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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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 광경을 고스란히, 이치는 따지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 560p

 선구의 리더이자 '듣는 자'는 죽었다. 그러나 마더와 도터는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리틀 피플은 자기들의 일을 멈추지 않는다. 아오마메. 리더는 그녀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을 예감했으며 끝나기를 원했다. 리더의 육체적 죽음은 아오마메의 손에서 끝이 난다. 그러나 그 날, 천둥번개가 치고 폭풍이 몰아치던 밤. 아오마메의 몸에는 또다른 생명이 잉태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밤, 덴고는 잠을 자던 도중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후카에리'가 자신의 몸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온몸이 마비된 상태에서 그는 후카에리의 몸속에 들어가게 되고 후카에리의 정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다. 그것이 그녀의 역할이다. 20년동안 헤어져서 각자의 상처와 외로움에 빠져 살던 덴고와 아오마메를 연결시켜주는 것. 두 개의 달이 뜬 이야기속에서 그들의 맺음은 리얼리즘이 아닌 무의식적 허구로의 통로라고 볼 수 있다.

 어릴적 증인회 신자였던 가족들 때문에 상처를 안고 성장한 아오마메. NHK 수금원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어린아이로써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광경을 보고 자란 덴고. 이 둘은 어릴적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는 점이 닮아있다. 그때부터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가 자석같이 끌어당기는 인연이 될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10살 이후로 만나지 못했지만 20년동안 서로의 가슴에는 상대방이 자리잡고 있다. 언젠가는 만나게 될 수밖에 없으리란 것을 알기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사건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법. 덴고는 후카에리를 통해, 아오마메는 선구의 리더를 통해 그 둘을 연결한 끈을 잡게 된다. 이 끈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다한 후 사라진다. 결국 존재하는 건 아오마메와 덴고.

 두 개의 달. 쪼개져 버린 두개의 달이 있는 세상에서 계속 엇갈리는 모습은, 결국 이 둘이 만나져야지만 하나의 달이 있는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오마메를 찾기 위해 덴고를 감시하던 '우시카와'는 프로인 다마루의 손에 죽게 되지만 곧, 리틀피플들이 그의 입에서 나와 공기번데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는 리틀피플들은 계속해서 존재하게 되리란 것을 알 수 있다. 또 공기번데기는 또다른 역할을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든다.

 덴고는 후카에리와 합작으로 쓴 '공기번데기'라는 소설의 내용을 자신이 개작했으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것은 하루키가 '1Q84'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전체적으로 지배하는 미스테리적인 아이템들이 처음부터 자신이 의도했던 바가 아니라 쓰면서 자기네들끼리 힘을 가지며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움직임에 대한 당혹스런 궁금증에 대한 고백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순식간에 700p를 넘어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력과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섹스, 살인등 다소 자극적인 내용들이 등장하지만 말초적인 신경을 건드는 것은 그저 외곽의 한부분일 뿐, 가운데의 중심내용은 역시나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고지순한 두 남녀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현대의, 일본인의 30대에게 어울릴만한 리얼리틱한 환상의 사랑의 형태를 그리고 있다.

 물론 이들의 사랑을 중심으로 공기번데기와 리틀피플은 좀 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테다. 이들의 확실한 정체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맺어짐으로써 '1Q84'의 막이 내릴 것인가. 아니면 '1984'는 또다른 통로의 한 지점인가. 독자들은 3권에서조차 모든 걸 확인하지 못하고 다음 권이 나올지 안 나올지 기다리거나 영원히 미스테리적인 이야기속에서 홀로 생각해볼 것이다. 과연 그들은 목적이 무엇이며, 아오마메의 뱃속의 생명체는 어떤 영향을 미칠 예정인가. 
   

