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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326/pimg_7641611132492446.jpg)
이것은 중요했다.
시신이 관에 들어갈때 폭이 가장 넓은 지점은 팔꿈치에서 팔꿈치까지의 거리다.
최대 폭은 25인치다.
인형 안에 인형이 들어 있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모든 것이 잘 맞아 들어가야 한다.
시신은 관에 맞아야 하고, 관은 관실에 맞아야 하고 ,관실은 무덤 구멍에 맞아야 한다.
그에 앞서 내가 편안히 쉬는 듯한 느낌이 들어야 했다.
그래야 어느날 , 생명을 잃은 나의 몸이 마치 내가 편히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관 속에 놓일 수 있을 테니까. 비록 한 존재가 그시점에 이르렀을 때는 편안하다는 개념이 부적절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122페이지.
뭔가 무시시하다고 아니 , 이것은 자신의 관을 만들기위해 아버지와 함께 줄자로 신체를 사이즈를 재면서 작가가 느끼는 감정의 일부분이다. 자신의 죽음이 예견 되어있지 않치만, 오히려 죽음을 앞둔것처럼 보이든 암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관을 만들기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작가이자 교수인 나는 오하이오에 자라서 그곳을 벗어난 토박이 중년아저씨이다. 오랜된 집을 사서 직접 고치는 것을 즐겨하고 휴대폰이라는 괴물에 억매이기 싫어 마지막까지 그 요물을 멀리했지만 자신보다 어른스러운 영혼을 가진 아내를 통해 물질 문명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TV에서 보았던 미국 장례식에서 보았던 시체가 누워있던 관이 그렇게 비싸다니 !! 라는 나의 놀라움 처럼 저자도 자신이 그런 비싼 관에 들어간채로 묻히는것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그래서 부인에게 말한다.
난 판지 상자에 들어가 묻히고 싶어
당신은 판지 상자에 들어가 묻히지 않을 거야 .
54페이지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326/pimg_7641611132492448.jpg)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 화장할때 쓰는 전용 싼 관을 판지 상자라고 하는데, 그것에 묻히고 싶다는 작가의 뜻을 반대하는 부인 지나 때문에 결국 또다른 선택을 한다.
내가 묻힐 관을 아버지와 내가 만들어야 해요 .
60페이지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다리를 만들고 부수고 했던 공병 출신이라, 손재주가 남다르다 .또한 설계적수학 실력도 탁월해서 작가와 같이가 아닌 아버지가 아들의 관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작가는 관만들기를 통해서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태도, 어릴적 제일 친한 친구인 존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게 된다.
늘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나와 동갑인 친구 ,
마지막 결과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서 인생의 수많은 자잘한 일들과 위험하고도 즐거운 일을 함께 했던 사내, 압생트를 마시기로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던 사내..
77페이지
전화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여행에서 돌아온뒤 알게된 친구 존의 암투병와 함께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작가의 감정들이 잘 표현되어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씩 아프고 그 지인들의 장례식에 가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중년이 넘으면서 주위사람들의 죽음이 조금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슬픔에 대해 ,그리고 그슬픔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해 여름은 암과 함께한 여름이 되었다.
78페이지
말처럼 아버지인후두암, 친구 존의 식도암, 어머니의 암 판정까지 ,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들을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과 장례식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끼리 슬픔을 나누는 방식과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어머니의 죽음이후 저자는
몇주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슬퍼한 것 뿐이었다.
내가 알게 된 것은 죽음에 대한 슬픔은 모든 것에 대해 슬퍼하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내아들의 야구 대회에서 상을 받을 것을 슬퍼하게 만들었다.
생일 케이클를 슬퍼하게 만들었다. 석양을 슬퍼하게 만들었다.
161페이지
슬픔은 넣어둬라는 말보다 , 삶은 지속되고 있고 , 떠난 사람을 어떻게 추억하고 기리는 것이 오히려 슬픔을 치유하는 또하나의 방법임을 말한다. 어머니가 떠난후 어머니에 더 깊이 생각하고 , 친구 존이 떠난후 어느 행복한 날 , 일상의 행복에 젖어있을때 문득 떠나간 사람을 추억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슬픔이 진짜 슬픔을 나누는 것이라는 것등을 보여준다 .
그리고 많은 죽음을 지나서 자신의 관을 아버지와 만들면서 떠나갈 아버지와의 시간을 보내는 것, 미리 그사람과의 죽음을 미래에 올 내죽음에 대입해 볼 수 있는 마음, 그것이 그가 비싼 관에 자기 몸을 넣은 것보다 훨씬 진짜 영혼을 데리고 가는 것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가 시작한 관 만들기의 종착점이 어디일까 ? 하면서 읽는 즐거움도 있고, 나이가 들수록 죽음과 가까워질 마음과 상실을 슬픈 드라마가 아닌 , 시트콤이 약간 썩인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해서 좋았다.
관만들기에 도대체 뭐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읽으면서 나에게 시작될 죽음, 아니 시작된 죽음의 소식( 몇해전 돌아가신 아버지 ) 들에 생각하게 되면서 오히려 읽는 동안 숙연해진다고 할까 ?
난 그 슬픔을 어떻게 건너지, 내 슬픔을 나눠줄 사람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나 죽은뒤 보다 내가 살아갈 , 그리고 맞이할 죽음의 소식들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그것을 나눌 곁의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작가의 죽은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 인생은 짧아 " 라는 진부한 말이 찐 대사라는 것을 ..
나는 먼저 죽음은 내게 뭔가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음은 이미 내안에 있는 것들을 드러낼 수 있을 뿐이었다.
또한 나는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되지만 , 그렇다고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시간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오랜 친구가 최고의 친구라는것,
지혜라는 것은 평생 저지른 실수에 다름 아니라는 것,
살면 살수록 세상일에 대해 , 특히 우리 자신에 대해 점점 더 잘 모르게 된다는 것,
어떤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라 생각하면서 침묵을 응시하는것은 실로 침묵을 응시하는 연습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어떤 노래들의 경우, 그 노래들을 듣는 게 너무 마음아파서 듣지 않는다고 해서 그 노래들이 마음을 덜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330페이지.
이 모든것을 관을 만들어봐야 알수 있냐고 ? 어쩌면 관이 아닌 인생을 만들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들을 이 작가는 관이라는 어떤 사물, 상황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관을 만들려면 집도 있어야 하고 그곳에 작업공간도 있어야 하니까 우리는 아주 쉽고 간단한 책으로 ...
집있고 창고 있으신 분은 만들어보던가 !!! 죽기전까지 그관의 용도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
내가 도착했을때 아버지는 잠에 빠져있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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