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홍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책, 책 차제로도 이쁘지만 내용도 아주 좋다.

이렇게 이쁜 책들은 내용은 좀 빈약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용도 울림이 있다.

우선 저자는 ,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자란 특수성이 있다.

언뜻 보면 부러운 문화적 혜택을 받고 자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 정작 저자는 다양한 문화적 혜택이 정체성과 함께 그 모든 문화에 적응하려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는 서구화 되긴 했지만 부모님이 한국인인 아시아계 미국인이라서 제가 자란 도쿄나 로스앤젤레스 에서 항상 아웃사이더였어요.

그래서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완전히 어울리지 못할 거라는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어요.

집에서는 완벽하게 아시아인이 되지 못하고 집밖에서는 완벽하게 미국인이 되지 못하던가...

특히 사춘기 시절을 보냈던 일본에 있을때는 더했어요.

그때 그림을 그리게 된것 같아요.

결국 저는 제 정체성에서 오는 외로움을 에스더버니에 담아내기로 했어요 .

232 에필로그중에서

 

 

 

 

에스더버니는 작가의 정체성에서 오는 외로움의 산물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에스더버니가 존재한다.

사람은 한가지 성격이 아닌 자기속에 다양한 성격들이 내재되어 있다. 간혹 외모를 보고 그사람을 판단하고 한쪽의 성향만 강조하지만 우리 모두는 작가가 표현해 낸 캐릭터 처럼, 외모속에 다양한 나가 존재한다.

작가는 에스더버니를 색깔을 가지고 다른 성향을 표현해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다양한 에스더버니도 결국 하나의 나라고 이야기했다.

큰귀를 쫑긋거리고, 귀엽고 보들보들 하지만 ,책속의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 에스더버니를 만나다보면 귀여움속에 감춰진 거대한 에스더버니를 만나게 된다.

일과 삶에 지친 우리들의 이야기를 에스더버니가 살포시 다가와 위로해준다.

이쁜 그림들과 함께...

 

 

내면에 들리는 약한 소리는 무시해도 되요 .

42페이지

 

 

"잘"하는 것보다

계속 하는 게 중요해요

 

 

 

 

사람들을 사랑하는 만큼 나만의 공간도 필요해요 .

104페이지

 

 

 

한 주를 이겨낸

나에게 칭찬해줘요 .

 

 

 

이 책의 매력은 에스더버니의 캐릭터가 던져주는 매력의 끝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에필로그 부분이 맘에 와닿는다.

몇가지 질문을 통해서 에스더버니의 탄생, 그리고 작가가 겪었던 이방인에게 오는 정제성과 외로움이 얼마나 깊었는지 살짝 엿볼수 있다.

그래서 에필로그를 읽고 다시 에스더버니를 보면 아이였던 토끼가 깊은 외로움과 방황을 끝내고 성장한 어른 같은 느낌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나만의 캐릭터와 나만의 세계관을 뚜렷하게 만들어 싶은 사람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

아티스트로서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저는 그동안 불필요하게 내 자신을 부정하고 있었던거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게 내버려둬야 했었는데 말이예요.

여러분도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파악해보세요.

그것이 여러분의 인생에서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없애고 어떤것을 남길지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되고 그로부터 인생을 설계할 수 있게 되죠.

그러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될거예요.

237 페이지 에필로그 중에서 .

 

 

눈 오는 겨울밤 , 음악과 함께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내곁에 나만을 위한 에스더버니를 발견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작가가 오랜 외로움과 정체성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었던 힘은 나를 생각하고 나만의 시간을 오랫동안 가진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에스더버니의 커다란 귀와 눈망울이 오늘 온 첫눈처럼 마음으로 살짝 스며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