 왜 일본인들은 하루키에 열광하는가? 왜 한국인 또한 하루키에 열광하는가. 그는 캐릭터를 만들어놓고선 캐릭터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부여했다. 자신도 정확한 실체를 설명하기 힘들것 같은 미스테리적인 환상 속에서 리얼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하며 모든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아예 모르는 것과는 다른 알듯 말듯한 어떤 것에 대한 궁금증. 곧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꺼란 기대감에 사람들은 그의 책을 놓지 못한다.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거야


 이로써, 이야기는 또다시 에너지를 지닌 채로 3권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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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러스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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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크고 다혈질인 포와 조그마한 덩치에 누구에게도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아이작.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이 둘은 친구이다. 평소때 동급생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작의 신체적 보호를 당담했던 포는 아이작의 누나 '리'를 사랑한다. 그는 죽을 뻔하던 아이작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바로 이 순간, 그들은 가지 말았어야 하는 장소에 있게 되고 그 장소에서 사건의 발단은 시작된다.

 포는 세명의 백인쓰레기라고 불릴만한 불량인들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진다. 뜻밖에도 아이작을 통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아이작으로 인해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잔잔한 전개와 세밀하고 구체적인 내면묘사가 뛰어난 이 작품을 두고 '데일리비스트'에서는 '데니스 루헤인'과 '코맥 매카시', '헤밍웨이'와 비견할만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얻은 느낌이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에서 가졌던 감정과 비슷했다.

 잔잔함과 내면묘사의 고등적인 표현, 인물과 인물의 관계속에서 각자 내면적으로 겪는 심경변화의 흐름과 사건을 통해 깨닫게 되는 삶에서의 중요한 것을 직시하게 되는 인물들의 모습들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고,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몰입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해리스의 말대로 포가 살인사건이 일어나자마자 해리스를 찾아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사건이 파국으로 치닫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존심과 당황스러움 때문에 살인사건을 덮으려 했고, 아이작은 도망치려했다. 사실 이 책에서 살인사건은 평소때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인물간의 결핍과 상황에 대한 진실을 바로 볼 수 있게 돌아봐주는 구실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살인사건으로 인해 과거와 현재를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인물 인물마다 그동안 삶에서 그저 외면하거나 문제상황에서 도망치고 두려워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고로, 살인사건은 그들 모두에게 깨달음인셈이다. 엔딩스토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 또한 그런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포는 리와 아이작을 위해 대신 감옥에 가서 죄수들로부터 목숨을 위협받고 아이작은 아버지의 돈을 훔쳐 떠나려했으나 모두 잃고 집으로 돌아가려한다. 그리고 해리스를 만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듣게 된다. 아이작의 아버지는 아이작이 없어졌을 때 얼마나 자신이 무기력한지를 느끼며 아들의 빈자리를 느끼게 된다.

 포와 리, 포와 아이작, 포와 해리스, 포와 그레이스, 아이작과 아버지, 아이작과 리, 그레이스와 해리스 이들의 심리적 갈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들의 생각을 읽는 것은 그저 소설로써만이 아닌 리얼리티한 삶의 모습을 확인할수 있다.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고, 그렇게 되어야만 했고,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개인만의 이야기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주변인물과의 관계, 주변인물의 삶을 돌아다봤을 때 이야기가 사실적인 설득력과 전체적인 윤곽의 통찰이 느껴질 수 있다.

 누군가는 엔딩이 부족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글쎄, 삶에서 끝이란 개인적이다. 전체적인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소설에서 엔딩을 리얼적으로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여백의 장이 필요할 듯하다. 그래서 여운이란 시시해 버릴수도 있는 엔딩을 메꿔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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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의 시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해적의 시대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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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비안의 해적이 코믹판타지라면, '해적의 시대'는 '리얼드라마'다. 작가 '마이클 클라이튼'이 이 작품을 남기고 죽었다는 게 무척이나 안타깝다. 책의 표지 접힌 면에 있는 재미나고 장난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사진을 보노라면 그가 더이상 작품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쥬라기공원',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는 영화를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봤지만, 작가에 대한 상식은 없었는데, 그가 바로 '마이클 클라이튼' 이라는 사실에 내심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됐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보았었다. 그런데 몇장몇장 넘길수록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 처음부터 왠지 주인공일꺼란 생각이 강하게 들던 '헌터'는 역시나 주인공인셈이었다. 물론 캐릭터마다 개성이 강해 모두가 주인공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풍기지만, 일단 모험 스토리라면 대표적인 주인공이 필요하다. 
 


