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나이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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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뭐가 시작되고, 뭐가 끝나는 것일까?
17페이지

 

두근거리는 일들은 계속되지 않는다. 불행도 계속되지않는다. 행복도 계속되지않는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을 알지만 모든 순간에 그 모든일들이 계속 지속 될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보면 시작되는 일에는 꼭 끝이 있다는 것을 안다.
문제는 아무도 그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어느날 책상위에 올려둔 우편물 , 그속에 발견된 편지로 부터 시작된다.
남편의 잃고 어린딸 미치루와 시부님집에 얻혀 살고 있는 사야카.
기묘한 편지의 내용

 

그 집 마당의 담장 밑에 소중한 것을 묻었으니 가능하면 확인해서 되찾아 오라고요

 

 

라는 이상한 내용이 실린 편지의 발신자는 그옛날 첫사랑 ,연인 이치로 이치다 .

 

 

이치로 , 알고 보낸거야 ? 아니면 정말 내가 여기 산다는 걸 모르는채 우연히 이런 편지를 보낸거야 ? 게다가 이집에 살았던 적이 있다니 , 무슨 말이야 ?

 

 

라면서 혼란스러워 하던 사야카는 담장밑 흙을 파내어 그곳에서 어린 뼈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뼈에 손을 대순간 어떤 느낌을 받는데 .
사물을 손에 대면 그에 관련된 기억이나 존재들을 느낄수 있는 이상한 능력과 색다른 감성을 지닌 그녀 .
사이코메트리라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그녀에게는 연인 이치로와의 슬프고 아픈 사건이 있다.
그걸로 인해 일본을 떠나 태어나고 자란 고향발리로 돌아가게 되면서 그 사랑이 끝나버렸던 기억이 있다. 이치로의 가족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잊어다고 느낄 쯤 다시 나타난 과거로의 연결은 지금의 사야카에 어떤 일이 시작일까 ? 아님 끝일까 ? 

담장밑에 묻힌 아기뼈 ,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을 가진 사야카, 옛연인 ,시한부였던 남편,어린딸
이모든 상황은 왠지 미스터리한 이야기 같다. 읽어갈수록 치유와 관련된 코지 미스터리적인 성격을 뛰기도 하지만 때론 액션 활극같은 내용들,  어느부분에서는 로맨스소설같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의 바탕은 사야카가 자란 발리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이소설의 특징은 두가지로 크게 나뉜다.

1. 장소가 갖는 특징 -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 문제는 없다 .
사야카가 태어난 발리,
사랑이 아닌 시한부 남자로부터 아이를 낳아달라고 청혼으로 시작된 결혼에서 터전이 된 시부모님과 같이 살게 된 이층집

그리고 옛날 연인이었던 이치로의 신사집

이 세장소가 사야카의 인생전반에 어떤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
부모님과 같이 살았던 아름답고 즐거웠던 발리가 부모님의 죽음으로 떠나야할곳이 되어버렸지만 연인에게 받은 상처로 일본을 떠나서 다시 돌아온 발리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 된다.

 

 

발리에는 사야카가 마음 놓고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곳이 많군 . 안심이야

 

 

 

 

 

여기가 고향이니까 그렇지. 이곳의 신도 공기도 땅도 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만큼 나를 그리워해 주는 걸

 

 

