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가 쓴 ‘발터 벤야민’의 삶과, 사상, 저서에 관한 기록이다. 원래는 그녀의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이라는 책에 브레히트나 야스퍼스, 브로흐 등 철학자나 문인들과 함께 수록되어 있던 편을 따로 떼어내서 출판한 책이다. 역자 이성민은 이전에 나온 ‘한나 아렌트’의 작품들의 번역에 대해 잘못된 점을 많이 발견했고, 다시 번역되어야 할 필요성을 생각 하던 중 그 일환으로 이 한 부분을 번역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의 구판을 갖고 있어서 읽어본 나는 복문과 인용문들에 막혀 뒷부분에 배치되어 있는 「발터 벤야민」까지는 가보지도 못했던 터라 반가웠다. 역자 서문을 읽고 첫 번째 챕터를 읽으면서, 번역을 지적한 의미는 가독성의 문제가 아니라 저자의 문장을 훼손하지 않아야 함을 주장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벤야민의 글은, 시적 은유가 많고 인용으로 가득 차 있어서, 변증법적 논리가 필요한 비평과 철학 글에 적합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의 글도 만만치 않다. 인용들로 이어지고 은유들로 채워진 문장들을 이해하기 위해 한 줄을 여러 번 읽어야 했다. 페이지마다 밑줄로 채워져 있다. 인용과 인용 사이의 조사만 빼고 다 밑줄을 그었다. 밑줄을 긋는 행위는 그 부분이 중요해서이기도 하지만 이해하려는 몸부림이었다. 소리 내서 읽고, 하이픈과 주절을 분리해서 읽고, 반복해서 읽고, 각주를 다시 읽고... 결국 며칠에 걸친 이런 행위 속에서 일정량의 페이지들은 넘어가고 오늘 마치게 되었다.
끝까지 읽었다는 뿌듯함은 잠시 뿐, 분절된 지식과 흩어진 단어들이 떠돌고, 리뷰를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읽기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결국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 일단은 발터 벤야민에 관한 다른 책(『발터 벤야민과 도시산책자의 사유』)을 읽고 다시 읽기로 했다. 그럼 조금 더 이해가 빠르겠지. 이게 다 ‘한나 아렌트’로부터 시작된 독서 이벤트다.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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