 바람끼 강하고 장난스럽지만 험한 바다앞에서는 진지한 선장의 카리스마를 뽐내며 선원들을 이끄는 '헌터'는 영리한 머리와 남보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스페인의 보물을 찾으러 불가능한 시도를 시작한다. 헌터의 로빈후드처럼 사람을 잘 끌어모으는 매력 탓인지 목숨을 걸고 보물원정대가 되려는 인재들이 모이고, 그속에 남장을 한 '라쥐', 킬러이자 믿음이 가지 않는 '상송', '엔더스' ,'무어' , 화약을 잘 다루는 유대인 '돈 디에고'등을 대표적 인재를 모으게 된다.
 


 그들의 중심으로 헌터는 제임스 앨먼 총독에게 지원을 받아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소문난 카살라가 점령한 '마탄세로스'로 향한다. 그러면서 전설의 괴물 '크라켄'을 만나기도 하고 용의 입이라 불리는 장소에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게다가 카살라에게 잡혔으나 상송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했다가 다시 스페인과 바다 위에서 해전를 벌이기도 한다. 마침 불어닥치는 태풍과 함께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들과 마주선 그들의 모험이 흥미진진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작가의 탄탄한 표현력과 상식이 비롯된 내공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혼돈의 시대, 뺏는자와 뺏기는 자가 존재하던 때, 해적의 모습을 밝은 모습으로 그려낸 '해적의 시대'는 재미와 스펙타클한 흥분을 맛볼 수 있다. 두번째 재미는 조금만 기다리면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하는 것에서 영상미로 실컷 맛볼 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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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 빈민가 아이들에게 미래를 약속한 베네수엘라 음악 혁명
체피 보르사치니 지음, 김희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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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내가 가족 중 한 사람이 음악인인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엘 시스테마는 내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엘 시스테마는 모든 사람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아브레우 박사는 이 모든 사람의 아버지이다. 나는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아버지란 당신을 낳은 사람이 아니라 당신을 키운 사람이라고."  - 27p

 어릴 때 '천사들의 합창'과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면서 묘한 환상에 젖어들곤 했었다. 음악에 대한 동경을 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것. 음악은 내게 그런 것이었다. 내가 살던 곳은 다중주택이었기 때문에 하나의 큰 대문에 각자의 집의 현관문이 달려 있었다. 그래서 옆집은 현관문 하나만 열려 있으면 같은 공간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옆집에는 나른한 오후가 되면 매일같이 피아노를 치는 여인이 있었다.

 나는 몰래 그 여인의 뒷모습을 본채 피아노소리를 들으며 오후 나절을 보내곤 했다.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기억이 과거에 일어났던 그 일보다 좀더 판타지스러울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인은 아줌마였을수도 있고 피아노소리는 그리 훌륭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오로지 그곳뿐이었기 때문에 나는 처음 그곳에서 겪었던 경험과 느낌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어렴풋이 음악의 힘을 느꼈던 것 같다. 음악에 다가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안되어 다가갈수는 없었다. 대신 나는 그저 내 마음대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한 누군가만이 손댈 수 있는 것. 그것이 음악이었다.