그 힘으로 다시 일본으로 와 남편 사토루와 아이를 낳아서 살고 있는 지금의 집이 전의 연인이 살던 집이라는 기막힌 우연으로 인해 다시 만나게 되는 매개체가 되는 곳
슬픈사연으로 인해 떠날수 밖에 없었던 이치로의 집, 몇년이 지나 다시 찾은 그곳에서 평안한 마음을 얻게 된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와 있는 나 자신이 꽤나 나이를 먹었구나 싶었다.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 문제는 없다.
된장이나 간장이 발효 되는 것처럼,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와인이 맛잇게 숙성되는 것처럼 힘겨웠던 일도 시간이라는 요소에 안겨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 간다.
계속 집착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뿐이다.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고향의 따스함 ,
지인인 누군가는 그랬다 한국을 떠나 다시 돌아오면 공항에서 내려서 나온순간 '그모든 긴장감이 사라진다고, 일상으로 돌아가야하는 슬픔이 있지만 동시에 고향,조국이 전해져오는 안도감과 행복감이 있다고 말이다. 사야카에게는 고향인 발리, 그곳의 사람들이 치유와 행복감을 주는 곳이다.
지금 살고 있는 일본이 그녀에게 슬픔과 행복감을 주는 제2고향이 되어갈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 장소의 낯설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조금씩 그녀에게도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2. 각자의 사랑의 무게는 다르다 .-그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일을 하는 거지 ,

 

사람이  줄어든 만큼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이 늘었지만 , 사람이 는 만큼 행복도 늘었다. 옛날보다 좋아진 것은 틀림없이 반드시 있다.

 

 

사야카의 사랑 1. 이치로 - 뜨거웠던 사랑
과거의 연인 , 사건이 있기전 그것이 사랑이라고 느꼈던 감정, 그것이 정말 사랑이었을까 ?
이치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했던 행동이라고 느꼈던 사건은 어쩌면 사야카의 절망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사랑만으로 안된다.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치로와 사야카의 사랑은 그때가 아님 지금 일지도 모른다.

 

이치로 : 가장 소중한 건 사랑이 아니야 . 그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일을 하는 거지 ,
하지만  나는 내 생각밖에 없었어

 

사야카 : 그때는 다 젊었잖아. 젊다는 건 자기 생각밖에 없다는 건데  뭐

 

 

사야카의 사랑 2. 사토루 .미치루
그냥 남사친 이었던 사토루, 어느날 불치의 병에 걸렸음을 고백하면서 자신의 아이를 낳아달라고 말한다. 사토루를 동경했지만 사랑하지 않았던 그녀 ,사토루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했던 두연인. 그사이에 태어난 미치루를 통해서 점점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임을 느끼게된다. 사토루가 떠나고 난후 . 펄펄 끓는 사랑도 있지만 이들처럼 미적지근하면서 서서히 올라오는 사랑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둘의 매개체이자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딸 미치루 .

 

 

응. 좋아했어. 마치 우주인을 사랑하는 것처럼 .
모르는 나라의 경치를 동경하는 것처럼

 

 

미스터리 같은 편지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사랑, 치유라는 이야기로 전환된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아파하고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옛연인을 통해 현실의 남편의 사랑을 기억하고 딸을 통해 시부모님의 사랑을 깨닫고 , 남편의 사랑을 통해 발리의 이웃들, 부모님의 사랑을 알아가는

사야카의 사랑과 치유된 회복 속에서 어느새 나의 평안한 쓸쓸함을 느낀다.
평안함 - 사람은 모두 상쾌하고 풍요롭다.  발리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마루씨의 말처럼

 

 

다들 잘되는 게 가장 풍요롭고 .뭐니 뭐니 해도 상쾌하잖아 .
안그래 ? 그게 가장 좋아.

 

 

쓸쓸함 - 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한탄했다. 정작 나는 가족에게 친구에게 그런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그런 나같은 사람도 이제부터 노력하면 가능할까 ? 라는 약간의 두려움과 쓸쓸함이 있다.

 

 

나는 혼자 힘으로 회복된게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 , 마루씨에게, 그의 직원들에게
그리고 발리의 땅과 하늘에서도 큰 힘을 받았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말고 살자. 하는 나는 다짐했다.

 

어쩌면 사야카에게 치유의 근원이 되었던 발리처럼 우리모두는 그런 발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모르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바나나작가는 우리의 발리를 찾아주고 싶어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까 싶다.
사야카처럼 상처받고 있을 누군가 또는 사야카의 상처받은 굽은 손을 가진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야카들에게 발리는 내가 혼자 찾는게 아니라 같이 찾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풍요롭고 상쾌하게 그리고 그리움을 가지고 ...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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