가 되었다. 걸어가면서 목도리 끝자락으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잠깐씩만 눈을 닦았다. 볼 사람은 없었지만 나 자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울 이유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속 다짐을 너무나잘 알고 있었다. 나는 추워서 눈물이 나는 거라고 나 자신을 타일렀다 - P87

수용소에서는 그런 손수건을 쓸 일이 없었다. 그 수년 동안 물물교화 장터에서 먹을 것과 바꿀 수도 있었다. 그 손수건이면 설탕이나 소금 어쩌면 좁쌀도 얻을 수 있었다. 배고픔에 눈이 멀어 그런 유혹도느꼈다. 내가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손수건이 내 운명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운명을 포기하면 지는 것이었다. 나는 확신했다. 너는돌아올 거야라는 할머니의 작별인사가 손수건으로 모습을 바꿨음을.
나는 손수건이야말로 수용소에서 나를 보살펴준 단 한 사람이었다고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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