 아브레우 박사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한국은 원래 감정이 충만하고 작은 나라라 더 똘똘 뭉친 음악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베네수엘라가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은 누군가 이끌어주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다. 되물림되는 가난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스스로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그 아이들을 모두 빛의 세상으로 이끄는 일을 상상해낼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는 말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듯하다. 아브레우 박사가 바로 그 기적의 가능성을 믿은 사람이다. 그는 거리의 아이들의 손에 악기를 쥐어주었고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던 슬픔과 충동을 음악에 분출시키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이 더 감성을 틀어짜는 것같이 들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엘 시스테마 덕분에, 음악 덕분에 나는 완성된 인간이 되었습니다." - 44p 베이스를 연주했던 리차드 블랑코 우리베의 말

 음악을 통해 아이들은 행복해졌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게 되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경험은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 44p
 엘 시스테마에 들어온 소년 혹은 소녀는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지탱해줄 소중한 가치와 관계를 얻게 된다. 아이들은 여기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음악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예술적 표현은 아이가 자기만의 독특한 감수성과 내면의 확신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 129p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이며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며, 끊임없는 자기 확신이 그들을 목표에 다가가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오케스트라에 가족같은 소속감을 느끼며 더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해간다.

 아브레우 박사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지금은 이렇게 큰 열매를 맺고 있지만 처음에만 해도 무모한 도전이라 일컫어지며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에 대해 별 기대가 없었다는 것은 그에게는 지금의 결과가 더 큰 놀라움과 성취성, 만족스러움을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내린 판단을 뒤엎고 기회를 꼭 붙들고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자신들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에 예술적, 문화적 혜택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공헌을 했다. 이 혁명적인 프로그램은 아브레우 박사가 처음부터 분명히 했던 인간적, 교육적 본질 덕분에 한 나라를 내부적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모델, 음악을 변화의 기본 도구로 삼는 사회적 모델을 만들어냈다. - 128p

 한장한장 넘기며 만나게 되는 엘 시스테마에 속해 있는 음악가들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기회를 잡은 이가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만 한다면 불우한 자신의 환경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록 그것이 엘 시스테마에 속한 감동적인 이야기일지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 모두는 자신의 인생에 빗대어 보며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가난과 관련하여 가장 참담하고 비극적인 일은 일용할 양식이나 거처할 공간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 아무것도 안 될 거라는 느낌, 존재감의 부재, 공적인 존중의 부재야말로 가장 비참한 일입니다." - 268p 테레사 수녀

 뉴욕의 교도소에 8년째 복역 중인 여죄수에게 "사람들이 왜 가난한 것 같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이런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 문제는 아이들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가르쳐야 해요. 가르치는 방법은 간단해요. 아이들을 연극이나 박물관, 음악회, 강연회 등에 데리고 다녀주세요.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더는 가난하지 않게 된다니까요. 길거리에 방치된 아이들에게 도덕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이에요." 여죄수가 말한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이 뜻하는 것은 성찰적 사고 능력이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성찰적 사고 능력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 269p
 
 
 희망을 가져보기도 전에 꺼지는 씨앗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시간만 세상을 둘러보아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풍족한 물질적 삶속에서 평생 부족함을 모르던 사람은 비록 모든 걸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경험과 그 경험으로 인한 감동을 느낄 수는 없다. 힘들고 실패적인 경험들은 뼈저린 깨달음과 지혜를 가져다준다. 음악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일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녹녹하고 진실된 마음이 녹아있는 음악은 사람들에게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울림을 전해준다.

 엘 시스테마. 그들이 전해주는 음악선물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며 희망의 씨앗이 번지고 있다고 들었다. 언젠가는 그 씨앗이 한국에도 상륙되기를 기다려본다. 또, 그것을 위해 개인 각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음악만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아브레우 박사가 했던 시도를 해본다면 이것이 바로 미래 발전의 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문구 (많은 글귀가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엘 시스테마의 매니저에게 '엘 시스테마'가 이룬 가장 큰 성취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에,
 "아브레우 박사는 베네수엘라의 모든 어린이에게 오케스트라에 속할 권리, 문화를 즐기고 인생과 직업에서 다른 가능성을 가질 권리, 음악의 빛과 지혜 속에서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볼 기회를 선물했어요." -108p

