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가 없어서 쓸쓸하냐는 질문을 받을때가 있다.

늘 곁에 있던 사람이 도중에 사라지면 아마 쓸쓸하겠지만 내게는 처음부터 아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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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하나는 , 엄마가 같이 산다. 엄마는 어릴적 부터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태어날때 부터 없었던 아빠였지만, 가끔 친구들의 아빠를 보면 부러움에 젖는 초등학생 하나.

이렇게 첫부분의 문장을 보면 슬프고 슬픈 내용인가 라고 생각하지만 읽어갈수록 , 상황은 슬픈데 유쾌함이 가득담겨져 있다 .

 

하나를 중심으로 5개의 단편이 엮어져 있는데, 내용의 줄거리는 웬지 우리나라 응답시리즈처럼 옛날 이야기 같이 정겹고 웃프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스마트폰세대인 12살 작가의 감성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레트로적인 감성이 가득하다.

소설주인공의 하나의 감성인지, 12살 작가의 실제 감성인지 궁금해진다.

주인공 하나는 미혼모 엄마에 ,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12살 소녀이다. 가난때문에 먹고싶은것을 참아야하고 놀이공원도 맘대로 갈수 없는 그런 소녀인데 언제나 쾌활하고 긍정적으로 나온다.

그 근원은 무엇일까 ? 하나의 성장을 지켜봐주는 엄마의 쾌할함과 모녀의 곁에서 삶을 같이 살아가주는 이웃 ,주인집 아줌마, 그리고 하나의 학교 선생님이 있다.

먼저 하나의 엄마는 .

엄마는 공사현장에서 남자들과 어울려 힘쓰는 일을 한다.

거기서 여자는 엄마뿐이다.

볕에 탄 머리카락은 퍼석퍼석하고 잘 먹는데도 말랐다.

날씬해서 부러운 몸매가 아니라 가난해서 비쩍 마른 몸이다.

잘 씻어도 얼굴이 어딘가 지저분해 보이고, 여름에 반바지와 러닝셔츠를 입고 대자로 뻗어 낮잠을 자는 모습은 꼭 밭에서 방금 파낸 흙 묻은 우엉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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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친적도 없이 자란 엄마는 아빠없이 어떻게 하나를 기르게 된 사연은 없지만 , 그런 자신의 삶에 원망보다는 늘 긍정적이다. 그런 긍정의 힘이 하나를 밝고 꾸밈없이 기르게 된 원동력 같다.

엄마는 무식해보이고 싼음식을 좋아하고 멋도 안부리지만 , 내면에는 누구보다 값진 귀부인 들어 차 있다.

엄마의 어록들을 보면 단단한 하나의 근원이 엄마임을 알수 있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뭐가 좋을 지에 대한 답

먹고 배설하고 그냥 사는 거야.

삶의 보람이니 의무니 과거니 장래니 일이니 돈이니 하는 것과 관계없이 단순하게 살다가 죽는 게 좋겠어.

#다시태어나도 엄마딸 23페이지

아빠에 대해서 하나가 물었을때 엄마는

숨기면 꽃 이라는 말 모르니

제아미 가 한말 ,

꼭 수제비 같은 이름이지?

아무튼 그사람이 말했어. 뭐든지 다 밝힌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뜻이야.

인생에는 알쏭 달쏭한 부분을 남겨둬야 상상의 여지가 많고 운치가 있다는 소리지.

수수꼐끼 이외에 무엇을 사랑하랴"라고 니체도 말했다더라.

니체라고 아니 ? 독일 철학자야 .

#다시태어나도 엄마딸 17페이지

라면서 초등학교를 겨우 마친 엄마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 무소유,니체,망명자같은 엄마 입에서 나오지 않을 말들을 하면서 어린 하나에게 겸손과 인간의 기본적인 내면세계를 길러주는 양분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곁에 보통 선생님 보다는 약간 다른 기도 선생이 있다 . 이선생은 전생에 셜록홈즈와 같이 살았다고 말하면서 한번도 영국을 가보지 않았다는 것을 당당히 이야기한다.

"머리가 너무 좋아서 위험한 영역으로 가버린 타입"이라고 친구들은 말을 하지만 하나는 은근 그선생의 정신세계를 좋아한다.

신이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심술궂습니다.

이걸 꼭 기억해두세요. 신은 때때로 인간의 작은 바람이나 소소한 소망도 용서없이 짓밟아요.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 나쁜 쪽으로 굴러갈 확률이 훨씬 높죠.

신은 우리에게 심장이 후벼 파이는 고통을 주고 웃으면서 지켜봅니다.

과학수업때 기도 선생이 한말 .

이처럼 하나곁에는 평범하지 않은 엄마와 평범하지 않은 선생님이 그리고 주인집 백수아들이 있지만 그들이 하나의 평범성을 지켜주는 존재들이 된다.

맨처음 12살작가의 이야기라는 소개 글을 보고 , 유치하지 않을까!! , 너무 소녀 감성적인 이야기만 가득한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소녀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만큼 글내용이 성숙하고 완성도도 높다.

하나의 순수함, 엄마의 과격한 무식함, 기이한 선생, 수다많은 주인집 아주머니와 세상에 맞설 용기를 잃어버린 주인집 아들 켄토를 통해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그마한 원룸에서 두명의 철학자가 있다.

나의 어릴적 모습이 생각났다. 아버지 때문에 어쩔수 없이 굳은 일을 해야 했던 엄마. 식당을 다니는 엄마가 부끄러웠고, 잘 사는 친구집에 갔다가 이쁜 앞치마를 두르고 맛있는 밥을 해주고, 뽀얀 얼굴에 세련된 말씨를 쓰는 그런 엄마를 갖고 싶다고 매일 밤 누워서 꿈을 꾸었다.

나는 아마 다른 집 딸인데 , 이집으로 잘못입양 되어 왔을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던 나의 12살 에

이작가는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 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대단하다고 라는 말이 너무 약소한 칭찬이다.

마지막 단편의 신야의 이야기에서는 울컥유발자라고 할 수 밖에 없는 , 그런 내용이 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 문학 천재"라는 말을 아낌없이 쏟아내게 된다.

그야 있지. 나도 자주 울어 .남들이 안 보는 곳에서 .

누구든 슬플때나 괴로울 때는 울어 . 안 우는 사람은 없어.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돼.

보이즈 돈 크라이 가 아니라 소년이여 크게 울어라 "야

노보이 노 크라이 , 세상에 울지 않는 소년은 없어

안녕 다나카 중에서 269

울어도 된다는 이야기, 안참아도 된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아가고 있는데 . 다늙어서 .

이작가는 어떻게 알았을까 ? 그래서 이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진다. 어쩌면 일본 문학 노벨상의 후보를 지금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갔나 !!)

어째든 책앞의 추천사 중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일을 후회했다. 이작가와 같은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았더라면 내 삶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 몇번이고 눈물을 훔치며 책장을 천천히 넘겼다.

이 책은 내 인생에 정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독자평

나도 이하동문 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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