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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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정 하는 작가 중 한 분 미야베 미유키  , 그녀의 에도 시리즈를 특히 좋아한다.
그녀가 꾸준히 내는 에도시리즈 , 그 속에는 때론 무섭고 때론 슬퍼서 이것이 이야기라서 다행이야라고 할 정도의 공감 가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 흑백 방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괴담을 듣는 아가씨가 있다.
오치카는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잊기 위해 에도의 친적 집 주머니 가게에 오면서 자신을 세상으로 가두어버리고 오로지 사람들의 괴담을 들으면서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은 때때로 인생의 한 귀퉁이에 스며들어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 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건 곤란하다. 다만 한 번쯤 입 밖으로 내어 토해 버리고 싶을 뿐이다.

어려운 규칙은 없다. 듣고 잊어버리고. 말하고 잊어버리고, 그것뿐이다.
오늘도 또 한 사람, 흑백의 방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

페이지 11 중에서

오치카 시리즈 일명 미시마야 시리즈는 안주 -흑백- 피리 술사에 이은 네 번째 이야기이다.
백가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미미 여사는 이번 판에 놀라운 예고편을 집어넣었다.
흑백 방이라는 일명 어두운 이야기만 있을 것 같지만 짝수권에는 살짝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 홀수권에는 무섭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구성되어있다.

네 번째 이야기 삼귀는 제목부터가 무시무시한 귀신이야 일 것 같아 살짝 두려움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번 편은 무섭다기보다는 눈물을 찔끔하게 만드는 슬픈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흑백방에 열두 살의 어린아이가 찾아왔다. 마을에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련의 사건들
죽은 아내와 아이를 위해 마을로 들어와 귀신을 불러낸 남자의 이야기
도시락 가게를 하는 남자에게 붙은 먹보 귀신 이야기
첩첩산중에 죄지은 자들이 감옥처럼 살고 있는 산골마을에 나타난 귀신의 정체
흑백방에 나타난 노파가 이야기를 남기고 귀신처럼 사라진 이유 ..

이번 흑백방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무서운 귀신 이야기 속에 평범한 서민들의 삶이 깊이 녹아져 있다.
삶의 고난 속에서 인간으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감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를 안고 가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치유란 어떤 것인가를 건네는 것 같다.
아무것에도 기댈 수 없는 인생의 끝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잠깐씩 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아픔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세상과 격리된 채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가의 치유 같은 이야기이다.
아픈 과거 때문에 자신을 가둔 오치카를 통해 삶이 계속된다며, 자신을 가둔 것도 자신을 꺼내는 것도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와 이야기 속에서 치유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그리하여 이번 작품에서는 오치카는 조금 더 성장하고 그리고 색다른 두 주인공에게 흑백방을 넘겨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포 김 사장 (북스피어 출판사 사장님)의 출간 후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동안 오치카의 아픔 때문에 언제쯤 행복하고 삶을 다시 시작할까? 안타까웠는데
역시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에서, 인간에게 보이는 애정이 흑백방에 갇혀있는 오치카에게 애정이 손길이 간 것 같아 마음이 따스해진다.
흑백방이 주인이 바꾸는 것은 약간 안타깝지만, 노처녀를 늙는 오치카보다는 행복한 오치카가 좋다.
에도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따스함, 그리고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이 애정이 느껴져서 항상 읽고 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 미미 여사가 그리는 에도에 타임머신을 타고 구경하고 싶을 만큼 (단 미미 여사가 이야기하는 에도 속으로)


나도 흑백방에 가서 오치카에 나의 절절한 이야기를 하고 같이 끌어안고 울고 싶다.


그리고 달달한 다과와 차도 마시고 싶다, 이번 편에 나온 (에도 물건 사기 자습서)에 실린 맛 집도 함께 가보고 싶다.
오치카와 나 그리고  두 남자 도미지로 와 칸이치와 함께 ..


    그 귀신들
역시 거기에서부터 시작할까 . 과녁의 한가운데를 쏘아서 어떤 것으로 만들어진 과녁인지 감촉을 한번 살펴보자 .

페이지 29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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