 "지칠수록 몸을 더 혹사시켜야 해. 그래야 피로를 뛰어넘어 계속할 힘을 얻을 수 있어." - 41p 아브레우 박사의 말 중 
 

 (검색해보니, 영화도 있더군요. 조만간에 꼭 보고 말꺼예요 ^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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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데이즈>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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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네가지 신비로운 이야기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Fine days, Yesterdays,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 Shade 단편이다. 파인데이즈에 등장하는 '그애'라는 인물은 뭔가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을 지녔고, 자신은 그것을 잘 인식하면서도 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이 신비의 소녀는 모습 자체가 아름다워 이야기속 주변 인물들을 모두 매혹시킨다.

 수줍음이 많고 소심한 간베는 그런 '그애'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하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그래서 반성문을 쓰면서 얼굴을 조금 익힌 '나'는 '그애'에게 대신 간베의 부탁을 전해준다. 간베는 비로소 '그애'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얼굴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옥상친구 '야스이'는 '나'와 나름 친한 친구로 이혼한 모친 밑에서 살지만 거의 무관심과 방치 아래에서 제대로 된 평범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어느날 옥상에서 '니야케'가 떨어져서 죽었다. 그는 변태선생으로 불리며 평판이 좋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바지를 끌어내린 채 떨어져 죽었으니, 당연히 소문이 많이 돌았다. 그런데 하필 그 자리에 '야스이'가 함께 있었고, 야스이는 '나'에게 자신과 니야케의 관계를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준다.

 간밤에 전화를 해 야스이를 지금 당장 지켜달라는 '그애'를 말을 들은 '나'는 긴가민가 하면서 야스이를 찾아내고 함께 있다가 섬찟하고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

 도대체 '그애'는 누구이고, 일이 생기고 난 뒤 사라진 그 애를 기억하고 있는 미래의 '나'는 어떻게 이 일을 받아들여야 할까. 그럼에도 '나', '간베', '야스이'는 각각 다른 미래를 살아가고, 겁쟁이 소심쟁이 간베는 미술로 성공해서 성격도 활발하고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과거의 그애에 대한 기억은 어렴풋이 묻어둔 채.

 '조금은 슬픈 예감이면서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어른이 된 것이다.' - 86p
 '과거 언젠가 그곳에 무언가가 분명 존재했다는 사실과 지금은 분명 사라졌다는 사실을. 그때, 그렇게 눈부시다고 생각했던 그 애의 이름도, 지금은 기억하지 못한다.' - 87p


 '파인데이즈'는 미스테리한 청소년기의 기간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청소년기의 설명하기 복잡한 혼돈을 거쳐 성장한다. 그 시기가 지나 어른이 되고 나면 분명 과거가 존재했었지만 사라진 무언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그것이 아름다웠던, 섬찟했던, 끔찍했던 간에 분명 어른이 된 후의 기억은 과거 그때와는 분명히 다른 사실일 것이다.

 어쨌든 미스테리적인 이야기가 건네는 메시지에서는 한가지 사실만이 내재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여러가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이점에 따라 독자들은 여러가지 느낌을 얻게 되는 듯하다.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에서는 초능력을 가진 사악한 여자가 나온다. 이 여자에게는 남동생 '요시모토'가 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 능력을 가지고 자신이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을 죽게 만든다.

 요시모토는 이런 누나 때문에 사생활과 인간관계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지만 운명적이게도 대학교에서 만난 '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쉽지 않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결말은 그런 그들을 모습을 곧 발견하게 될 사악한 '누나'의 발걸음 소리로 위험과 짜릿한 궁금함을 암시한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을 통해 함께 진행되는 'yesterdays' 또한 구성방식이 참신하고 흥미롭다.

 'shade'는 예언과 암시가 깊이 묻어나는 단편이다. 설마했던 것이 정말이 되어 버렸을 때의 허탈감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주는 미스테리식 이야기로 흥미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모두 개성있고 가벼운 듯 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네 가지 이야기를 통해 진부하고 상투적인 스토리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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