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님이 보내주신 책이다.
정영목님의 번역을 좋아한다. 번역만 잘하는게 아니라 작품선택도 좋다.
표현이 섬세하다. 이런 글 너무 좋아한다.
파리좌안과 피아노공방이란 단어의 조합이 주는 뉘앙스가 어떤 기대감을 갖게 한다.




스타인웨이는 아주 좋은 피아노로 여겼지만, 그렇다고 꼭 프랑스바깥에서처럼 숭배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래된 스타인웨이는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그 뛰어난 만듦새와 노래하는 듯한 유명한 음색때문이었다. 뤼크는 적어도 장난감이 아니라 악기를 사려고 하는 돈있는 사람들을 놓고 볼 때, 고급상점에서 판매하는 신제품 스타인웨이의 가장 큰 경쟁자가 복원한 20~30년대, 다시 말해 ‘황금시대의 스타인웨이임을 인정했다. - P33

사람들이 피아노를 다루는 방식에 관한 뤼크의 태도에는 그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었다. 뤼크는 아이들이 피아노를 함부로 다루어 건반과 현이 망가진 것은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참을 만한 일로여겼다. 그래도 피아노를 쳤고, 피아노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족의 중심에 있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단순한 가구이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가구이기도 했다. 따라서 음료를 흘려그 얼룩 때문에 빛나는 도장이 상한다 해도, 그것은 어린아이가 피아노를 숭배하기보다는 친숙하게 여기면서 그것이 주는 기쁨을 느끼도록 인도할 때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할 수 있었다.
뤼크는 피아노를 음악이라는 예술을 올려놓고 숭배할 제단으로여기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냈다. 그러나 이 악기를 이용하고 이것에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진지한 음악가들에게는 깊은 존경심을 품었다. 노골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누군가가 소유는 했지만 친 적은 거의 없는 피아노가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오늘날 텔레비전이나 전축처럼 피아노를 가족의거처에 불가결한 물건으로 여기던 부르주아적 감수성의 흔적인 셈이었다.  - P37

뤼크는 피아노를 얻은 방식을 이야기할 때는 늘 모호한 표현을 썼다. 절대 샀다 거나 거래했다 거나 경매에서 낙찰받았다‘ 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는 피아노가 나한테 왔다 거나 도착했다고 말했다. 마치 문간에 천사가 나타난 것처럼, 그렇게 하면 당연히 그가하는 거래의 비밀이 유지되었다. 실제로 악기의 출처를 감추는 것이그에게는 중요한 일로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런 표현을 쓰는 이유의 일부일 뿐이었다. 피아노의 ‘도착‘ 을 언급하는 방식은 사실 그가 느끼는 감정과 일치했다. 피아노는 한동안 그와 함께 살러 온, 떠날 때까지 그가 보살펴야 할 영혼이었다.
- P41

나는 피아노 의자에 앉으며 뤼크에게 웃음을 지었다. 신경이 바싹곤두섰다. 홀렸다고 해도 좋았다. 갑자기 이 위대하고 비실용적인거대한 물건이 내가 너무 오랫동안 가보지 못했던 영토로 들어가는관문이 된 것이다. 아직 건반에 손을 대기도 전에 뭔가가 그래, 이거야!‘ 하고 말했다. 물론 뤼크를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 피아노를 사랑하고 싶어한다는 것, 내 삶에 음악을 다시 불러들이고 싶어한다는 것 또한 분명했다. 나는 음계를 몇 개 쳐보았다.
그러다 화음 몇 개를 이어가보았고, 마지막으로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아르페지오를 몇 개 쳤다. 음들이 울려 퍼지면서 예상치 못했던전율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슈팅글의 액션은 훌륭하고 깔끔했다. - P46

그곳에는 불가사의한 피아노 대가 천장에서 내려오는 햇빛을 머리로 받으며 서 있었다. 캐비닛은 지금까지 본 어떤 것과도 달랐다. 불그스름한 짙은 갈색에 검은 줄무늬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났다.
이런 대조는 목재 내부에서 나오는 타는 듯한 광채 거의 무지갯빛이었다 때문에 더욱 눈부시게 느껴졌다. 캐비닛의 곡선은 화려하고 관능적이었다. 목재의 풍부한 느낌이 상자의 길고 바로크적인 파동으로 더욱 도드라졌다. 받침대로 비스듬하게 들어 올린 단단한 덮개는 자신의 내부에 있는 불꽃을 발산하는 듯했다. 천천히 주위를걸어보니 철제 프레임의 황금래커가 목재의 황금색조와 완벽하게조화를 이룸을 알 수 있었다. 목재는 놀라웠다. 처음 보았을 때는 얼룩말 같은 줄무늬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살펴보자 여러 색조가 미묘하게 변화를 일으키며 무한히 바뀌어나갔다. 빨강,
주황, 노랑, 갈색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조가 섞여 마침내 줄무늬의 짙은 검은색을 이루었다. 그 색깔들 속으로 손을 푹 집어넣고 휘휘 저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었다. 앞쪽으로 다가서자 건반뚜껑에새겨진 정교한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스타인웨이 & 선즈, 뉴욕앤드 함부르크, 페이턴트 그랜드‘
- 111 - P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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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3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선물하고 나누는 두 분 좋아요. ^^

그레이스 2022-01-23 01:31   좋아요 0 | URL
^^
저도 기회가 되면 서재에서 해봐야겠어요~♡

서니데이 2022-01-23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영목님 번역 도서가 찾아보면 적지 않을 것 같아요.
저희집에도 몇 권 있을 것 같고요.
그레이스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1-23 21:45   좋아요 1 | URL
번역 좋죠?
서니데이님도 남은 주일 저녁 행복하세요

다락방 2022-01-23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정말 아름다운 책이에요!

그레이스 2022-01-23 21: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 좋은 책 보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